도시의 초상
도시는 언제나 얼굴을 숨긴다.
유리창과 광고판, 그림자와 반사된 빛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익명의 표정을 스쳐 지나간다.
이 작업은 그 익명성과 단절, 그리고 부재의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화려함과 낡음이 뒤섞인 도시의 틈새,
그 곳에는 여전히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다.
찢겨진 포스터, 버려진 것들, 유리창에 잠시 머문 반영들
그 모든 것이 도시의 초상이자 나 자신의 초상이었다.
나는 도시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본다.
그 표정은 때로 차갑고, 때로 무심하며, 때로 잔잔한 슬픔을 품는다.
그 안에서 카메라는 단지 기록의 도구가 아니라,
존재의 잔향을 더듬는 감각이 된다.
<도시의 초상>은 눈에 보이는 풍경보다
그 안에서 사라진 것들 즉, 시간과 관계와 기억을 향한 응시이다.
이 사진들은 도시의 얼굴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비추며,
결국 ‘나’라는 존재가 세상과 맺는 관계를 되묻는다.
- 정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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