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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전시

장터를 지나 문화유산으로_정영신

작성자김남진|작성시간25.11.27|조회수38 목록 댓글 0

내 작업의 출발점은 언제나 장터다.
겉보기엔 비슷한 오일장이지만, 장소가 달라지면 사람과 땅, 바람과 물, 냄새와 소리까지 모두 달라진다. 장터는 생활방식이 가장 밀도 있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장터 기록을 마치고 나면 장(場)주변의 문화유산을 찾는다. 장(場)에서 만난 예상치 못한 얼굴처럼, 유적지 또한 내가 몰랐던 문화를 조용히 일깨운다. 그 길 위에서 지역의 음식을 맛보고, 사람들의 말을 듣고, 바람의 결을 느낀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할까?
사람은 왜 자연을 구경하려 할까?

많은 여행자는 소소한 자연과 사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치 동물원에서 동물을 보듯 목적지만 훑고 지나가며, 음식과 자연을 이미지로 소비한다. 그러나 자연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고, 숨으로 느껴야 한다. 나는 지금도 장(場)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을 되살리기 위해 장터를 천천히 돌며 난전의 물건을 살피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장터의 얼굴을 바라본다.

지난 39년 동안 나는 오일장을 기록하며 ‘장터를 장터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왔다. 때로는 사진 한 컷 남기지 못하고 장꾼들과 이야기만 나누다 돌아올 때도 있다.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는 마을의 유적지를 물으면, 정작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직접 장터 주변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며, 장터와 그 지역문화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길을 찾아 나섰다.

장터는 언제나 현재의 삶이지만, 그 주변 문화유산은 천년의 숨결을 품고 있다.
내게 남은 숙제는 각 장터의 특색을 생생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지역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장터는 한 폭의 풍속도이자, 민초의 삶이 새겨진 생활문화의 지도다.
그것은 우리 선조들의 역사이고, 오늘이며, 미래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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