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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전시

지상낙원2_박광복

작성자김남진|작성시간25.12.17|조회수81 목록 댓글 0

탑골, 그곳에서 발견한 나의 '지상낙원'

 

저의 새로운 프로젝트 '지상낙원(地上樂園)'은 서울 도심의 가장 오래된 풍경 중 하나인 탑골공원과 그 주변 지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을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우리 사회의 다층적인 단면이 교차하고 응축된 하나의 작은 우주로 바라봅니다. 낙원상가 허리우드극장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 그리고 인근 쪽방촌에서 나와 함께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과 노숙인들. 이들의 모습은 제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2018년부터 저는 탑골공원의 '장기 천국'을 기록해 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노숙인들의 모습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주로 홀로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며 소란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었죠.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풍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어르신들의 모임이 뜸해지자, 3~4명씩 모여 술을 마시던 노숙인들은 어느덧 7~8명 규모의 공동체를 형성하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를 목격하면서, 저는 이들의 삶을 '지상낙원'이라는 이름 아래 깊이 있게 기록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들의 삶을 향한 일반 대중의 시선이 흔히 '폭력과 술주정'이라는 편견에 머무는 것을 넘어, 그 내면의 '기쁘고 즐거운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었습니다. 젊은 날의 화려함이 저물고 현실의 걱정이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길 위에서 서로 의지하며 삶의 한 조각을 나누는 이들에게는 분명 행복의 순간들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탑골은 이들에게 세상의 편견과 시름을 잊고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궁극적인 행복의 장소이자 마지막 안식처, 즉 진정한 의미의 '지상낙원'일 것입니다. 저의 작품이 이들이 훗날 '한때 탑골의 지상낙원에서 살았었다'고 따뜻하게 회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처럼 탑골 일대는 주류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늘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맥락에서, 종로 일대가 오랫동안 '이반' 커뮤니티, 특히 중년 이상의 성 소수자들에게 중요한 안식처이자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수십 년간 종로3가와 탑골공원 일대는 게이 커뮤니티의 오랜 역사가 녹아 있는 공간이었고, 사회적 은폐와 차별을 강요당하던 시대 속에서, 이곳은 이반들이 비로소 자신을 드러내고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였습니다. 공원이나 골목길, 특정 카페나 주점에서 동지들을 만나 연대감을 느끼며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로워지는 해방감을 맛보았죠.

 

또한, 이곳은 노년의 어르신들에게 정서적 교감과 동반자가 되어주는 동시에, 스스로의 생계를 이어가는 중요한 통로로서 관계를 맺는 여성들에게도 또 다른 의미의 '지상낙원'이었습니다. 노숙인이나 쪽방촌 주민, 이반 커뮤니티의 삶과는 그 형태와 이유는 다를지라도, 이들 모두에게 탑골은 사회의 비판적 시선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으로서 살아가거나 혹은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다는 공통된 맥락이 존재합니다.

 -박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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