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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전시

엘리스를 찾아서_김동진

작성자김남진|작성시간25.12.17|조회수42 목록 댓글 0

나는 도시를 떠나 귀농·귀촌의 삶을 이어가며, 농촌에서 일하는 일상 속에서 매일 논과 마을을 바라본다.

충북 옥천군, 충남 예산군을 거쳐 지금은 청양군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세 지역은 모두 인구 소멸지역이며, 특히 청양군의 인구는 3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귀농 후, 내가 바라보는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나의 생활이자 내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며 곧 사라질 기억의 한 조각이다. 이 사진들은 그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한 장면들로, 쇠퇴하고 사라져가는 농촌의 현실과 겹쳐지며 기록으로 남았다. 풍경 속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아이들의 부재라는 농촌의 구조적 현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뉴스나 통계로만 보던 이야기—사라지는 마을, 늘어나는 노인, 줄어드는 아이들—이 이곳에서는 피부로 느껴진다. 텅 빈 운동장, 문을 닫은 학교와 유치원, 아이들 대신 바람만 스쳐가는 놀이터, 여전히 논과 밭에서 일하는 노인들의 모습. 청년은 드물고, 마을은 점점 조용해진다.

이곳에서 나는 문득, 어린 시절 꿈과 이상을 상징했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떠올렸다. 엘리스가 꿈을 찾아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던 것처럼, 나 또한 농촌의 현실 속에서 잃어버린 꿈을 찾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 사진들은 사라진 활기와 남겨진 고독,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던 ‘꿈’에 대한 조용한 탐색이다.

나는 묻는다. 농촌에서 우리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어떤 미래를 바라보고 있을까? 시골의 공기, 흙과 땀의 냄새, 물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노인들의 노랫소리와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 마을의 시간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노랗게 익어가는 곡식들은 한때의 풍요를 보여주지만, 그 풍요는 이제 사라져가는 생의 마지막 빛처럼 느껴진다. 겉으로는 풍성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쇠락과 외로움, 그리고 고요한 상실의 그림자가 함께 깃들어 있다.

이곳의 계절은 늘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오래된 노래처럼 쓸쓸하고,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피어나는 희미한 숨결과도 같다.

나는 농촌에서 흙을 만지고, 바람을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텅 빈 집, 잡초가 무성한 골목,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속에는

사라져가는 시간의 냄새가 있다. 나는 그 냄새를 잊지 않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이 사진들은 기록이자 나의 일기이다.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숨결, 그 미세한 떨림을 붙잡고 싶다.

《엘리스를 찾아서》는 그렇게 흩어지는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의 목소리로 모으려는 나의 여정이다.

-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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