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2016년 체르노빌의 폐허에서 자연의 치유력을 기록한 [푸른 잎사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목도한 현실은 저에게 자연의 복원력에 대한 무한한 경외를 가지게 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에 자행된 후쿠시마 오염수 대규모 방출은 자연의 복원력을 위협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예술가이자 바다와 숨결을 나누는 스쿠버 다이버로서, 소멸해가는 파라다이스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를 기록하기 위해 바다로 향했습니다.
첫번째 섹션인 <Hold Your Breath>:침묵하는 사이렌에서는 사이렌의 경고를 외면하는 인류의 배타성과 망각에 대한 반성입니다. 인간은 같은 종(種)의 슬픔에 대해서는 인류애(人類愛, philanthropy)라는 명칭으로 무한한 공감을 가지면서도 다른 종(他種)의 고통에 대해서는 기이할 정도로 무감각하고 무책임합니다.
우리는 생명의 모태인 바다를 오염시키면서도 그 속에서 숨 쉴 수 없음을 알기에 파괴의 현장을 타자의 일로 외면합니다. 이 시리즈는 애초(始原)의 기억을 상실한 채 방관자가 된 우리에게 바다가 보내는 비명에 귀 기울일 것을 호소합니다.
절망의 사이렌 소리에 귀 기울인 지점이 두번째 섹션인 <Code Blue>:치유의 연금술입니다. 저는 19세기 고전 사진 기법인 사이애너타입(Cyanotype)을 통해 예술적 해독의 의식을 거행합니다. 인화 과정에서 생성되는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는 인간의 체내에 축적된 방사능 물질을 배출하는 치료제의 핵심 성분입니다.
종이 위에 푸른 약제를 입히는 행위는 오염된 생명체들에게 바치는 예술적 연금술이자 응급처치입니다. 이 과정에는 인공지능(AI)이 동행하여, 본인의 예술적 기원(祈願, wish)을 투사한 ‘가상의 엑스레이’를 생성합니다. ‘가상의 엑스레이’는 , ‘존재하는 것의 기록’을 넘어 ‘기대하는 진화의 형태’에 대한 미학적 현시입니다.
[사이렌]은 비극의 한복판에서도 끝내 자신들만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내는 생명의 위대함을 향한 헌사입니다. 또한 인공지능과 고전 인화술이 빚어낸 푸른 생명체들은 바다가 인간의 해악이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마룬(Maroon)’이자 영원한 자유구임을 선언합니다. 이번 전시는 결코 꺼지지 않을 생명의 불꽃을 응원하기 위한, 가장 오래된 예언임과 동시에 가장 미래적인 흔적이 될 것입니다.
- 한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