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마치 직선과 대칭이 짜인 견고한 구조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중심이 아닌, 설계되지 않은 균열과 틈새에 더 눈길이 갑니다. 모든 도시는 공식 계획 바깥의 폐허나 빈터 같은 예측 못한 균열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뜻밖의 공간에서 도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합니다. 『비정형의 도시』는 단순히 파괴된 형태를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그 안에서 건축과 사람, 빛과 색채가 부딪히고 어우러지는 흐르는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하는 시도입니다. 실제로 통제되지 않은 도시의 틈새에서는 새로운 도시적 삶의 형태가 싹튼다고도 합니다. 마치 실험실처럼 거리 곳곳을 누비며, 파편화된 건물의 단면이 낯선 각도에서 재조합 되거나 인공 조명과 자연 햇빛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만나 전혀 새로운 형태가 드러나는 장면을 찾아냅니다. 사진에서 빛은 단순히 사물을 밝히는 도구가 아닙니다. 데리다가 말하듯, 사진의 본질인 ‘빛’은 그림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쌍을 이룹니다.
촬영할 때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형태의 변화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유리 건물 숲에서 굴절되고 반사된 빛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마치 푸코가 말한 ‘헤테로토피아’처럼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공간이 겹쳐진 것 같은 환영을 만듭니다. 또한 오래된 도시의 흔적들이 겹쳐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마치 여러 시간의 층위가 켜켜이 쌓인 팔림세스트(Palimpsest)를 떠올리게 됩니다. 예컨대 뉴욕의 낡은 자갈길 틈새로는 아스팔트 사이로 오래된 흔적이 아른거리고, 벽돌 건물에는 바래어 가는 옛 광고 글귀가 남아 있습니다. 이런 풍경들 속에서 관객은 보이는 이미지 너머 과거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됩니다.
도시의 비정형성은 결국 그 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완성됩니다. 들뢰즈가 말한 리좀처럼, 도시의 보행자들은 중앙집중식 도로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연결망을 만들며 공간을 누빕니다. 그들이 새기는 수많은 궤적과 발자국은 건축물과 맞물려 독특한 긴장감과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색채 또한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차가운 건물 표면과 붉은 네온사인, 따스한 석양빛의 대비는 도시의 정서적 온도를 조절하고, 화면 속 보색 대비와 유사색의 조화는 미묘한 리듬감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카메라는 객관적 기록 장치가 아니라, 작가의 기억과 사유가 녹아 든 감각의 안테나입니다. 『비정형의 도시』 전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긴 도시의 익숙한 틀을 해체하는 초대장입니다. 솔라-모랄레스가 말하듯 ‘텅 빈 땅(Terrain Vague)’은 “일반적인 점유지의 영역 밖에 있는 낯선 공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의 장”입니다.
이 전시에서 만나는 사진들은 소외된 공간과 버려진 틈새에서 움트는 무한한 이야기들을 담고자 합니다. 도시는 결코 고정된 실체가 아닙니다. 제 사진은 끊임없이 유동하는 도시에 던져진 질문과도 같아서, 비정형일 때야 비로소 숨 쉴 수 있는 우리 삶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로 하여금 매일 마주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예기치 못한 비정형의 푼크툼(Punctum)을 발견하게 하고, 무거운 콘크리트 숲 사이에서도 여전히 박동하는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기억되기를 바래 봅니다.
김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