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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 박정일

작성자카페지기|작성시간13.01.06|조회수1,387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비트겐슈타인.pdf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논고]

 

박 정 일

 

목차
서론 ············································································································· 1
제1부 ꡔ논고ꡕ의 저자와 구성 체계 ···························································· 8
Ⅰ.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와 저작 ···························································· 8
Ⅱ. ꡔ논고ꡕ의 구성과 내용 ···································································· 13
1. ꡔ논고ꡕ의 구성 ············································································ 13
2. ꡔ논고ꡕ의 구성에 따른 내용 ······················································· 14
제2부 ꡔ논고ꡕ의 개념 체계도 ··································································· 21
Ⅰ. ꡔ논고ꡕ의 주요 개념에 대한 정의와 규정 ······································ 21
Ⅱ. 개념 지도 ························································································ 23
제3부 ········································································································· 29
Ⅰ. ꡔ논고ꡕ의 존재론 ············································································· 29
1. 세계 ····························································································· 30
2. 사실 ····························································································· 34
3. 사태 ····························································································· 41
4. 대상 ····························································································· 45
1) 대상의 속성 ············································································ 46
2) 대상의 형식 ············································································ 50
5. 실체 ····························································································· 53
Ⅱ. ꡔ논고ꡕ의 언어 ················································································· 57
1. 명제 ····························································································· 59
1) 비트겐슈타인의 명제(Satz) ··················································· 59
2) 기호와 상징 ············································································ 61
3) 명제 기호(기호로서의 명제) ·················································· 67
4) 상징으로서의 명제 ································································· 71
2. 요소 명제 ···················································································· 77
3. 이름 ····························································································· 80
4. 분석 ····························································································· 83
1) 러셀의 기술 이론 ··································································· 84
2) ꡔ논고ꡕ의 분석의 개념 ···························································· 89
Ⅲ. 세계와 언어 ····················································································· 95
1. 그림 이론 ···················································································· 96
1) 그림 ························································································ 96
2) 논리적 형식 ········································································· 100
3) 논리적 그림 ········································································· 104
2. 진리함수 이론 ·········································································· 109
1) 진리표 ·················································································· 109
2) 동어반복과 모순 ·································································· 112
3) 조작과 함수 ········································································· 115
4) 진리 함수 ············································································· 120
5) 명제의 일반 형식 ································································ 123
Ⅳ. 여러 명제들 ·················································································· 128
1. 논리학의 명제 ·········································································· 131
1) 논리학의 명제와 논리학 ······················································ 131
2) 논리학의 명제와 증명 ························································· 135
2. 수학의 명제 ·············································································· 141
1) 수학의 명제와 수학 ····························································· 141
2) 수의 정의와 집합론 ····························································· 144
3) 논리주의 ··············································································· 149
3. 확률 명제 ················································································· 152
4. 일반 명제 ················································································· 156
5. 자연과학의 명제 ······································································· 161
6. 태도 명제 ················································································· 165
7. 윤리학의 명제 ·········································································· 170
Ⅴ. 세계와 나 ······················································································ 174
1. ꡔ논고ꡕ의 철학 개념 ································································· 175
2. 유아론 ······················································································· 179
3. 사실존재론 ················································································ 184
결론 ········································································································· 188
참고문헌 ································································································· 191

일러두기
이 글에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ꡔ논리철학논고ꡕ의 독일어 판본/영
역본과 한국어 판본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의 다른 저서를
인용할 때에는 편의상 괄호 안에 있는 약칭을 사용하였다. 번역본을 인용
함에 있어서 역자와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대괄호가 삽입되었으며, 표기
된 쪽수는 한국어 번역본의 쪽수이다.


≪독일어 판본/영역본≫
Wittgenstein, L., (TLP),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German- English, English trans. by C. K. Ogden
and F. P. Ramsey,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1922; corrected reprint, 1933; reprint (with index) by Max Black, 1955.
≪한국어 판본≫
비트겐슈타인, ꡔ논리-철학논고ꡕ, 이영철 옮김, 천지, 1991.
≪비트겐슈타인의 주요 저서와 약칭≫
Wittgenstein, L., (TLP),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German- English, English trans. by C. K. Ogden and F. P. Ramsey, London: Routledge & KeganPaul, 1922; corrected reprint, 1933; reprint (with index) by Max Black, 1955.
___________, (NB), Notebooks 1914-1916, ed. by G. H. von Wright and G. E. M. Anscombe with an English trans. by G. E. M. Anscombe, Harper Torchbooks, New York and Evanston, 1961.

___________, (NL), “Notes on Logic: September 1913”, in NB, pp.93-106.

___________, (PI), Philosophische Untersuchungen, The Macmillan Company, New York, 1953.

___________, (RFM), Bemerkungen über die Grundlagen der Mathematik, Basil Blackwell, Oxford, 1956.

___________, (PG), Philosophical Grammar, ed. Rush Rhees, Basil Blackwell, 1974.

___________, (PR), Philosophical Remarks, ed. R. Rhees, trans., R. Hargreaves and R. White, Basil Blackwell, 1975.

___________, (LFM), Wittgenstein's Lectures on the Foundations of Mathematics Cambridge, 1939, ed. by Cora Diamond, Cornell University Press, 1976.

___________, (WVC), Wittgenstein and the Vienna Circle, ed. by Brian McGuinness, Basil Blackwell, 1979.

___________, (RPP), Remarks on the Philosophy of Psychology, vol. Ⅰ, ed. G. E. M. Anscombe & G. H. von Wright, trans. G. E. M. Anscombe,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비트겐슈타인, (ꡔ논고ꡕ), ꡔ논리-철학논고ꡕ, 이영철 옮김, 천지, 1991.
___________, (ꡔ탐구ꡕ), ꡔ철학적 탐구ꡕ, 이영철 옮김, 서광사, 1994.


서론
비트겐슈타인의 ꡔ논리철학논고ꡕ(이하, ꡔ논고ꡕ로 약칭함)는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저작이다. 수수께끼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짤막한 말들, 대리석 처럼 차갑고도 준엄한 선언들, 그리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논의들은 이 저작을 이해하려고 섣불리 덤벼드는 사람들을 가차없이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저작을 통하여 처절하게 철학하였던 한 사람의 철학자를 본다. 그가 비트겐슈타인이다. 이 저작에서 그는 세계, 언어, 그리고 논리에 대한 고찰로부터, 자연과학, 수학, 철학, 그
리고 윤리학의 본성으로 나아가며, 결국 철학적 자아와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고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저작인 ꡔ철학적 탐구ꡕ는 젊은 시절 자신이 쓴 ꡔ논고ꡕ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실상, 하나의 철학적 사상을 체계적으로 주장한 이후에 스스로 이를 비판하고 포기하고서 또 다른 철학적 사상을 제시한 것은 철학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이 ꡔ철학적 탐구ꡕ의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ꡔ철학적탐구ꡕ는 오직 ꡔ논고ꡕ라는 “옛 사고 방식의 배경 위에서 대조함에 의해서만” 올바로 조명될 수 있다. 따라서 ꡔ논고ꡕ를 이해하는 것은 비트겐슈타
인의 철학이라는 거대한 산을 오르기 위한 베이스 캠프를 구축하는 것과 같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ꡔ논고ꡕ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발판으로서 ꡔ논고ꡕ의 핵심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자. ꡔ논고ꡕ의 목적은, 비트겐슈타인이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사고의 한계를 그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말할 수 없는 것, 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ꡔ논고ꡕ의 최종 결론은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 책의 전체적인 뜻은 대략 다음의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좌우간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러므로 생각에 한계를 그으려 한다. 또는 차라리, 생각이 아니라 사고의 표현에 한계를 그으려 한다. 왜냐하면 생각에 한계를 그으려면 우리는 이 한계의 양 측면을 다 생각할 수 있어야 ― 따라서 우리는 생각될 수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 할 것이기 때문이다.(머리말, 33쪽)
그렇다면 이러한 한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을 수 있는가?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그러므로 한계는 오직 언어에서만 그어질 수 있을 것이며, 그 한계 건너편에 놓여 있는 것은 단순히 무의미가 될 것이다.”(머리말, 33-34쪽) 즉,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탐구함으로써, 또는 언어 내에서 어떤 작업을 함으로써 그러한 한계를 그을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에 속한다고 간주하는 명제란 어떤 것들인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여기에는 예컨대 윤리학의 명제와 미학의 명제가 있다. 따라서 혹자는 이 지점에서 당연하게도 다음과 같이 반문할 수 있다: “우리는 예컨대 ‘살인은 나쁘다’와 같은 윤리학적 명제를 말하지 않는가? 실제로 우리는 그러한 명제들을 말하며, 더구나 그러한 명제들을 아주 쉽게 말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대답은 이럴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아주 쉽게 그런 문장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발화한 그 문장은 “무의미한 것”(nonsense)에 불과하다.
요컨대,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어떤 경험상의 능력이나 사실을 뜻하지 않는다. 이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의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ꡔ논고ꡕ에 따르면, 우리는 “살인은 나쁘다”라는 윤리학적 명제를 말할 수 있지만 그 명제는 무의미한 것이므로, 우리는 그 명제를 “유의미한 것”으로 말할 수 없다. 그리하여 ꡔ논고ꡕ의기본적인 구조는 간략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이러이러한 것은 유의미하게 말할 수 있다.
저러저러한 것은 유의미하게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저러저러한 것에 대해서 침묵해야 한다.
따라서 유의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 ꡔ논고ꡕ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결정되면 그럴 수 없는 것도 결정될 것이며, 비트겐슈타인의 결론과 같이 침묵해야 할 것도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ꡔ논고ꡕ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
이고 핵심적인 물음은 다음과 같다:
(Ⅰ) 말할 수 있는 것(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비트겐슈타인이 간주하는 바, 유의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란 어떤 명제들인가?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이는 “자연 과학의 명제들”(6.53)이다. 그 밖의 명제들은 유의미하게 말할 수 있는 명제가 아니다. 이와 같이 비트겐슈타인은 유의미하게 말할 수 있는 명제, 간단히 뜻있는 명제와 유의미하게 말할 수 없는 명제, 즉 뜻이 없거나 뜻을 결여하는 명제를 구분하고자 한다.
이제 비트겐슈타인이 물음 (Ⅰ)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든지 간에, 그 대답의 근거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즉 윤리학의 명제가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면 왜 그러한지, 또 왜 자연 과학의 명제들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그 근거에 대한 해명이 요구된다. 이 해명 작업은 “명제”가 무엇이고, 또 “뜻”이 무엇이냐 하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요구한다. 이와 동시에 ꡔ논고ꡕ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제기되는 다음의 두 번째 물음에 대한 대답이 요구된다:
(Ⅱ) 어떻게 명제는 뜻을 지닐 수 있는가?
이 물음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는 비트겐슈타인이 사용하는 “명제”(Satz)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즉, 그 말이 현대의 논리학 교과서나 논리 철학, 언어 철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명제”와 일치하는 것인지, 아니면 “문장”이나 “진술”과 같은 것인지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뜻”(Sinn)이 무엇인지도 논의되어야 한다.
물음 (Ⅱ)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첫 번째 대답은 명제는 사실이기 때문에 뜻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명제는 사실일 수 있는가? 이 점을 보이기 위해서 비트겐슈타인은 “기호”와 “상징”을 구분한다. 후자는 뜻을 지니는 표현들이며, 전자는 “상징에서 감각적으로 지각될 수 있는 것”(3.32)으로서, 말하자면 물리적이거나 현상론적인 존재들이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명제는 일종의 기호로 파악될 수 있으며, 일종의명제 기호이다. “명제 기호”는 물리적이거나 현상론적인 것으로서 일종의사실이고, 또 “오직 사실들만이 뜻을 표현할 수 있기”(3.142) 때문에, 명제는 뜻을 지닐 수 있다.
물음 (Ⅱ)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두 번째 대답은 명제는 그림일 수 있기 때문에 뜻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또는 어떤 의미에서 명제는 그림일 수 있는가? 이 점을 보이기 위해서 비트겐슈타인이 제시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ꡔ논고ꡕ의 존재론(형이상학)과 그림 이론(그림 의미 이론)이 그것이다. 사실상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ꡔ논고ꡕ의 그림은 사태, 사실, 세계, 현실의 그림이기 때문에, 세계의 존재론적 측면에 대한 해명이 요구되고, 또 이를 기반으로 해서 명제가 어떻게 그림일 수 있으며 뜻을 지닐 수 있는지를 해명하는 작업(그림 이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ꡔ논고ꡕ의 존재론과 그림 이론을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다. 여기에서 사실은 “사태들의 존립”이며, 또다시 “사태”는 “대상들의 결합”이다. 이와 평행하게, 언어는 명제들의 총체이다. 여기에서 명제는 요소 명제들로 이루어지며, 다시 요소 명제는 “이름들의 연쇄”이다. 이름은 대상을 가리키며, 요소 명제에는 사태가 대응한다. 대상은 그 이름의 의미이며, 요소 명제가 참일 경우 사태는 그 요소 명제의 뜻이다. 요소 명제는 사태를 그리며, 명제는 사실을 그린다.
명제는 사실을 그리는 한에서 뜻이 있다. 이 때 한 명제가 한 사실에 대한그림이기 위해서는 그 둘은 반드시 논리적 형식을 공유해야 한다. 우리가 의미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림 관계(모사 관계)에 있는 명제들뿐 이다. 그 외에는 뜻을 결여하거나 무의미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ꡔ논고ꡕ의 대답은 다음의 중요한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ꡔ논고ꡕ의 존재론과 그림 의미 이론의 관계가 어떠하냐 하는 점이다. 가령 어느 쪽이 더 근원적인가? 또는 비트겐슈타인은 어떻게 ꡔ논고비트겐슈타인 ꡔ논리철학논고ꡕ 5ꡕ의 존재론에 도달했는가? 둘째, 비트겐슈타인은 세계가 사실들로 이루어져 있고, 다시 사실은 사태들로, 그리고 사태는 대상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명제들로 이루어져 있고, 명제는 요소 명제들로, 그리고 요소 명제는 이름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파악은 “분석”의 개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렇다
면 비트겐슈타인이 의도하는 “분석”의 개념이란 무엇인가?

어쨌든,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예컨대 “비가 온다”라는 명제는 한편으로는 일종의 명제 기호로서 물리적이거나 현상론적 존재로서 하나의 사실이기 때문에 뜻을 지닐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태나 사실과 논리적 형식을 공유하는 그림이기 때문에 뜻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음 (Ⅱ)에 대한 이러한 대답은 중요한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즉 어떤 명제는 일종의 명제 기호일지라도 뜻을 지니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명제는 “비가 온다”라는 뜻을 지닌 표현을 포함하고 있을지라도 뜻을 지니지 않을 수가 있다. 예컨대,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이다” 가 그것이다(참조: 4.461).
따라서 다음의 물음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Ⅲ) 왜 어떤 명제는 뜻 있는 명제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뜻을 지니지않는가?

비록 물음 (Ⅲ)이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었을지라도, 이 물음에서 의도된 명제는 분명하다. 즉 동어반복과 모순이 그것이다. 전자는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이다”와 같은 명제이고, 후자는 “비가 오고 오지 않는다”와 같은 명제이다. 물음 (Ⅲ)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대답은 진리 함수 이론을 통해 주어진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뜻 있는 명제들은 모두 요소 명제들에 대해서 어떤 조작을 가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뜻있는 명제들은 요소 명제들의 진리 함수이다. 마찬가지로, 동어반복이나 모순도 요소 명제들의 진리 함수이다. 즉 동어반복과 모순은 둘 다 요소 명제들의 진리 함수라는 점에서(또는 명제의 일반 형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뜻 있는 명제와 유사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사실에 대한 그림이 아니다.
왜 동어반복과 모순이 사실에 대한 그림일 수 없느냐 하는 점은 그 명제들의 성격과 본질을 해명하는 데서 밝혀진다.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동어반복과 같은 논리학의 명제들은 세계에 속하는 사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세계의 골격을 묘사한다.”(6.124) 그리하여 이러한 명제들은 무의미한(unsinnig, nonsense) 명제가 아니라, 뜻을 결여하는(sinnlos) 명제이다.
이와 함께 ꡔ논고ꡕ에서 물음 (Ⅲ)에 대한 대답은 명제의 일반 형식을 제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동어반복과 뜻 있는 명제, 그리고 모순은 명제의 일반 형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동어반복과 모순은 뜻 있는 명제와는 달리 뜻을 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답은 최종적으
로 다음의 중요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Ⅳ) 왜 요소 명제들의 진리 함수가 아닌 명제들은 뜻을 지니지 않는가? 또한 이 명제들의 성격이 상이할 수 있다면 어떻게 상이한가?

이 물음에서 중요한 것은 비트겐슈타인이 어떤 명제를 “요소 명제들의 진리 함수가 아닌 명제들”로 간주했느냐 하는 점이다. 몇 가지 분명한 경우가 있다. 즉, 윤리학의 명제와 미학의 명제가 그러한 명제인데, 이것들은 세계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또는 윤리학과 미학은 초월적이기 때문에 무의미하다(참조: 6.41, 6.42, 6.421).
반면에 나머지 다른 종류의 명제들은 그 점이 불분명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수학의 명제, 확률 명제, 일반 명제, 명제적 태도를 나타내는 명제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각각 물음 (Ⅳ)과 관련하여 미묘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불러일으키며, 이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ꡔ논고ꡕ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물음 (Ⅰ)-(Ⅳ)에 대한 대답이 고찰되면, 우리는 ꡔ논고ꡕ의 주요한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ꡔ논고ꡕ의 가장 큰 매력 중의 하나는 아마도 “반전의 미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예술성에 있다.
처음에 제시되었던 여러 핵심적인 주장들과 주요 개념들은 끝 부분으로 가면서 여지없이 뒤집혀 버린다. 그 대표적인 것은 “세계”의 개념이다. 처 비트겐슈타인 ꡔ논리철학논고ꡕ 7음에는 “일어나는 일, 사실들의 총체로서의 세계”는 객관적으로 주어진 세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그것은 주관적이며 유아론적인 세계라는 것이 판명된다. 또한 ꡔ논고ꡕ의 “사다리 비유”는 매우 유명하다. 비트겐슈타인은 “사다리를 딛고 올라간 후에 그 사다리를 던져 버려야 하듯” ꡔ논고ꡕ에서 자신이 제시한 명제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한다(참조: 6.54).

제1부 ꡔ논고ꡕ의 저자와 구성 체계


Ⅰ.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와 저작1)
1929년 저명한 경제학자 케인즈가 보낸 한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신이 도착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또 누가 도착했기에 케인즈는 “신”이라는 말을 했을까? 비트겐슈타인이었다. 젊은 시절 ꡔ논리철학논고ꡕ라는 불후의 저작을 완성하고, 모든 철학의 문제를 해결했노라고 선언한 그가 10여 년의 수많은 방황을 접고 케임브리지로 돌아왔던 것이다.
무엇을 위해? 다시 철학을 하기 위해. 동성애자라고 밝혀져 한때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20세기가 낳은 그 위대한 철학자가 다시 철학적 문제와 싸우기 위하여 돌아온 것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 Wittgenstein)은 1889년 4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비트겐슈타인의 집안은 매우 특별했다. 그의 아버지는 “오스트리아의 카네기”라고 알려질 만큼 오스트리아 철강 산업의 대부호였다. 말하자면 루트비히는 그의 네 형과 세 누나와 함께 “재벌 2세”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가정 환경은 천박한 “졸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 칼 비트겐슈타인은 유태인의 후손이지만 부친을 따라 개신교를 믿었으며, 탁월한 경제 평론가이자 음

1)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에 대해 간략하게 또는 상세하게 소개한 다음의 저작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김여수, 「비트겐슈타인의 이해를 위한 소묘」, 분석철학연구회 편, 비트겐슈타인의 이해 , 서광사,1983, 7-34쪽; 김여수 지음, 언어와 문화 , 127-152쪽; 레이 몽크,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천재의 의무 1, 2 , 남기창 옮김, 문화과학사, 1998; 박영식, 「비트겐슈타인, 그 사람과 언어」, 한국분석철학회 편, 비트겐슈타인과 분석철학의 전개 , 철학과 현실사, 1991, 11-23쪽; 이명현, 「비트겐슈타인: 그의 삶과 사상」, 이명현 지음, 이성과 언어 , 문학과지성사, 73-88쪽;존 히튼․주디 그로브스, 비트겐슈타인 , 이두 글방 옮김, 이두아이콘 총서 4; 쿠르트 부흐테를․아돌프 휘프너, 비트겐슈타인 , 최경은 옮김, 한길사; 폰 리히트,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적 소묘」, 엄정식 편역, 비트겐슈타인과 분석철학 , 서광사, 1983, 33-56쪽.


악 애호가였다. 그의 어머니 레폴딘 칼무스는 카톨릭 신자였고 음악을 남달리 사랑했으며 음악적 재능도 매우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음악에 대한 이러한 극진한 애호 아래, 브람스, 말러, 피아니스트 요하임, 지휘자 발터 등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이 호화스러운 비트겐슈타인 궁에 모여들어 많은 연주회가 열렸다. 이러한 예술적 분위기는 비트겐슈타인 형제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나중에 모두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큰 형 한스는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었고, 셋째 형 쿠르트는 첼로를, 그리고 넷째 형 파울은 피아노를 연주하였다. 특히 파울은 1차 대전에서 오른 손을 잃고 왼 손만으로도 피아노를 연주했던 천재적 피아니스트라고 알려져 있다. 형제 중에서 가장 음악적 재능이 떨어진다는 루트비히도 클라리넷 연주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특히 웬만한 소나타 정도는 휘파람으로 불 수 있었는데, 나중에 주위 사람들과 제자들이 이런 휘파람 연주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부유하고 행복한 가정에 불행이 닥치기 시작한다. 아버지 칼 비트겐슈타인은 청교도적 윤리를 지닌 자본가로서 그의 아들들이 가업을 잇기를 희망했다. 반면에 그의 아들들은 모두 예술적 감수성이 남달리 깊었고, 그러한 산업사회의 기업가의 의무를 다하며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결국 큰아들 한스의 자살로 이어진다. 루트비히 나이 13세 때였다. 2년 후 둘째 형 루돌프가 자살한다. 그리고 1차 대전 중 셋째 형 쿠르트가 자살한다. 루트비히는 낙원에서 쫓겨나듯, 행복과 환희가 사라진 이러한 실존적 상황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가 죽음과 삶, 자살, 그리고 세계와 신에 대해서 수많은 실존적인 물음을 던졌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당시 부유한 집안이 그랬듯이 다른 형제나 누이들과 같이 14세까지는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비트겐슈타인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음악뿐만 아니라 기계에 남달리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 모형 비행기와 재봉틀을 만들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만년에도 이러한 관심은 지속되었는데, 몇 시간씩 박물관에 전시된 증기 기관을 관찰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재질과 관심에 따라15세부터 3년간 린츠에 있는 실업 고등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우연하게도, 이 학교에는 히틀러가 다니고 있었다), 1906년 독일에서 가장 유명했던, 베를린에 있는 공과 대학에 입학하였다.
이어서 비트겐슈타인은 1908년에서 1911년까지 영국 맨체스터 공과대학에서 항공공학 연구에 매달린다. 그는 대기 상태를 연구하기 위하여 연으로 실험하기도 했고, 특히 제트 엔지 설계에 몰두했으며 프로펠러 설계로 특허를 따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이후에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항공공학에 대한 연구가 깊어질수록 관련된 이론에 대한 연구가 불가피했던 까닭이다. 그의 관심은 항공공학에서 유체 역학 이론으로 나아간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응용 수학과 순수 수학에 관심을 지니게 되
었고, 급기야는 수학 기초론과 수학 철학, 그리고 논리학에로 관심이 바뀌게 되었다.
그러던 중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일생에 결정적인 사건을 맞게 된다. 즉비트겐슈타인이 우연히 러셀의 ꡔ수학 원리ꡕ를 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논리학과 철학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다. 보고하는 바에 따르면, 비트겐슈타인이 러셀을 만나 논리학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11년 가을이었다. 당시 러셀은 무어와 함께 영국 철학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ꡔ수학 원리ꡕ의 출판과 더불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었다. 러셀과 무어는 비트겐슈타인의 비범한 능력과 열정에 깊이 매료되었다. 러셀은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이 알고 있던 천재의 가장 완벽한 전형이라는 말까지 한다. 보고하는 바에 따르면, 1년 후 러셀은 더 이상 비트겐슈타인에게 가르칠 것이 없고 더구나 그가 자신을 앞서 가고 있다고 느꼈다.
1913년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철학적 문제와 싸우기 위해서 노르웨이의 바닷가에 스스로 오두막집을 지은 후 혼자 지낸다. 그런데 이러한 은둔도 잠시, 1914년 1차 대전이 발발한다. 그는 탈장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받은 상태였지만, 자원 입대하여 처음에는 오스트리아 육군의 사병으로, 그리고 2년 후에는 장교 훈련을 받고서 장교로 참전했다. 그러나 1918년 8월 그는 이탈리아 군의 포로가 되어 1년 동안 포로 수용소에 수감된다.
그런데 그가 포로로 수감되었을 때 그의 배낭에는 전쟁 중에 틈틈이 계속적어놓았던 ꡔ논리철학논고ꡕ의 원고가 들어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비트겐슈타인의 실존적 고뇌와 철학적 문제는 삶과 죽음이 넘나드는 참혹한 전쟁의 공포와 절망 속에서 구체화되고 해결되었던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 원고를 포로 수용소에서 최종적으로 완성한다. 이 후 1921년에 러셀의 주선을 받아 ꡔ논고ꡕ는 출판되었다.
그런데 1913년에 비트겐슈타인의 아버지가 별세했다. 비트겐슈타인이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어 오스트리아로 돌아온 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은 상속받은 막대한 유산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 유산을 릴케, 핵커와 같은 가난한 문인들을 위한 기금으로, 또 형제 자매들에게 모두 나누어주었다. 그 이후로 그는 극도로 단순하고 검약한 생활을 하였다. 보고하는 바에 따르면, 그가 넥타이에 정장 차림을 한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고, 그의 방에는 침대, 책상, 의자 등 기본적인 몇 개의 가구만 있었다고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ꡔ논고ꡕ에서 철학적 문제들을 “궁극적으로 해결했다”고 선언했고 또 그렇게 믿었다. 이제 그에게는 그저 사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그는 쓸모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1919에서 1920년까지 일종의 교육대학(교사연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시골에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교사 생활은 약 6년간 이어졌는데, 마을 사람들과의 알력과 같은 이런 저런 문제로 결국 교사 생활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에 그는 수도원의 정원사 조수로 일하다가 잠시 조각을 하기도 하고 그 다음에 그의 누나의 부탁으로 누나의 저택 건축 작업에 착수한다. 이 건물은 설계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비트겐슈타인의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세심하게 지어진 건물인데, 장식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신에 엄격성, 정확성, 그리고 경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 건물의 건축 양식이 ꡔ논고ꡕ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이렇듯 정처 없는 방황은 1929년에 막을 내린다. 그가 ꡔ논고ꡕ가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이 당시 램지와 케인즈가 그를 계속 찾아와서 토론을 벌이고 또 철학에 복귀할 것을 간절히 권유한다. 비엔나 학파의 슐리크와 바이즈만과의 토론도 그가 철학에 복귀해야겠다는 결심을 재촉하였다. 특히 수학 기초론과 관련된 브라우어의 강연은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929년에 그는 케임브리지로 돌아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연구생으로 다시 등록했다. 그러나 이미 그는 ꡔ논고ꡕ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져 있었으므로, ꡔ논고ꡕ를 박사학위논문으로 삼아 학위를 취득하였고, 곧바로 강의를 하게 된다.
케임브리지로 돌아온 후,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은 중요한 전환을 맞는다.

비로소 그의 독창적인 철학이 싹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독창적인 사유는 ꡔ논고ꡕ(TLP)의 오류를 정확하게 비판하는 작업으로 시작되었다. ꡔ철학적 고찰ꡕ(PR), ꡔ철학적 문법ꡕ(PG), ꡔ비트겐슈타인과 빈 학파ꡕ(WVC)는 ꡔ논고ꡕ에 대한 바로 그러한 철저한 반성과 비판을 읽을 수 있는 저작이다. 이러한 반성과 비판을 거친 후에 그의 독자적인 사상은 1933-4년에 구술되어 완성된 ꡔ청갈색책ꡕ(BBB), ꡔ수학의 기초에 관한 고찰ꡕ(RFM), ꡔ심리 철학에 관한 고찰ꡕ(RPP)에서 서서히 윤곽이 제시된다. 이러한 노력은 미완성으로 끝나고 사후에야 출판된 ꡔ철학적 탐구ꡕ(PI)에서 집약된다.
비트겐슈타인은 1929년에서 1947년까지 대부분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지냈다. 그 사이에 2차 대전이 발발한다. 그는 1차 대전 때와 마찬가지로 참전했으며, 이번에는 병원에서 조수로 복무했다고 한다. ꡔ철학적 탐구ꡕ를 완성하려는 그의 노력은 참으로 처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그는 1937년 한 해를 노르웨이 오두막집에서 은거하기도 했다.
1947년에 그는 ꡔ탐구ꡕ를 완성하기 위하여 교수직을 사임하고, 아일랜드의 서해안 오두막집에서 은둔한다.
비트겐슈타인은 1951년 4월 29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철학을 향한 그의 집념은 놀라운 것이었다. ꡔ확실성에 관하여ꡕ는 그가 죽기 며칠 전까지 하루하루 쓴 철학일기이다. 이 작은 저작은 그의 철학의 깊이와 집념이 어떠했는지를 그대로 말해주는 걸작이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 저작만큼 깊은 감동과 당혹스러움을 안겨주는 말이 있다. 주치의로부터 이제 살날이 며칠밖에 안 남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해주세요, 나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입니다(Good, Tell them I've had a wonderful life).”

Ⅱ. ꡔ논고ꡕ의 구성과 내용
1. ꡔ논고ꡕ의 구성
ꡔ논고ꡕ는 아주 짧은 함축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ꡔ논고ꡕ에 특이한 것은 각각의 명제들에 일련의 번호가 매겨져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명제는 1-7인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세계는 일어나는 일들의 총체이다.
2 일어나는 일, 즉 사실은 사태들의 존립이다.
3 사실들의 논리적 그림이 사고다.
4 사고는 뜻을 지닌 명제이다.
5 명제는 요소 명제들의 진리 함수이다. (요소 명제는 자기 자신의 진리 함수이다.)
6 진리 함수의 일반적 형식은 [ p, ξ , N( ξ ) ]이다. 이것이 명제의 일반적 형식이다.
7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는 침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ꡔ논고ꡕ의 마지막 명제 7을 제외해서, 각각의 명제에 대해 더 상세한 논의가 제시된다. 가령 1 다음에 이어지는 명제는 1.1, 1.11, 1.12, 1.13,1.2, 1.21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러한 일련의 번호 매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십진법 수[소수]들은 개별 명제들의 번호로서, 그 명제들의 논리적 무게, 즉 나의 서술 속에서 그 명제들이 지니는 힘을 암시한다. n.1, n.2, n.3 등의 명제들은 n번 명제에 대한 진술들이다; n.m1, n.m2 등의 명제들은 n.m번 명제들에 대한 진술들이다; 그리고 나머지도 같은 식으로 계속된다.(35쪽)
그러나 위의 비트겐슈타인의 언급과 같이 ꡔ논고ꡕ 전체에서 소수들이 “논리적 무게[중요성]”에 따라 부여되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먼저 위의 7개의 명제와 같이 소수점이 없는 명제를 간단히 (ꡔ논고ꡕ의) “상위명제”라고 부르고, 그 밑에 놓이는 소수점이 있는 명제를 간단히 “하위명제”라고 부르기로 하자. ꡔ논고ꡕ를 통틀어 볼 때, 어떤 경우에는 하위 명제가 상위 명제만큼 논리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눈에 띈다(예컨대, 4.1212). 어쨌든, 우리는 위의 인용으로부터 ꡔ논고ꡕ의 체계가 어떤 형식 체계나 수학 체계와 같이 공리들로부터 정리들을 도출해내는 그러한 체계가 아니라는 점과, 특히 위의 상위 명제들이 “공리”들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 ꡔ논고ꡕ의 구성에 따른 내용
서론에서 우리는 ꡔ논고ꡕ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핵심적 물음 4가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이 각각의 물음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대답에 맞추어 ꡔ논고ꡕ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아마도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먼저 위의 4가지 물음을 정리해 보자.
(Ⅰ) 말할 수 있는 것(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Ⅱ) 어떻게 명제는 뜻을 지닐 수 있는가?
(Ⅲ) 왜 어떤 명제는 뜻 있는 명제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뜻을 지니지 않는가?
(Ⅳ) 왜 요소 명제들의 진리 함수가 아닌 명제들은 뜻을 지니지 않는가? 또한 이 명제들의 성격이 상이할 수 있다면 어떻게 상이한가?
물음 (Ⅰ)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음 (Ⅱ)에 대답해야 한다. 비트겐슈타인이 물음 (Ⅱ)에 대해 제시한 대답은 (ⅰ) “명제가 하나의 사실이기 때문에”와 (ⅱ) “명제가 그림일 수 있기 때문에”이다. 대답 (ⅰ)과 (ⅱ) 가 체계적으로 제시되기 위해서는, “존재론”에 관한 해명이 먼저 주어져야 한다. ꡔ논고ꡕ의 1번대 명제는 “존재론”에 대한 매우 간략하고 개괄적인 해명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존재론에 대한 서술은 2번대 명제에서, 비트겐슈타인 ꡔ논리철학논고ꡕ 152.063번 명제까지 더 상세하게 개진되고 있다.
1-1.21
1번 명제는 “세계는 일어나는 일들의 총체이다”이다. 이에 따라 여기에서는 ꡔ논고ꡕ의 존재론에 대해서 매우 간략하게 서술된다. 특히, “세계”와 “사실”들에 대해서 논의된다. 세계는 일어나는 일들의 총체이며(1), 세계
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1.1). 세계는 사실들로 나뉜다(1.2).
2-2.063
2번 명제는 “일어나는 일, 즉 사실은 사태들의 존립이다”이다. 이에 따라 여기에서는 ꡔ논고ꡕ의 존재론이 좀더 상세하게 서술되고, 그림 이론에 대해서 그 개요가 처음으로 제시된다. 존재론 부분에서는 한편으로는 “대상”이 다루어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태”와 “사실”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림이론에서는 어떻게 해서 명제가 그림일 수 있느냐 하는 점과 명제의 뜻과 진리치에 대해서 논의되고 있다. 이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ⅰ) 2.01-2.0141: 여기에서는 먼저 “대상”과 “사태”의 관계(더 넓게는 “대상”과 “사실”이나 “상황”과의 관계)가 논의되고 있다. 일어나는 일, 즉 사실은 사태들의 존립이다(2). 사태는 대상들(존재물들, 사물들)의 결합이다(2.01). 사물에 본질적인 것은, 한 사태의 구성 성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2.011). 모든 사물 각각은 말하자면 가능한 사태들의 공간 속에 있다. 이 공간을 나는 텅 비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사물을 그 공간 없이 생각할 수는 없다(2.013). 대상들은 모든 상황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
다(2.014).
(ⅱ) 2.02-2.0272: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ꡔ논고ꡕ의 존재론이 서술되고 있다. 대상은 단순하다(2.02). 대상들은 세계의 실체를 형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들은 합성적일 수 없다(2.021). 덧붙여 말하자면: 대상들은 색깔이 없다(2.0232). 실체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느냐와 독립해서 존립하는 것이다(2.024). 그것은 형식이며 내용이다(2.025). 공간과 시간과 색깔(채색성)은 대상들의 형식들이다(2.0251). 오직 대상들이 존재할 때에만 세계의 확고한 형식이 존재할 수 있다(2.026). 확고한 것과 존립하는 것과 대상은 하나이다(2.027). 대상은 확고한 것, 존립하는 것이다; 배열은 변하는 것, 비영속적인 것이다(2.0271). 대상들의 배열이 사태를 형성한다(2.0272). 그러면서 2.0211-2.0212에서 세계와 왜 어떤 실체를 지녀야만 하는지 그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ⅲ) 2.03-2.063: ꡔ논고ꡕ의 존재론이 간략하게 마무리된다.
다음으로, 비트겐슈타인은 어떤 의미에서 명제가 사실에 대한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다시 말해서 “그림 이론”을 개괄적으로 제시하고있다. 이를 통해서 물음 (Ⅱ)에 대한 대답 (ⅱ)가 모색된다.
2.1-2.225
2.1번 명제는 “우리는 사실들의 그림들을 만들어 낸다”이다. 이에 따라 여기에서는 ꡔ논고ꡕ의 그림 이론이 제시된다.
(ⅰ) 2.1-2.19: ꡔ논고ꡕ의 그림 이론이 논의된다. 여기에서는 그림의 역할, 그림의 성격, 현실의 그림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논의된다.
(ⅱ) 2.2-2.225: 여기에서는 ꡔ논고ꡕ의 그림 이론이 논의되는데, 특히 명제의 뜻, 참-거짓에 관해서 논의된다.
3번대 명제들에서 비트겐슈타인은 물음 (Ⅱ)의 대답 (ⅰ)을 제시한다.명제가 하나의 사실인 까닭은 명제는 일종의 기호, 즉 명제 기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기호”와 “상징(표현)”을 구분한다. 명제는 한편으로는 물리적이거나 현상론적 존재자인 명제 기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징으로서의 명제”이다. 뿐만 아니라 3번대 명제들에서는 “완전한 분석”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제시된다.
3-3.5
3번 명제는 “사실들의 논리적 그림이 사고다”이다. 여기에서는 먼저 “논리적으로 사고하기”에 대해 서술되고 나서(3.001-3.05), 명제 기호
(3.1- 3.144), 단순 기호, 이름, 원초 기호, 복합체, 완전한 분석
(3.2-3.263), 기호와 상징, 명제 변항, 오캄의 격률, 러셀의 유형 이론, 정
의(3.3-3.3442)가 다루어지고, 명제와 논리적 공간의 관계, 그리고 사고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제시된다(3.4-3.5).
4번대 명제들은 1-3번대 명제들을 심층적으로 재조명하고 이를 더욱 확장함과 동시에, 물음 (Ⅲ)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언어에 대한 정의가 제시된 후에 “언어 비판”으로서의 철학 개념이 최초로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논리적 형식”에 대해서 보다 더 자세하게 논의하면서, 그림 이론에 대해 보다 상세한 논의가 제시되고, “말할 수 없는 것(보여질 수 있는 것)”의 개념이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러한 작업은 “내적 속성”과 “형식적 속성”, 그리고 “형식적 개념”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면서 “단순 상징”, “요소 명제”, “등식”에 대한 표기법에서 일단락 된다. 그 다음에 진리표가 도입되고, 이와 함께 “진리 함수 이론”이 제시되고 “일반적인 명제 형식”이 제시됨으로써, 물음 (Ⅲ)에 대한 대답이 모색된다.
4-4.53
4번 명제는 “사고는 뜻을 지닌 명제이다”이다. 여기에서는 그림 이론이심층적으로 재조명되고 확장된다. 그 다음에 진리 함수 이론이 제시된다.
(ⅰ) 4-4.0641: 먼저 간략하게 일상언어와 철학에 대한 소견이 제시된다(4.001-4.0031). 그 다음에 명제는 현실의 그림이며, 이는 현실과 명제가 동일한 논리적 구조나 형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비유적으로 설명된다(4.01-4.016). 그 다음에 명제가 현실의 그림인 두 번째 이유가제시된다. 이와 함께 명제의 뜻에 대해서 논의되며, 한 명제를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가 논의된다(4.02-4.027). 그 다음에는 기호들, 특히 이름은 대상들을 대표하지만, 논리적 상항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장된다(4.03-4.032). 또한 명제가 현실의 그림이기 위해서는 양자가 동일한논리적 다수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 주장된다(4.04-4.0412). 그 다음에 명제의 참-거짓에 대해서 논의된다(4.05-4.0641).
(ⅱ) 4.1-4.128: 명제는 사태의 존립과 비존립을 묘사한다(4.1). 참된 명제들의 총체가 전체 자연 과학(또는 자연 과학들의 총체)이다(4.11).
(ⅲ) 4.111-4.116: 철학과 자연과학의 관계, 철학의 목적, 인식론에 대해서 논의된다.
(ⅳ) 4.12-4.128: 논리적 형식은 보여질 수 있을 뿐 말할 수 없다는 것
이 주장된다.

------------<본문;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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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ꡔ철학사상ꡕ 별책 제2권 제14호 2003년 5월 8일
*pdf문서를 텍스트화 하면서 『』는 ꡔ ꡕ로 표기되었습니다.

또한 문서의 다른부분도 혹시 틀린표기법이 있을 수 있으니 인용을 하실때는 반드시 첨부한 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원서

 

첨부파일 WITTGENSTEIN IN PRACTICE Wittgenstein.pdf

 

첨부파일 reid - Wittgenstein's Ladder.pdf

첨부파일 Philosophical Investigations Wittgenstein.pdf

 

첨부파일 Ludwig.Wittgenstein.-.Philosophical.Investigations.pdf

 

첨부파일 John Warwick Montgomery - Tractatus Logico-Theologicus.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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