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기 힘들다>
김다올
요즘 기분이 안 좋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진정이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머리에 생각이 많은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중요한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해봐도 얼마 못 가서 다시 백지 아닌 백지상태가 된다. 딱히 뚜렷한 무언가를 생각하는 건 아니고 옛날 생각이나 남과 나를 비교하며 시간을 보낸다.
모르겠다와 짜증이 나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근데 난 정말 몰라서 모르겠다고 하는 게 아니고, 진짜 짜증이 나서 짜증이 난다고 하는 게 아니다. 말하기 귀찮거나 생각 정리가 안 되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다. 생각이 어렵다. 나랑 다른 사람이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하지만 그게 제일 고민할 게 많다. 남의 눈치도 봐야 하고 배려도 해야 한다. 장난이랑 무례함을 구분해서 말하기도 참 어렵다.
그렇다고 학교에 오기 싫은 건 아니다. 집에 가고 싶을 정도로 힘든 것도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학교에 있겠지만 그 고민 탓에 학교가 싫어지진 않는다. 그 고민으로 좀 나아진 것도 있다. 짜증을 공감해줄 상대가 없으니 혼자 풀 수 있는 법을 배운 것 같고, 짜증이 나도 사소한 건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수학을 푸는 법이나 악기를 다루는 법처럼 눈에 띄는 성장이면 더 좋았겠다. 한 학기 동안 내가 이런 점에서 성장했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학교에 다니며 이렇게 성장했다. 근데 집에서 나는 제자리다. 오히려 엄마와 동생에게 더 짜증을 내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완전한 내 편이 없으니 가족에게 돌아와 내 편을 들어달라고 떼를 쓴다. 가족이 조금이라도 남을 이해하려는 거나 내가 말하는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면 난 화를 낸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하다. 나만 힘들었다고, 내 얘기만 들어달라고 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좋아 보이지 않을 거다.
새로운 사람 적응하기도 힘든데 계속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 언젠가부터는 이게 친해지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오니까 오고, 같이 있으니까 같이 있다. 가면 갈수록 싫어하는 사람도 늘고 좋아하는 사람도 는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해주는 법을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이 다 나를 안 좋게 볼까 봐 걱정되고 이미 안 좋게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이런 생각이 들수록 무언갈 해야 할 것만 같은데 제대로 못 하면 더 안 좋아 질 것 같다. 그래서 무언갈 하는 것도 그만둔다. 변명만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남의 시선을 생각할수록 가족에게 못되게 군다. 학교에서는 계속 머리 아프게 고민해야 하는데 집은 다 내 말을 들어주니까.
성장을 하는 건지 더 멍청해지는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