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활동은 많은데 기록되어지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의 생각들을 담아낼 필요가 있는건 아닌지 고민해 봅니다. 다양한 실천의 과정을 담은 진한 이야기, 마을의 역사가 그리고 개인의 역사되는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칼럼을 시작합니다. '강북마을칼럼'은 화자가 화자를 선정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됩니다.
마을에서의 글쓰기 그리고 기록과 공유
SNS 그 이름도 위대한 이분 덕에 부담스러운 마주하기를 하지 않아도 손가락하나면 해결 될 일이 많아졌고 다수의 사람들과 실시간의 정보공유 역시 흔한 일상이 되었다.
마을에서 활동 좀 한다는 사람들은 보통 10개 이상의 단톡방(심지어 50개가 넘는 사람도 봤다)이 울려댄다.
휴가라도 며칠 다녀오면 수백 개가 넘는 메시지들을 대충 훌터보는 것만으로도 소화장애를 유발한다. 나 역시 그것에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진한 글쓰기에 대한 아쉬움과 답답함이 따라다닌다. 매일 등장하는 준말과 은어 덕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써 내려가던 문장들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크게 마음먹고 긴 문장을 날려 봐도 싸늘한 반응이거나 긴 문장을 읽어내기가 힘들다. 편리함과 정보공유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자꾸 목에 걸린다. 특히 마을에서 가능한 기록과 교감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마을이란 단어가 익숙해지고 마을공동체, 마을교육, 마을경제와 같은 공존과 상생의 시도들이 마을 속에서 자라고 있다. 이와 관련한 수많은 홍보물과 정보들이 수시로 ‘톡톡’거리고 매일 매일 수많은 회의가 하루를 대신하기도 한다. 말과 글은 넘쳐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지금을 제대로 응시하고 다음을 상상하고 이전의 시간을 기록해볼만한 글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료와 결과물은 넘쳐나되 과거, 현재, 미래의 사유들은 생략되거나 잊혀 질 것만 같다. 공모사업으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과장된 결과 보고서, 정산서, 홍보물, 사진자료만으로는 삶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내용의 생각과 논의들이 각 자의 언어로 기록되고 공유되지 못한다면 우리가 지키려는 것, 우리가 만들어가려는 과정들의 역사는 파편적인 기억으로만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치구와의 협치를 논의하는 마을모임의 첫 자리에서 생뚱맞은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
왜 우리 강북에는 활동과 행동과 회의와 논의는 참 많은데 다양한 실천의 과정을 담은 진한 이야기(글)이 잘 보이지 않을까? 마을의 역사로 그리고 개인의 역사로 기록되고 공유될 만한 진한 이야기들이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 마을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담고 나눌 수 있는 글쓰기 릴레이를 제안했었고 이 제안이 즐거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제안한 사람이 먼저 해야 하는 업계(?)의 상식을 존중하며 내가 먼저 글쓰기를 시작해본다.
- 결과보고서나 평가서에서는 절대로 담아낼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글쓰기를 제안한다.
- 마을의 삶과 일상에서, 개인과 집단에서 매일 매일 펼쳐지고 있는 진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글쓰기와 공유를 제안한다.
- 마을과 공동체라는 이름아래서 묻혀가는 개인의 욕망, 개인의 표현, 개인의 사유와 역사를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글쓰기를 제안한다.
글쓰기 릴레이이기에 다음 글쓰기의 주인공을 당당하게 추천한다.
올 해 시민협력플랫폼에서 온갖 일과 지원과 참견을 마다하지 않으며 본인의 온전한 일상에 반 이상을 반납해버린 김혜신 활동가의 진솔한 글쓰기를 추천한다.
가능하면 업무 이야기가 아닌 온전한 김혜신 만의 이야기를 담고 나눌 수 있는 글쓰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