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예술창작소 웹진에 다시음미 소개가 올라갔습니다.
다시음미의 활동 내용들과 공간을 소개합니다^-^
[2019년 신규 마을예술창작소 특집]
‘다시 음악과 미술로’
글 : 수리야(마을예술네트워크)
사진 : 실비(공간 릴라), 다시음미
올해 마을예술창작소에는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는 공간들이 선정됐다. 그중 강북구에 있는 대안학교 ‘다시, 학교’가 눈에 띄었다. 학교와 예술은 언제나 긴밀한 관계가 있다. 그 관계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다시, 학교’를 찾았다. ‘다시, 학교’의 예술 프로그램을 모아 마을예술창작소 <다시 음악과 미술로(이하 다시음미)>가 탄생했다. 다시음미는 조성진, 홍정인 두 분이 함께 운영하시는데 이날 웹진 팀을 맞아준 분은 조성진 선생님이었다.
:: <다시음미>의 조성진 선생님
<다시음미>의 활동에는 두 명의 초등학생이 선생님들과 함께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두 아이는 작년부터 리코더 합주를 연습해온 마을 사람들과 합류해 지난 5월 ‘재미난 리코더 연주회’에 참여했다. 조성진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리코더 수업 시간 외에도, 매주 마을 카페에서 마을 사람들(성인)과 함께 리코더 모임을 하고 있는데 이들도 연주회에 합류했다. 또 어린 시절부터 리코더를 배워 어느덧 10년 차가 된 지역의 청소년 리코더 모임도 함께했다. 이렇게 다양한 세대의 팀들이 모여 연주회가 열렸다.
“이번 연주회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세대와 섞여서 음악을 하는 경험을 하게 돼 참 좋다고 느꼈어요. 이런 경험이 발판이 돼서 아이들이 마을에서 살아가고, 마을에서 꿈의 기반을 찾고 성장해 사회로 나아갔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는 경험이 좋은 삶을 만든다고 믿고 있어요.”
조성진 선생님은 공연 마지막에 다 함께 ‘옹달샘’을 합주했던 순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즉흥 앵콜이라서 정해진 것이 없으니 자기가 불고 싶은 파트를 불자고 이야기하고는 바로 연주를 시작 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타인의 연주를 살피며 자기 파트를 찾아가더라고요. 기본적인 규칙, 그러니까 악보를 읽는 법을 익히고 기본 연습만 해두면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했어요.”
:: <다시음미>가 함께 참여한 ‘재미난 리코더 연주회’ 현장
<다시음미>의 또 다른 운영자인 홍정인 선생님은 미술활동으로 아이들과 함께한다. 파스텔 나고미 아트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그림이 공간 한쪽에 가지런히 전시돼 있었다. 파스텔화는 경계가 없는 그림이고 누구나 마음껏 그려도 아름다운 그림이라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고 한다. 기술적 숙달이 없더라도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고, 좋아하게 되니 더 집중하고 집중하니 그림이 늘었다.
:: 홍정인 선생님과 아이들이 즐기는 ‘파스텔 나고미 아트’
<다시음미>에는 3개의 방이 있는데, 그중 작은 방 하나는 작은 도서관이다. 원래 사무실로 쓰다 다른 방으로 짐을 옮기고 마련한 공간이다. 누군가 찾아오면 조용하고 안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책을 보며 편히 쉬고 생각하기 위해 만들었다.
:: 좌식으로 꾸민 ‘작은 도서관’
:: ‘다시, 학교’ 시간표
:: 공부방
<다시음미>는 마을예술창작소가 되면서 지역 관계망과 접점도 생겼다. 강북구 자생단이 지역에서 공공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를 열었고, <다시음미>도 초청을 받았다. 조성진 선생님은 한때 다른 지역의 대안학교에서 근무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학교를 졸업하면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요. 다른 지역에서 이 학교에 다니기 위해 온 것이라, 이 지역에 거점이 없었거든요. 아이들과 쌓았던 관계망이 졸업 후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했어요. 지역 관계망과 연결되고, 한 사람의 삶이 그 안에서 연속성을 지니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요. 그래서 우리가 마을예술창작소를 계기로 지역 관계망과 연결돼 참 좋아요. 우리 같은 지역 공간이 자생성을 가지고 학생들과 오래 만나려면 이런 관계망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조성진 선생님이 선생님으로서 해보고 싶은 다양한 시도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
“청소년들이 읽어볼 만한 동양 고전 구절들로 수업을 구성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순자의 음악론이 있는데요, 현대인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조금 달라요. 음악의 사회성에 대해 고민한 학자였죠. 순자는 음악은 사회적이며 함께할 힘을 만드는 것이라고, 그래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했죠. 한번은 청소년들과 이 구절을 같이 읽고, 순자의 책에서 말하는 음악과 아이들이 생각하는 음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어요. 3~4명씩 모여 앉아 토론하고 발표하니 참 좋았어요. 저는 고전을 좋아하니 고전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아이들에게 토론의 장, 판을 깔아주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경계 교육’을 아이들과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물리적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타인의 경계를 함부로 침해하면 안 된다는 교육이다. 몸을 부딪쳤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고, 상대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충분히 혼자 두며 생각의 과정을 존중해주는 것 같은 내용이 담긴다. 상대의 동의를 구하고, 서로의 경계를 지키며 함께 지내는 방법을 연습한다. 앞으로는 학교 과정을 중등까지 넓힐 생각이다. 과정을 넓히게 되면 무학년제도 생각해보고 있다. 특히 예술 과정은 학년과 관계없이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분야다. 그래서 학년은 나뉘지만, 배움의 내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흩어지고 필요하면 모이는 수업을 시도하려 한다.
조성진 선생님은 리코더 시간에 녹음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성장을 지켜보고,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녹음을 해둔다고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은 음악에 접근할 때 고정된 틀이 없어 빠르게 배우고 연주도 곧잘 한다며 감탄했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꾸준히 자기가 연습하고 즐기는 악기가 생기는 즐거움, 힘들지만 조금 성장하면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과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경험을 했으면 해요.”
아마도 우리가 모두 예술을 접할 때 바라는 마음, 예술로 이루고자 하는 바 중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학교’ 안 <다시 음악과 미술로>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4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