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기웃은 마을살이하는 이웃들을 만나 인터뷰합니다. 강북마을뉴스레터에도 함께 나갑니다.
[이웃기웃 - 열 두번째 이웃]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두루두루배움터 박지원 선생님 |
# 두루두루배움터의 시작
이은해(이하 ‘이’)_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지원(이하 ‘박’)_안녕하세요, 저는 27살 박지원이고 현재 두루두루배움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실무와 청년과 도농상생 강원도파트를 맡고 있습니다.
이_두루두루배움터는 어떤 곳인가요?
박_정관상 목적은 주민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과 지역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을 돕는 단체에요. 주민들의 힘을 키우고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 기획, 실행,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입니다.
이_두루두루 배움터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어요?
박_ 2011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만만한카페를 시작했어요. 이때 SK아파트 지하 소방·대피시설에는 일출마을공부방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지금 두루두루배움터 대표님이 운영하는 공부방이었죠.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 일출마을공부방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공간을 이용해 청소년 모임도 하던 공부방이었어요. 그런데 그당시 다른 지하 공부방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있었고 이 사고를 계기로 지하에서는 공부방을 못하게 하는 압박이 있어서 더 이상 일출마을 공부방을 이어나갈 수가 없어서 만만한카페 공간의 반을 임대해서 공부방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공간에 카페의 성격도 있고 청소년들의 상황(집과의 거리)도 있었고 제가 청소년기를 지나고 보니 매일매일 출석해야 되는 공부방의 형식이면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고 관계 맺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 등이 있어서 기존의 공부방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해보자 해서 이름을 ‘두루두루배움터’로 바꾸고 단체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이_만만한 카페는 어떤 곳인가요?
박_만만한 카페는 모든 뜻을 가진 사람들 -강사, 회사, 직장인, 생활예술인 등 조합원들이 영화 상영회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역 안에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카페 형식으로 공간을 구성한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중간에 들어와서 정확한 시작은 잘 모르겠네요.
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대표님이 제안을 해주셨어요. 협동조합 식으로 카페를 운영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고,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재밌을 줄만 알았는데 힘든 부분도 많았어요.
그 당시 협동조합 붐이 일 시기였는데 협동조합 설립이 되려면 지금과 다르게 조합원이 100명 이상 되어야 했어요. 정말 협동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많이 모으는 형식이었죠. 협동도 화합도 부족한 느낌?, 그렇게 모이다보니 열정, 자본이 부족해서 운영하기가 힘들었죠.
이 당시의 두루두루배움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 만나는 것이 먼저였어요. 애들이 오면 하고 싶은걸 물어봤어요. 누구는 기타, 누구는 셰익스피어 고전 4대비극을 읽고 싶다했어요. 얘기 나온 걸로 모임을 진행했죠. 만만한 카페는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2012년도에 문을 닫고, 두루두루배움터는 현재 수유초등학교 인근의 공간으로 이사를 왔어요.
이_그때부터 쭉 두루두루배움터에서 활동했었어요?
박_활동하다가 1년 중국에 있는 친척의 일을 도와드리러 갔었고, 군대를 2년 다녀왔지요.
이_군대 제대 후 두루두루 배움터에 다시 복귀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박_그런 고민이 따로 없었어요. 휴가를 나오면 두루에 청소년 기획단이 있어서 커피교육하거나 두루 일 하고... 청소년 때부터 쭉 해서 삶의 일부가 된 듯 한 느낌이 있어요. 제대하면 당연히 두루 일 해야지 생각했어요. 제대는 2016년도에 했어요.
# 관계 매개로 사람을 만나다.
이_두루두루배움터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박_두루두루배움터에는 여러 활동이 있어요. 저희는 매년 구성원들끼리 역할을 나누는데 저는 실무와 청년을 맡고 있어요, 도농상생은 올해 초에 지역에서 얘기 나누다 나와서, 강원도조직부분을 맡았어요. 그래서 제가 주로 하는 활동은 청년, 도농상생에 관련된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두루에는 청년모임이 있어요. 싸울 때도 있었지만 화해하고 관계 맺고 잘 만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저는 청년들과 일상적인 소통을 하며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려고 해요.
특별한 컨텐츠나 공간을 매개로 한다기보다는, 관계매개에요. 제가 아는 청년들을 서로 소개시켜주고,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지역 안에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는 중간 매개체역할을 하고 있지요. 작년엔 쉼과 서로 알기, 공부 세 가지 테마로 로테이션 진행했는데 올해는 취업 등 다들 바빠서 맛집 탐방 느낌으로 모이고 있어요. 월 1회, 밥 먹고 수다 떨며 생활 나눔 하고 있어요.
이_이외에 다른 활동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박_ 올해부터 노인조직을 만들어보려고 매월 1회 노인밥상을 하고 있어요. 올 봄에 장기대회를 한번 열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9월12일에 한 번 더 할 예정입니다.
사진 위-용쟁호투 장기 햔수막과 장기두기 / 사진 아래-두루배움터 노인밥상 , 움직이는 청소년카페
일상조직으로 지역사람들을 더 깊게 만나자는 차원에서 풋살모임을 하고 있어요.
강북아동청소년희망네트워크에 소속 되서 움직이는 청소년카페와 노동밥상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밥상은 강북구 지역 안에 있는 노동조합들과 만나 밥 먹고 얘기하고 현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연대할 수 있는 것들은 함께 하고 있어요.
또 자연생태가치와 스스로 자기가 한 것들을 책임지는 힘을 기르는 것의 목표를 가지고 아동들의 들살이를 년2회 진행 중이고,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한다는 취지하에 역사기행을 두 차례 다녀왔어요. 두루두루배움터에서는 수유초등학교 대상으로 틈새 돌봄을 진행 중이고 그 외에 지역의 사안들에 참여하고 있지요.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이_두루두루배움터는 누구나 갈 수 있나요?
박_누구나 올 수 있는데 공간이 방이 하나다보니, 한 그룹-한 세대가 주기적으로 오면 다른 세대가 안와요. 두루 초창기엔 부모님 공동육아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 청소년들이 오기 시작하니 부모님들이 안오고, 청소년들이 있을 때 초등학생들 한 두번 오니 이제 청소년들이 안 오고. 지금은 틈새 돌봄 애들이 차지하니까 원래 오던 애들이 안 오고 있어요.
이_어울릴 수는 없는 걸까요?
박_어울리기도 하는데 관심사가 다르면 힘들더라고요. 매일 오던 애들이 발길이 뜸해지고 해도 고민되지는 않아요. 다른 곳에서 재밌게 지내고 있겠죠. 가끔 오고가다 연락하고. 청소년이었던 친구들은 청년들이 돼서 밖에서 만나고 있어요.
#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도시, 농촌과 연결을 고민하다.
이_도농상생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어요?
박_도시사람들이 도시에서만 자급자족 할 수 없다. 농촌과 연결되는 것을 만들어보자 했어요. 대표님이 5년째 강원도로 교육 다니셔서, 접근성이 좋고 정보를 얻기 쉽다고 판단했어요. 저는 강원도 조직을 맡기로 했죠.
물품 욕구 수요조사를 소소하게 진행하면서 찾아가고 있어요. 얼굴 비추고 한번, 두번 만나니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있어요. 강원도 전체가 아닌 가능성 있는 곳을 모색 중이에요.
지금은 농촌 계신 분들은 도농상생 하면 직거래만 생각하는데, 농산물뿐만 아니라 사람교류도 하고 자원도 나누자. 강원도에는 건강위원회라는 조직들이 존재하고 있어요. 판매를 해서 이윤을 개인이 다 가져가지 말고 한 박스 100원이라도 남겨서 조직 기금도 만들고 강북구에서도 판매를 개인, 한 단체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도농상생을 위한 기금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여기저기 얘기하며 만나고 있어요.
이_어떤 활동들을 해보셨나요?
박_올해 강원도랑 관계 맺으면서 반응을 보려고 곰취 장아찌를 판매했어요. 강릉 성덕동에서 건강위원 부모님이 기르신, 인증서는 없지만 친환경농법으로 기르신 곰취가 있었어요. 처음 건강위원회에서 수익사업으로 준비하고 계셨는데, 건강위원회에는 판매해서 자본으로, 두루는 지역에서 팔아보는 모델로 시도를 해봤어요. 단위가 작았는데, 하고 나니까 여기저기서 물건 주겠다는 곳이 많은데 천천히 생각하고 있어요. 반응 보여주시는 데는 더 자주 찾아가고요.
이_이번에 옥수수도 판매하신걸로 알아요.
박_이번 옥수수는 도농상생 전략사업단 회의팀(두루두루배움터, 강북구 시민협력플랫폼)에서 기획한거에요. 강북구 차원에서 강원도와 첫 시도였지요.
홍천 북방면 건강위원회 위원장님이 직접 농사를 지은 옥수수인데 맛있어서 반응이 좋았어요. 20접을 준비했는데, 다 판매한 후에도 추가 구매 문의가 들어왔어요. 수익이 얼마 남진 않아 많지는 안지만 도농상생을 위한 기금도 마련해놓았어요. 지역 거점을 만들어서 마을공간의 판매수익은 공간 기금으로, 우리는 지역 기금을 만들자는 것이 큰 목표에요. 앞으로도 조금씩 키워가는 기금들이 많아지고 도농상생에 더 큰 모델들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어요.
# 지금 이 시간을 즐겁게. 고민보단 부딪히기
이_일상적으로 많은 활동들이 있는데, 활동하면서 겪는 고민이 있나요?
박_제가 또래청년들과 얘기를 잘 못해요. 청년들이 주요 주제인 게임, 축구, 농구 등을 많이 안 해서 무슨 주제를 꺼내야할지 고민이에요. 그리고 예전부터 단둘이 있으면 말을 잘 못꺼내는 성격이었어요. 세명은 괜찮은데 2명은 부담감이 오고, 5년된 친구도 단둘이 있으면 어색하다고 하더라구요.
강원도는 너무 광활하고, 대표님의 관계를 제 관계로 강원도 조직을 만들어야하는데 막막한 느낌이 있어요. 어느 정도 적극성을 보여야할까, 너무 보이면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성향파악, 전략들을 세워야하는데, 그래도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_고민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박_고민이 가끔 되지만 그렇게 깊게 고민하지 않아요. 마을활동을 고민을 많이 한다고 풀리는게 없더라구요. 일단 부딪혀봐서 거기서 나온 생각이 더 유용할 때가 많아요.
인간이 하는 고민 중에 96퍼센트가 쓸데없는 고민이란 말도 있잖아요. 일단 인사하러 가요. 어떤 말과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가지만 막상 가서 인사를 하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편하게 받아주세요.
이_많은 주민 분들 만나시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나요?
박_일상에서 저희가 초등학생 사랑방이에요. 처음에 온 아이들이 먹은걸 내팽겨 치고 가요. ‘니가 먹은건 싱크대에 놔두고 가야 되지 않겠냐?’라고 계속 이야기하죠. 나중에 그 아이들이 또 다른 애들한테 같은 이야기를 이야기해요. 자기가 한 것에 대해서 적어도 여기 공간 안에서는 책임을 지는 구나. 아이들과 과자 파티를 하며 스스로 규칙을 만들거든요.
또 저는 제가 즐거울 때 보람을 느껴요.
제가 풋살을 재밌어하고 사람들 만나서 웃고 떠드는걸 좋아해요. 때로는 언성도 높일 때도 있지만 모이면 웃음이 많이 나잖아요. 움직이는 청소년 카페 했을 때 지나가던 애들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할 때, 누가 먼저 아는 척 할 때 보람차요.
사진_ 움청카 들살이 중(아이들과 함께)
이_30대까지 3년 남았네요.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박_2년 4개월 남았어요. 근데 그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처럼 재밌은 것을 만들어갈 것 같아요. 전 지금 이 시간 즐겁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30대는 사업을 할 것 같아요. 크던 작든 가게를 할 것 같은데. 두루가 준비 중인 것도 있어요. 출자금 모아 제대로 ‘협동’ 할 수 있는 협동조합, 출자금배당이 아닌 노동중심 배당을 하는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을 만들자. 수익 났을 때 노동한 사람들에 배당금을 더 줘야한다고 동의한 사람들과 준비하고 있어요. 돈 많이 냈다고 배당하면 일반 주식회사와 다름이 없으니까요.
# 이웃기웃 릴레이 질문 “통일이 되면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박_ 통일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백두산, 금강산이나 남한보다 개발이 덜된 자연이 보존이 되어있는 곳을 가보고 싶어요. 지금은 중국 거쳐서 가서 비싼데 통일이 되면 더 싸게 갈 수 있겠죠. 여행을 다 같이 가서 즐겁게 놀고 오면 좋겠어요. .
이_누구랑 같이 가고 싶으세요?
박_누구든 같이 가면 좋죠. 다만 취향이 같은 사람. 관광지, 박물관 보단 경치, 자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고싶어요.
이_통일이 된다면 여행을 가고 싶다 했는데, 다음 분에겐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세요?
박_생각해보질 않아서 어렵네요. 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어떤 걸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지금 당장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겠지요.
저는 그동안 비싸서 못 먹은 것들을 먹으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