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마을기록가가 들려주는 주민자치 1강 이야기
[ 각자 도생에서 함께 하는 시민으로 ]
1. 통인가 사람인가
마을기록가 임우택
깊어가는 가을, 지난 9월 29일 한국 신학대학원 만우관에서 한국 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범상 교수를 모시고 주민자치와 관련한 첫 번째 강의가 있었다. 주민자치 강의 부제 ‘각자 도생에서 함께하는 시민으로’ 강연을 듣고 질의하고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북구에서도 내년부터 주민자치가 시작되는데 이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자세와 철학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 질문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통일까 사람일까?” 통에 세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통 안에 엎어져 있다. 또 한 사람은 통 안에서 활동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통 밖으로 뛰쳐 나가고 있다. 이 중에 건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경우 통이 정당한 경우와 정당하지 않은 경우에 따라 진정 건강한 사람이 누구인지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통 밖으로 뛰쳐나간 사람이라 하더라도 통이 건강하지 않고 정당하지 않는다면 그가 건강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통 안에 있는 사람이 건강하지 않은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책임자인 아돌프 아이히만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나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는 예루살렘 3심 법정에서 이렇게 주장하였으나 그는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나찌라는 전체주의 국가의 통 안에서 책임자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그를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와 군사정권의 시대에 행정과 사법 책임자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을 건강한 시민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악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공무원 사들, 판사와 정치인들 그리고 시민이 자신들을 규정하고 있는 통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을 때 오히려 사회에서 악을 생산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 또한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회적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주민자치의 시대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통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뛰어야 벼룩이지” 라는 말이 있다. 그 벼룩이 뛰면 자신키의 200배를 뛴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키의 20배 되는 병 속에 가두어 뚜껑을 덮어 놓으면 병 속에서 처음에는 자신의 능력을 제한 당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제한하여 병 밖에 내놓아도 20배 이상을 뛰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들은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와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제한 당하지는 않았는가.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일제와 군사독재의 경험은 시민들의 의식을 왜곡시키고 제한하는 잘못된 통이었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교육의 통 속에서 불평등은 확대되었고 미래세대의 행복은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수 많은 희생으로 이루어진 민주주의도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10년 국민들은 체험하였다.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국정농단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았으며 그것이 당연한 일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단의 행세를 하는 것을 보았다. 주민자치가 이루어지는 강북구에서 건강한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보다 민주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가로막는 소수의 정당하지 않은 권력과 힘에 대해서 연대하여 저항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당한 통 안에서 시민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함께 공부하며 함께 연대하고 미래 세대들에게 꿈을 갖게 하는 그런 강북구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마을과 자치 마지막 3강 <주민자치, 더 많은 권한과 책임으로> 10/13(토) 13시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구체적 이야기를 도봉구 사례를 통해 들여다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