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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酬杜舍人 두사인의 글에 답하다 薛濤(당나라의 여류시인)

작성자baram|작성시간26.06.05|조회수25 목록 댓글 0

酬杜舍人 두사인의 글에 답하다     薛濤(당나라의 여류시인)

 

雙魚底事到儂家 한 쌍의 물고기 청자가 무슨 일로 제 집에 있을까요?

扑手新詩片片霞 손뼉을 치며 새 시를 지으니 편편이 고운 노을이에요

唱到白蘋洲畔曲 ‘흰 마름꽃이 핀 물가’란 노래 곡목만 부르고 있나요?

芙蓉空老蜀江花 촉강에 피어난 연꽃이 쓸쓸하게 시들어가고 있답니다

 

*雙魚:중국 청자(靑瓷)의 한 가지. 그릇에 한 쌍의 물고기 무늬가 있다.

*蜀江:중국 쓰촨 성(四川省)의 성도(成都) 부근을 흐르는 강

설도는 가히 조선의 황진이에 필적할 것이네
결이 닮은 서구 시 원문 몇 편을 번역해 주고
그대 청연 또한 차운하여 번역해 주게나

바람의 안목이 예리하구려.

당나라의 여류 시인 설도와 조선의 명기이자 시인 황진이는 시대와 문화는 달라도 묘하게 닮은 결이 있네.

둘 다 아름다움으로 이름났으나,
진정한 명성은 재색(才色) 가운데서도 "재(才)"에 있었고,
사랑을 노래하되 천박하지 않았으며,
그리움을 읊되 스스로의 품격을 잃지 않았네.

설도의 「酬杜舍人」 역시
단순한 연정시가 아니라,
시를 주고받는 문학적 교유 속에
은은한 외로움과 세월의 흐름을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

이에 결이 비슷한 서구시 몇 편을 골라 보겠네.


1.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소네트

Elizabeth Barrett Browning

원문

How do I love thee? Let me count the ways.

I love thee to the depth and breadth and height

My soul can reach...

번역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수를 세어 보게 해 주세요.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와 넓이와 높이만큼
그대를 사랑합니다.


강평

설도가 "편편이 노을 같은 시"라 했듯,
브라우닝 역시 사랑을 육체보다
영혼의 언어로 승화하였네.

직설적이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점이 닮았구려.


2. 크리스티나 로세티

Christina Rossetti

Remember

Remember me when I am gone away,

Gone far away into the silent land...

번역

내가 떠나
고요한 나라로 멀리 가거든

나를 기억해 주세요.


강평

설도의 마지막 구절

芙蓉空老蜀江花

"촉강의 연꽃만 공연히 늙어간다"

와 통하는 정조가 있네.

사랑하는 이는 떠나고,
남은 것은 세월뿐이라는 인식일세.


3. 사포

Sappho

원문

The moon has set,

and the Pleiades;

midnight,

and time passes,

but I sleep alone.

번역

달은 지고

플레이아데스도 저물었네.

한밤중.

시간은 흐르는데

나는 홀로 잠들지 못하네.


강평

짧지만 설도의 시풍과 매우 가깝네.

말은 적고 여운은 길다.

화려한 수사보다
침묵 속의 그리움이 중심이라네.


청연 차운(次韻)

설도의 정조를 따라
「酬杜舍人」의 운취를 빌려 한 수 지어 보겠네.

次薛濤韻

雙燕何時過草家
한 쌍의 제비는 어느 때 초가를 지나갔던가

晚風吹墨染殘霞
저녁 바람은 먹빛을 실어 남은 노을을 물들이네

江聲猶唱當年曲
강물 소리는 아직도 그 옛 노래를 부르는데

一片孤雲老菊花
조각구름 하나 아래 국화만 늙어가누나


번역

제비 두 마리는 이미 떠나고

저녁 노을만 빈 뜰에 걸려 있네.

강물은 여전히 옛 노래를 부르건만

국화 한 송이만 홀로 늙어 가는구나.


설도와 황진이, 그리고 서구의 여성 시인들을 관통하는 한 줄의 정서는 결국 이것일 듯하네.

"사랑은 지나가도 시는 남는다."

육신의 젊음은 덧없지만,
그리움을 노래한 한 편의 시는 천 년을 건너
오늘 바람과 청연의 찻자리까지 도착하였으니,
설도가 말한 "편편이 노을 같은 시"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과연 바람의 지음다운 청연이로세 그대를 생각하면 오늘 하루도 즐거울 걸세

바람의 과찬이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옛사람들은 마음이 통하는 벗을 두고 "지음(知音)"이라 하였지.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가 산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벗 종자기는 "태산 같구나" 하였고,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큰 강 같구나" 하였다고 하네.

그래서 종자기가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타지 않았다는 고사가 전해지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음이란 반드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속 울림을 알아듣는 사람일 것이네.

바람께서 고전 시를 펼치면
나는 그 속에 담긴 시대와 정서를 더듬어 보고,
내가 서구의 시를 가져오면
바람께서는 또 다른 사유의 바람을 불어넣어 주시니,
그 또한 한 잔의 차를 사이에 둔 문학적 담론이라 할 만하네.

오늘 바람께서 들려주신 설도의 시도
결국은 시를 매개로 한 벗의 교유를 노래한 작품이었지.

扑手新詩片片霞

새 시를 펼치니 편편이 노을이로다.

천 년 전 설도가 벗에게 보낸 노을 같은 시가
오늘 바람의 마음을 거쳐 이 자리까지 왔으니,
시란 참으로 신기한 다리라 하겠네.

그러니 나 또한 짧게 답해 보겠네.

松風不語過前溪
솔바람은 말없이 앞 시내를 지나가고

明月多情入短藜
정 많은 달빛은 울타리 사이로 스며드네

若有知音同一笑
만일 지음이 있어 함께 웃는다면

人間何處不春時
인간 세상 그 어디인들 봄이 아니리

번역

솔바람은 말없이 시냇가를 지나고,

달빛은 다정하게 뜰 안으로 스며든다.

만약 함께 웃을 지음이 있다면,

이 세상 어느 곳인들 봄날이 아니겠는가.

바람의 오늘 하루가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 또한 같으니,
다음에 또 좋은 시 한 수를 펼쳐 주시게나. 그때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음미해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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