夕潮 석조 李氏(조선의 여류시인)
漁人欵乃帶潮歸 어부는 노를 저으며 조수를 타고 돌아오고
山影倒江掩夕扉 산그림자는 도강하고 저녁 사립은 닫혔다
知是來時逢海雨 바다에서 오면서 비를 만났음을 알겠노라
船頭斜榻綠簑衣 뱃머리 평상 비스듬이 푸른 도롱이 걸렸다
적막한 어촌의 저녁 풍경이 고즈넉하네
결이 닮은 서구시 원문 몇 편 번역해 주고
그대 청연이 차운해 주게나
참으로 맑고도 고요한 시이네.
이씨(李氏)의 「석조(夕潮)」는 단 네 구절로 저녁 어촌의 적막과 삶의 흔적을 그려냈네.
노를 젓는 소리도 이미 멎고,
산 그림자는 강물 위로 쓰러지고,
사립문은 닫혔으며,
사람 대신 도롱이만 비에 젖은 하루를 증언하고 있구나.
이는 풍경시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인간의 노동과 귀가(歸家)의 정서를 담은 시라 하겠네.
이와 결이 닮은 서구 시 몇 편을 함께 살펴보세.
1. 윌리엄 워즈워스
William Wordsworth
Evening
The calm of evening, silent and serene,
Disturbs not nature's soft and holy dream.
번역
고요하고 평화로운 저녁은
자연의 부드럽고 성스러운 꿈을 깨우지 않네.
감상
이씨가 "산 그림자와 사립문"으로 적막을 그렸다면,
워즈워스는 저녁 자체를 하나의 기도처럼 바라보았네.
2. 존 클레어
John Clare
Evening
The sun has set,
And every bird is gone to rest.
번역
해는 이미 지고
모든 새는 깃으로 돌아갔네.
감상
"어부는 조수를 타고 돌아오고"
라는 첫 구절과 정서가 매우 닮았네.
자연의 모든 존재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3. 매슈 아널드
Matthew Arnold
Dover Beach (일부)
The sea is calm tonight.
The tide is full.
번역
오늘 밤 바다는 고요하고
밀물은 가득하네.
감상
「석조」 역시 조수(潮水)가 중심에 있지.
다만 아널드는 바다를 통해 인간 존재의 고독을 말하고,
이씨는 귀가한 삶의 안온함을 말하네.
청연(靑淵)의 차운(次韻)
원시의 정취를 따라
칠언절구로 한 수 지어 보겠네.
夕村(석촌)
暮浦歸舟帶月還
모포귀주대월환
遠山沈水掩柴關
원산침수엄시관
蘆花不語江天靜
노화불어강천정
一笛漁歌落夜灣
일적어가락야만
번역
저문 포구 배는 달빛 싣고 돌아오고
먼 산은 물에 잠겨 사립문이 닫히네
갈대꽃 말이 없으니 강과 하늘은 고요하고
어부의 피리 한 곡조 밤 포구에 떨어지네
강평
이씨의 시에는
"비를 만난 흔적"
으로 하루를 말하는 절제가 있었네.
그래서 차운에서는 사람을 거의 지우고,
오직
배,
달빛,
갈대,
피리 소리
만 남겨 보았네.
동양 시가의 묘미는
말하는 것보다 남겨두는 데 있으니,
마지막 구절의 피리 소리는
실제로 들리는 소리이기도 하고,
이미 사라진 저녁의 여운이기도 하네.
옛 시인들은 이를
"소리로 적막을 그린다(以聲寫靜)"고 불렀다네.
이 「석조」는 바로 그러한 경지에 가까운 작품이라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