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맞는 자연의학
저는 지난 10월까지 2년 반 동안, 서울시와 경기도의 상수원인 팔당 인근에서 친환경 농업을 하는 팔당생명살림에서 일해 왔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주로 소비자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다리 역할을 해왔습니다. 모 건강식품회사 자연의학연구원장으로 재직 당시, 자연의학의 근간인 우리의 먹거리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알고 싶어 주말마다 팔당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곳 농민들과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팔당을 처음 찾았을 때만 해도 제대로 유기농을 할까 반신반의 하였는데 이내 일일이 풀을 뽑아주는 농민들, 벌레들이 꿈틀거리는 살아있는 땅을 보고는 그 의문이 모두 가셨습니다. 이처럼 어려움 가운데도 묵묵히 일하시는 농민들을 보면서 마음 한 켠으로 존경심도 솟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농사짓는 밭은 친환경으로 경작하면서 정작 가장 소중한 자신과 가족들의 몸은 병원과 약국에 의존하면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가꾸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비교적 환경 문제에 앞서 있고 우리 나라에 유기농의 발전을 가져온 생활협동조합의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몸을 친환경적으로 가꾸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는 환경단체의 회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환경을 지킨다고 하면서 산과 들에 뿌려지고 있는 농약은 걱정하지만 자신의 몸에 투입되고 있는 약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왜 인식을 하지 못할까요? 지구를 가이아(Gaia)라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면서 왜 자신의 몸도 그 안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하고 있는 생태계라고는 생각지 않을까요? 화학 살충제 때문에 봄을 노래하는 종달이가 사라져 버리듯이 레이첼 카슨이 말한 “침묵의 봄”이 지금 우리 몸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농부가 일구는 밭과도 같습니다. 좋은 밭을 만들려면 특정성분으로 구성된 화학비료가 아니라 조물주가 주신 천연 퇴비를 이용해야 하듯이 우리 몸에도 화학비료에 해당하는 가공식품이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재료로 직접 만든 자연식을 해야 합니다. 유기농을 오래 한 농부들은 병충해를 방제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병충해의 예방에 힘씁니다. 그럼에도 병충해가 심해지면 퇴비는 적절하였는지, 온도, 습도, 통풍은 제대로 관리하였는지를 살펴봅니다. 병충해의 원인을 토양에서 보는 것입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싸고 일하고 쉬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데서 병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병원체가 병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생활하지 못해 병원체가 서식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대의학은 원인이 되는 생활 방식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예방에 미흡할 뿐만 아니라, 병의 원인을 주로 병원체에서 찾기 때문에 병과의 지리한 전쟁을 지금 이 순간에도 벌이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인간의 눈에는 해충과 익충이 따로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창조 질서 안에는 해충 익충이 따로 있을 수가 없습니다. 배추 농사를 제대로 하려면 나비가 되어 수정을 도와주는 배추벌레가 꼭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 안에는 이처럼 모든 생명체가 꼭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병을 옮긴다고 눈총을 받는 세균도 바이러스도 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들 균과 바이러스가 아니면 이 세상은 분해되지 않은 온갖 생물의 잔여물로 더러워져 있을 뿐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 다른 생명의 먹이가 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완전하게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을 관리하도록 역할을 맡긴 인간은 자만하여 창조 질서를 깨뜨리면서, 이 세상을 불완전하고 오염이 가득찬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이나 인간은 흙으로 돌아가길 증오하면서 게놈 연구,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영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창조주께서 예비하신 순환질서를 깨뜨려 역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올 한 해 동안 저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맞는 자연의학의 원리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실제 건강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함께 나누겠습니다.
(참소중한당신 2007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