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가온 칼럼

[스크랩] 카를로 페트리니와 함께

작성자가온|작성시간10.09.24|조회수158 목록 댓글 0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 회장과 4일을 함께 보냈습니다.

2004 <타임>지가 선정한 유럽의 영웅”,

2009년 가디언이 뽑은 지구를 구할 50명의 영웅에 선정된 페트리니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행하면서

그의 숨결과 생각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페트리니는 남양주시에서 열린 슬로푸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9 8일 방한하였는데,

저는 슬로푸드 문화원 이사로서 그분과 동행하며 편의를 봐드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진 왼쪽으로부터: 통역을 해주신 이기철 교수, 슬로푸드 모든 행사를 총괄하신 김병수 슬로푸드문화원정책실장, 카를로 페트리니, 필자, 방랑식객 임지호 원장, 남양주시 슬로푸드팀 노민영)

 

페트리니 회장은 커다란 키에, 카랑카랑하고 높은 억양에다

혁명가 같은 강한 풍모를 갖고 있었습니다.

 

 

첫날에는 방랑식객 지호 선생님이 운영하는 양평의 산당에서 점심을 하였습니다.

식당에 들어서기 전 장독대를 보시고는

무엇이 담겨 있는지, 언제 담았는지, 어떻게 담았는지 꼼꼼히 물으셨습니다.

 

7년전 막걸리를 담은 항아리에는

나비 벌 등 곤충이 항아리에 붙어 있었습니다

임지호 선생님 왈 : 음식은 나눔입니다. 나비도 먹고 벌도 먹고 해야지요.

페트리니의 화답 : 음식은 나눔(condividium)이면서 또한 공생(convivium)이지요

 

 

페트리니는 젓가락질도 꽤 잘 하였습니다.

콩과 같이 어려운 것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젓가락을 이용하시더군요.

 

 

산당에서 한국 전통 음식이 나올 때마다

임선생님의 부인이 건강에 어떻게 좋은지를 설명해주었습니다.

페트리니는 연신 맛있다며 놀라움을 나타냈습니다.

이번이 한국 첫 방문이라고 하는데

한국 음식이 이렇게도 맛있고 건강한 음식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외국인으로서 전통음식이 생소하기도 할 터인데

방한 기간 동안 어떤 식당을 가건

그 식당에서 나오는 된장 간장 고추장 게장 김치 나물 등 전통음식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일일이 맛을 보더군요.

방한 기간 홍어회 맛을 못보여 드린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다음날부터 고려대학교를 시작으로 강연회가 이어졌습니다.

강연장은 매번 매우 진지한 분위기였으며

그의 강연은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을 저 밑바닥에서부터 감동으로 휘저어놓았습니다.

청중들은 그의 강연에 매료되어 중간중간 박수를 치면서 호응하였습니다.

페트리니 강연의 중심은 식량주권 그리고 농사와 농민의 중요성이었습니다.

그의 강연을 들으며 농업과 농민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어 그의 강연 내용 중 주요 대목들을 옮겨봅니다.

 

===============================

 

오늘날 농민은 한국의 경우 총인구의 6%, 이태리는 4%,

미국은 1%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들 농민 대부분은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농부 없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컴퓨터를 먹을 수 있습니까?

자동차를 먹을 수 있습니까?

휴대폰을 먹을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우리에게는 감자와 야채와 과일이 필요합니다.”

 

 

 

요리에만 관심 있고 농업에 관심이 없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농업에 대해 얘기 않고 음식만 얘기하는 것은 음식 포르노입니다.

농업과 음식은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음식은 모든 것이 종합된 것입니다.

오늘 낮에 저는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그 좋은 음식이 불과 6000원이었습니다.

70년대에 이태리인들은 수입의 32%를 먹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태리인들은 소득의 12%만 먹는 데 사용합니다.

음식은 점점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음식 지출이 더 낮아지면 똥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전화비에는 소득의 13%를 사용합니다.

이는 바보 같은 짓입니다.

좋은 야채보다 좋은 팬티를 사는 데 돈을 더 많이 씁니다.

음식에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더 이상 농부를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농부가 세계를 살릴 것입니다.

농부가 꼴찌가 아닙니다.

농부는 첫째가 될 것이며 최고가 될 것입니다.

농부가 지구에 희망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농부가 환경 오염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할 것입니다.

우리는 농부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글로벌 식품을 사지 마시고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십시오.

우리의 문화, 우리의 뿌리에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먹는 것이 그 첫걸음입니다.

농부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하나가 되십시오.

미래를 위해 일하십시오.”

 

 

 슬로시티는 슬로푸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많은 시장들이 슬로푸드 철학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시정에 슬로시티를 적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요하지요.

그러나 음식문화를 존중치 않고는 슬로시티로의 발전은 어렵습니다.”

 

 

농부는 뒤떨어진 사람이 아닙니다.

지혜가 있습니다.

자연을 아는 사람입니다.

음식를 알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아는 사람입니다.

농부들에게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들의 지혜를 배우십시오.

그들을 존경하십시오.

이게 가장 현대적입니다.“

 

 슬로푸드는 땅을 조직하는 운동입니다.

땅에서부터 시작해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학교 텃밭을 일구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대학에서 땅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2008년 이태리에서 열린 슬로푸드 축제 개막식에서 페트리니는 백악관 마당에 반드시 텃밭을 만들게 하겠다고 공언하였고 실제로 작년에 백악관에 텃밭이 조성되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하여 미국 정부도 100만 달러의 예산을 수립하여 각급 학교에 텃밭을 조성케 하고 있습니다.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체험케 해보려는 것이지요. 이날 강연회에서 알게 되었는데 고대에서도 텃밭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여 무척 반가웠습니다. 우리 농림부에서도 텃밭이나 소비자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지역 농업을 살려야 합니다.

발전이 자동차 컴퓨터 전화 등 하이 테크놀로지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농민은 가난한 사람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싸다고 하여 밖에서 음식을 찾는 것은 모순입니다.

한국은 많은 음식을 중국에서 수입합니다.

중국에서 싼 값으로 대량으로 농산물을 수입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발전할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자동차 휴대폰을 생산할 것입니다.

중국도 유기농을 원할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에서도 농산물 가격이 올라갈 것입니다.

그때 한국의 농업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나라가 자신의 농업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지역이 지역 농업을 가져야 합니다.

농업을 망각하는 나라는 가난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한국의 농업을 만듭시다.

젊은이에게 음식의 중요성을 설명합시다.

좋은 음식에 약간의 돈을 더 씁시다.

그 돈이 나쁜 음식으로 인한 병 치료에 드는 약값을 절약합니다.

그 돈으로 젊은 농부를 도와줍시다.

한국의 농부를 도와줍시다.

젊은이가 농촌에 없다면 미래가 없습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농업을 존중해야 합니다.

교육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젊은이들이여 땅으로 돌아가십시오.

땅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낡은 생각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입니다.”

 

 

농부는 책을 읽지는 않지만

작물을 읽고 계절을 읽고 자연을 읽습니다.

농부는 지혜롭습니다.

농부야말로 교수입니다.

농부로부터 배우십시오.”

 

 

돈을 은행에 저축하지 마십시오.

농부에게 저축하십시오.

10명의 도시 소비자가 1명의 젊은 농부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경제는 가난한 이의 돈을 먹어 치웁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농부가 되고 싶어도 땅값이 너무 비싸 엄두를 못냅니다.

그러므로 10명의 도시 소비자가 땅을 사서

한 사람에게 농사 짓게 해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먼저 생각하고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정치는 우리가 시작한 다음에야 뒤따라 옵니다.”

 

 

(한살림 매장을 방문하고 페트리니는 한살림의 철학과 운영방법 그리고 현황에 대해 꼼꼼히 물었습니다.

1986년과 1987년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과 이태리에서 한살림과 슬로푸드라는

매우 의미있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입니다.

한 달 전 돌아가신 창설자 박재일 회장의 얘기를 듣고는

박재일 회장이야말로 슬로푸드 운동의 영웅이라며

10월에 열릴 테라마드레 대회에서 세계 160여개 국의 대표들과 함께

박재일 회장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하였습니다. )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신암에서 보낸 편지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