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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 칼럼

세대와 세대를 잇는 사랑 - 선택이야기

작성자가온 고재섭|작성시간15.01.20|조회수89 목록 댓글 0

그제, 선택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시고

우리 부부는 물론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셨던

김영원(레지나) 님이 선종하셨다.

 

늘 어머님이라 불렀던

레지나 님을 보내며

레지나 님과 선택프로그램이

내게 남긴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김창석 도마, 김영원 레지나 부부님)

---------------------------

 

내 젊은날의 10년은

가톨릭의 젊은이 대상 프로그램인

선택(choice)”이 거의 전부였다.

 

젊은이들이 대화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23일의 이 주말프로그램은

서로 알고 사랑하며 섬기기 위하여

슬로건을 갖고 있다.

 

신부, 수도자, 시니어부부, 주니어부부, 젊은이 남녀 등이

한 팀의 봉사자가 되어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먼저 열어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젊은이들도 자신의 경험을

서로 나누도록 하면서 가치관을 정립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진지하고 무거움에도

프로그램 전체에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감돌고 있어

젊은이들은 자신이 깊이 이해되고 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올해 33년째를 맞는 선택은 전국 각 교구로 퍼져나갔고

서울의 경우 현재 225차를 모집하고 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1차 수강자이다.

 

선택을 수강하게 된 것은

분도출판사에서 나온 선택이란 워크북에 매료되어서이다.

대화, , 성실, 게임, 자유, 미래계획 등

워크북에서는 청년기의 나의 고민들을 마치

꿰뚫어보기라도 하듯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성당의 주보에 조그맣게

선택 주말 참가자 모집 공고가 난 것을 보고는

쏜살같이 달려가 신청하였다.

선택 1차에서도 1번 신청.

그렇게 선택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선택 프로그램은 내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내가 가족과 친구와 맺고 있는 관계들.

성에 대한 가치관,

대화의 마음가짐 등을

깊이 성찰하게 해주었다.

선택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은

이후 늘 든든한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해주었다.

 

선택의 가치관은 내 것이 되었고

너무나 소중하였다.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아내에게 유일하게 내건 결혼 조건도 딱 하나였다.

결혼 전 선택을 수강할 것.

선택이 부부의 일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게 부탁한 것이다.

딸에게도 권하여, 딸은 호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귀국하자마자 선택 프로그램을 수강하였다.

 

1차 프로그램을 수강한 후 나는 3차 프로그램부터

10년 동안, 처음엔 미혼의 젊은이로.

나중엔 아내와 함께 주니어 부부로

선택 프로그램의 봉사자로 참여하였다.

(선택 프로그램에서는 강사가 없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봉사자가 강사 역할을 한다)

 

선택 주말프로그램은

개최일자와 장소가 정해지면

대개 주말이 운영되기 2~3달 전에

10명 가량의 봉사자(신부, 수도자, 시니어부부, 주니어부부, 젊은이 남녀 등)

구성되어 프로그램 운영을 준비한다.

보통 수강생이 40명 정도임을 생각할 때

2 3일을 꼬박 함께 하는

10명 가량의 봉사자는 적지 않은 수이다.

 

프로그램은 모두 11과로 준비되어 있고 각 과마다 주제가 있다.

봉사자들은 과별 주제에 맞춰 주제발표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이론적이어서는 안되고

철저히 경험을 토대로 발표해야 한다.

봉사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어야만

수강하는 젊은이들도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주제 발표는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봉사자들은 준비 모임을 통해

자신이 맡은 주제발표를 다른 봉사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수강자들은 봉사자들의 주제 발표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서로 소그룹으로 나누어 대화를 나눈다.

매 과마다 되풀이되는 이러한 주제발표와

소그룹 나눔을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을 성찰하거나

다른 젊은이들로부터 내적 도전을 받기도 한다.

 

선택에서 변화된 가치관은

가족과 장래 설계, 결혼 계획 등에도 영향을 준다.

2 3일의 마지막 날

파견미사에서는 가족들이 초대되는데

젊은이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새로이 깨닫고

함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봉사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고무되어

자신을 벗겨내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봉사의 길로 뛰어든다.

 

 

 

선택은 내게 프로그램 자체로서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봉사자로 이를 준비하고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선택 봉사자로 참여하는 신부님, 수녀님, 수사님,

장년 부부들은 젊은이들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 주셨다.

거의 매 주말이면 우린 만났다.

어른들은 우리의 삶을 들어주고

기뻐하고 걱정하면서 우리 자신이

너무나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존재임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셨다.

 

이분들의 사랑 안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너무나도 자유로웠고 편안하였다.

젊은이들은 누구나 자신이 결혼하면

선택의 부부를 닮고 싶어했다.

사랑이 주는 일치감은

이 세상에서 맛보는 천국의 행복이었다.

 

나 역시 젊은이 때, 이분들로부터 경험한

이해와 용서와 사랑으로 나도 이분들을 닮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키울 수 있었다.

 

지역에서 아이들 캠프를 하면서,

캠프의 진행팀이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야 함을

고집하게 되는 것도

이때의 경험 때문이다.

 

아이는 아이끼리

(그것도 모자라 학년별로 쪼개어 같은 학년끼리)

젊은이는 젊은이끼리

노인은 노인끼리만

대화하고 어울려 사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음을 알려준 것도

선택이 내게 준 선물이다.

(온전한 삶을 위한 대안학교도 때로

선생님들의 연령층이 다양하지 않은 점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우리에겐 세대와 세대의 이어짐이 필요하다.

어른은 젊은이를 만나야 하고

젊은이는 어른을 만나야 한다.

이런 자리는 대개 젊은이들이

스스로 만들 수 없다.

어른들이 멍석을 깔아야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그러나 세대와 세대를 잇는 온전한 프로그램이

- 아마 내가 과문한 탓이리라 -

선택 프로그램 외에 어떤 것이 있는지를 듣지 못했다.

 

선택 프로그램에서는

늘 젊은이들이 우선이었다.

어른들은 자리를 펴주고

귀담아 들어주고

부족한 것을 지원하고

잘못될 경우 껴안아 주고 위로해 주었다.


내게 그 조건 없는 사랑을 알려준

김영원 레지나 님이

곁을 떠났다.

빛나던 청년 시절,

그리고 결혼 초기의 수많은 아름다운 추억들은

레지나 님과 함께 하던 시절이었다.

 

레지나 어머님

듣고 계시죠?

어머님의 그 사랑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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