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의 복통

작성자늘맑게|작성시간05.01.21|조회수49 목록 댓글 0
우리 둘째놈 이름은 "바우"이다.

이놈을 얻고 우리 부부의 소원은
다른 모든 것보다도 건강하게만 자라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제발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뜻에서
'차돌'이라고 할까, '바우'라고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듬직한 '바우'가 좋겠다 싶어서
어릴 때부터 "바우"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본명은 따로 있다.)
사람은 이름따라 간다고 하였는데,
바우라고 이름을 붙이고 나니
생긴 게 꼭 만화의 고바우같아서
둘째놈을 한 번 만나본 사람은
우리애 이름을 결코 안 잊어버린다.

이 놈이 어제 아침에 학교 가려고
가방을 메고 현관문으로 나서더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면서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구른다.
얼마나 아픈지 눈가에 눈물을 주루룩 흘리면서.

급성 위염인가 보다.
언제 변을 보았냐고 물었더니
보았다고만 하면서 언제인지는 대답하지 않는다.
빨리 관장을 하자고 하였더니
싫다고 고개를 완강히 내젖는다.
평소에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데
위급 상황이 되니 관장을 싫다고 하는 아이에게 해줄
대책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다.
우는 애를 내버려두고
잠시 의자에 앉아 가만히 생각하니
숯이 생각난다.
얼른 바우에게 다가가, "바우야, 여기 숯이 있으니
빨리 숯을 먹자. 바로 나을 거야." 하였더니,
숯 먹는 건 괜찮은지 배를 움켜쥐고는 숯을 달라고 손을 내민다.
숯으로 만든 환을 15알 정도씩 두번을 먹게 했다.
그러자 미처 1분도 안되어 마치 꽤병이나 부린 것처럼
표정이 확 펴지면서 멀쩡하다.
"괜찮니?"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무일도 없었던 듯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바우를 보내고나니
숯의 기적에 나도 마치 마술에 홀린 듯하다.

- 이글은 저의 대학 동문 서클에 2002년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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