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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시냇가

행복한 가족 이야기 - 이은재

작성자가온|작성시간10.04.29|조회수95 목록 댓글 1

행복한 가족이야기



  오늘이 당신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한번은 받아보았을 것이다. 그대는 어떤 대답을 하셨는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을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까?

멋진 곳을 찾아갈까?

다양한 대답들이 나올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이나 사람들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리라는 점이다.

그런데 더 분명한 것은 그 가장 소중한 것과 오늘 나는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내나 남편이 소중한가?

오늘 그(그녀)와 함께 있지 않는가?

자녀가 마지막 함께 하고픈 사람인가?

오늘 그들과 함께 있지 않는가?

(가족과 몇 년째 떨어져 살던 기러기 아빠가 자살을 한 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지 못해서이다.

그것을 놓치면 이미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오늘이 그날일지도 모르는데. 행복한 사람은 오늘을 놓치지 않는다.

오늘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오늘이야말로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다.

오늘은 내가 살아온 날들의 마지막 날이며, 내 남은 인생의 첫 날이다.

이 뜻 깊은 오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

이 얼마나 놀랍고 놀라운가?

하느님께서 이 놀라운 사랑, 놀라운 기쁨, 놀라운 아름다움,

놀라운 순간들을 맛보라고 오늘 하루 생명을 주셨다.

이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어느 현자에게 제자가 물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무엇입니까?

언제가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때입니까?”

 

스승이 대답하셨다.

“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때는 오늘이다.

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네가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이다.”

 

아내와 남편이 서로 어떤 얼굴로 무슨 말을 하며 오늘을 보냈는가?

부모와 자녀가 어떻게 오늘을 창조하였는가?

동료들 사이에서, 이웃과, 친구들과 어떻게 오늘을 만들었는가?

내일은 하느님께서 무엇을 허락하실지 모르지만, 오늘은 축복으로 허락받지 않았는가?

그러니 최선을 다해 사랑과 아름다움과 기쁨을 누려야하지 않겠는가?

 

  지난 해 봄, 나는 사랑하는 아내를, 아이들은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일 년 반이 지났지만, 사랑은 여전하다. 행복도 여전하다.

그리움도 있지만 사무치는 그리움은 아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그리움이 더할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다.

나나 아이들의 마음에 우리가 함께 해왔던 사랑이 여전히 넘치고 넘쳐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결혼 20년 동안 아내는 12년을 암으로 투병했다.

유방에서 척추로, 간으로 암은 예닐곱 차례를 전이했다.

3개월 정도 남았다는 의사도 있었다.

그래서이다. 우리 가족에게는 내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일이 오기 전에 오늘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기뻐했다, 즐겁게 살았다.

같이 웃고 울고 이야기하고 ‘함께’ 했다.

힘들고 고통스런 투병의 과정에 처음부터 늘 가족이 함께 있었다.

그래서 아내의 얼굴에는 웃음이 흘렀다. 눈물도 감사할 수 있었다.

초인적인 의지로 견딜 수 있었다.

아내의 밝은 얼굴을 보면 도무지 일급 장애인 판정을 받을 만큼 심한 환자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했다.

엄마가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했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고, 아무런 후회도 미련도 없다고 했다.

가족들이 고맙고 아이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의 마지막을 편하게 해주고자 엄마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살아온 날들을 회상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아끼고 나누었다.

아내가 임종예배를 드려달라고 부탁했을 때, 온 가족 친지들이 다 모여 눈물로 예배를 드렸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우리들 걱정 말고 어서 가라고 그렇게 떠나보냈다.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님을, 사랑은 죽음도 넘어선다는 것을 우리는 온 몸으로 체험했다.

 

  아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삶을 길이로 살지 않고 깊이로 살려고 했다.

하루 이틀 더 사는 것보다 오늘 더 뜻 깊게 살려고 애썼다.

그것이 우리 가족의 삶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고 믿는다.

지난 20년간 결혼생활을 한 단어로 규정하라면, 우리 가족은 주저 없이 ‘행복’을 선택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아내를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아내 자신의 평가도 그랬다.

죽음 앞에서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아름답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들, 다른 가족들을 본다. 내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신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분들이 더 안타깝다.

내 아내만 시한부 인생이 아닌데, 우리 모두가 시한부 인생인데, 그 사실을 잊고 있기에 그렇다.

내일하지 하면서 오늘을 놓치고 있기에 그렇다.

그렇게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매일 살면서도 기쁨도 아름다움도 모르고 살기에 그렇다.

행복을 내일에서 찾으려 하기에 그렇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잉꼬부부로 살았는데도 때론 후회가 밀려온다.

“여보!”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부를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더 잘 먹고, 더 부유하게 살고, 더 많이 쓰고, 거기에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니,

정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있을 때 잘할 일이다.



이은재목사(산돌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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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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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sook1122 | 작성시간 12.01.28 이 은 재 목 사님 감사 드림니다.
    2010년 일년간 호스피스 팀에서 봉사 를 하면서 많은 인생 공부 를 했었거든요
    정리도 계 속 합니다.
    현 실 지 금 충 실 히 살 겠 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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