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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루치아의 칼럼

[스크랩] 人情

작성자가온|작성시간10.02.01|조회수261 목록 댓글 3

 

  

  

아침에 경운기 올라오는 소리가 나 내다보니

윗집 우씨 아저씨네 형님과(저는 시골와서 저보다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은 여자분들께는

언니 형님으로 부르지요. 호칭으로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으니까요.)

막내 아드님이 경운기를 몰고 텐트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추운데 이 아침에 어쩐 일이세요?

 

경운기에는 장작 토막들이 실려 있었습니다.

아휴, 어떡하나 너무나 감사합니다.

 

형님은 손수 장작 토막을 한 아름 팔에 안고 텐트로 나릅니다.

몸도 불편하신데, 제가 할게요. 하지 마세요.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형님은 얼마전 천궁밭을 가다가 미끄러져 갈비뼈에 금이 갔습니다.

안동 병원에 가도 별 방법 없이, 저절로 붙을 때까지 편하게 쉬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 양반이 이 아침에 장작 더미를 안고 왔다갔다 하시니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를 밖에요.

 

저희집에 장작용 나무가 들어온 엊그제는 우씨 아저씨가

엔진톱을 들고 오셔서 긴 참나무를 토막토막 잘라주셨습니다.

작업 현장을 보면 기계 작업 자체가 너무 무서워

저는 저만치 떨어져서 보다 안보다 합니다.

 

어제밤, 라이몬도 따라 아저씨네 아드님 건강을 도와주러 갔다가

얘기끝에 저희 화목난로 얘기가 나왔습니다.

늘, 텐트에 사는 저희들 추위 걱정을 하시니까요.

생나무라 그런지 나무가 잘 안타요. 불 때기가 쉽지 않네요.

마른 나무로 먼저 불을 때다가 화력이 좋아지면 그때 생나무를 넣어야 되는기라.

 

그러시더니, 이튿날 바로 마른 장작을 싣고 오신 거에요.

 

 

낮에는 아저씨네와 함께 길 제설작업을 했습니다.

어제밤 늦게 이장님이 골로 트렉터를 몰고 와

강풍속에서 일차 제설작업을 해주었는데,

바람 때문에 그리고 길이 응달져 있어서

흙과 모래를 더 많이 뿌려야 한답니다.

그래서 라이몬도 트럭으로 영양 쪽에서 모래를 한 차 실어다 놓기도 했습니다.

 

 

 

 

저녁마다 밥 먹으러 오라고 성화셔서

오늘은 꼭 아저씨네로 밥 먹으러 가려고

다른 약속은 뒤로 했습니다.

 

시골에서 느끼는 것: 함께 밥 먹는 것이 한 하늘 아래 함께 사는 참살이인 것 같습니다.

밥이 하늘입니다

 

봄되면 어서 집 구색을 갖춰

저도 이 사람 저사람 불러 밥도 먹이고 술도 먹이고 싶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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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신암에서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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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산적(주정필) | 작성시간 10.02.02 갈비뼈는 부러져도 보름이면 제자리를 잡습니다. 그동안은 힘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갈비뼈가 다치면 감기와 늑막염을 조심하셔야...
  • 작성자푸른잎 | 작성시간 10.02.02 좋은분들 만나셨네요 ..도시에서는 그런 정이 그립나이다.소중한 인연으로 잘 가꾸시길요....
  • 작성자강가 | 작성시간 10.04.24 저도 뭔가에 굶주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인정이군요..정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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