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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기도들

[스크랩] 침묵 속에서 알아차리기

작성자노래하는 망치|작성시간12.09.18|조회수141 목록 댓글 1

 

혼자 조용히 머물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의식을 바라보는 나를 보게 됩니다. 그리곤 때로 당황하기도 하지요. 자기의 낯선 모습에 말입니다.

 

때로는 잊혀졌다 싶은 기억이 떠오르는가 하면, 그리운 사람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또는 서운했던 일들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갑니다. 그렇게 나의 의식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흘러갑니다.

 

더욱이 사람은 누구나 아픈 기억들을 갖고 있기에, 그중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굳이 떠올려봐야 괴로운 것들도 있을 테구요. 애써 피하고자 했던 감정들이

떠오르니 공연히 마음이 불편해진다고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알아차리기는 바로 그럴 때 내가 불편해 하는 그 기억들을 가만히 갤러리의 그림보듯이, 감상하듯이 지켜보는 겁니다. 제3자가 되어서 말이지요. 그러는 동안 아직도 내 마음이 그때의 일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게 됩니다.

 

그런 바로 내 마음의 변화를 느끼며 그 기억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는 동안 

내 마음 속에서 표현하지 못해 힘들어하던 감정들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밝아집니다. 내 마음이 밝아지는 만큼 과거의 기억들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마치 새벽에 해가 동녘에 떠오르기 시작하면 온 세상을 덮고 있던 어둠이 슬며시

사라지며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말입니다.

 

내 의식을 흘러가는 기억들과 생각들은 비유하자면,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들 같습니다.

때론 먹구름이 온통 하늘을 뒤덮기도 하지요. 때론 양털구름처럼 먼먼 기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하구요. 마치 그 구름을 무심히 바라보듯, 나의 기억과 생각들을 마주하는 것,

그렇게 알아차리는 것, 그렇게 아하! 그때 내가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

아하! 내가 그만큼 힘들어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

그렇게 나를 힐링하고, 내 안의 동요하는 마음을 달래고 다스리는 것.

그것이 바로 침묵 속에서 알아차리기입니다.

 

내 의식에 흐르는 기억이나 생각을 그때그때 알아차림으로서 마음을 다스리는 문화는

특별히 남방불교의 위빠사나계열에서 크게 발달했습니다.

그들은 마음의 평정을 찾을 때는 늘 알아차리기에 집중했지요.

뿐만 아니라 긴장되어 있는 몸을 풀 때도 이런 알아차리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른바 Body Scan라고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명상프로그램에서 흔히 사용하는 것인데,

발끝에서부터 발바닥, 종아리, 무릎, 장단지, 엉덩이, 다시 허리에서 등줄기를 타고 목까지 올라와

어깨와 양쪽 팔, 그리고 머리로 올라가며, 몸의 긴장을 푸는 것입니다.

 

불교가 인류사에 기여한 최대의 공로중 하나는 의식 또한 5개의 감각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하는 요소로 본 것입니다. 의식을 합쳐 모두 '6근(根)'이라고 하지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이 의식을 어떻게 내 의지로 제어할 것인가가

초기불교의 최대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결국 시선을 내면으로 향함으로써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방황하는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비롯한 제3세계 원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이 알아차리기를

침묵의 일부로 보고 실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주민들뿐 아니라 영적인 문화권에서는

거의 모두 침묵과 알아차리기를 가르쳤다고 보셔도 좋을 겁니다.

 

그런데 명심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알아차리는 동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은 저절로 그런

감정이 생기게 되지만, 좀더 의식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그런 마음을 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아픈 기억을 마주하는 동안에도 '괜찮아. 그때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한 걸. 모든 게 다 잘 되고 있어. 나는 행복해....'

이렇게 마음 속으로 되내며 내게 주어진 것들에, 이만큼 변한 것에,

이만큼 편안해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조금씩 나아진 것에, 좋아진 것에 감사하는 동안 남은 응어리는 더욱 빨리 흩어집니다.

아무리 알아차리기를 열심히 해도 감사할 줄 모른다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답고 축복과 은총으로 가득찬 것인지를 모른다면,

알아차리기는 그저 조건반응식의 무미건조한 행위가 될 뿐입니다.

 

인생은 의미로 가득차 있지요.

알아차리는 동안

그 하나하나에 대해, 그 각각에 대해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새로운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그는 침묵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의 변화를 느끼고

감사하는 것... 거기에 바로 인생의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자식을 둔 어머니들은 침묵과 알아차리기를 통해 쓸데없는 불안과 걱정거리들을

내려놓는 연습을 자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머니가 걱정하고 불안해한다면

자식들과 가족들이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중심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중심에 있는 이가 흔들리면, 모두가 다 불안해지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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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끈들 | 작성시간 16.03.24 좋은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어머니가 걱정하고 불안해 한다면 자식들과 가족들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자주 침묵과 알아차림 연습을 해야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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