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디언 추장의 기도
어머니 대지여,
당신의 등뼈를
뚫어 길을
만들고
당신의 심장에서
기름을 뽑아
수레를 모는
저 문명의
야만인들을 보소서!
당신의 핏줄인
흐르는 강을
막아 둑을
쌓고
당신의 살인
기름진 들판에
굴뚝을 꽂아
천기(天氣)를 더럽히는
저 반역의
무리들을 보소서!
철의 날개를
달아 하늘의
구름을 쪼개고
쇠의 지느러미를
세워 바다의
물결을 가르는
저 영악한
족속들을!
당신의 가슴
위에 산보다
더 높은
모래성을 쌓아
환락의 도시를
꾸미고
선량한 짐승들의
가죽을 벗겨
자신들의 더러운
몸을 감싸는
저 간악한
백정들을!
나귀에 말을
붙여 노새를
만들고
자두에 복숭아를
붙여 천도를
만드는
하늘의 씨를
간음하는 뚜쟁이들!
지상의 온갖
씨들을 훔치는
날도적들!
저들이 밟은
산은 무너져
마른 숲들로
대지는 병들고
저들이 만진
물은 독이
올라 죽은
고기들로 강물은
썩도다
어머니 대지여!
천방지축 저들이
달려간 불의
길이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게 하소서
물질과 허욕을
좇고, 힘과
지혜를 겨루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덧없는 것인가를
깨우쳐 주소서
당신이 사랑하는
자손들은 인류만이
아닌
당신의 품에
안긴 모든
생명들인 것을
일깨워 주소서
그리하여 애초
당신이 지으신
대로
겸손하고 소박한
우애롭고 선량한
인간들로 돌아오게
하소서
저들의 만행을
심판하려는 지옥의
불길이 보입니다
허나 어머니여!
잠시 늦추시고
저들의 뉘우침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소서!
(임보·시인,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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