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오형록
당신의 오묘한 빛깔이
나의 눈과 코 그리고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들었다.
나의 몸과 마음에
어느새 당신의 피가 흘러
당신의 가식 없는 유전인자가
내 가슴에 뿌리를 내렸다.
세파의 온갖 유혹을 거부하고
태초의 은밀함을 간직한 하얀 뿌리가
몸과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당신과 함께 걷는
눈길 맘 길의 가로수마다
주홍빛 홍시가 주렁주렁하다.
홀로 갈 수 없는 그 길에
떫은맛을 잘 우려낸 가슴 하나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마중돌
오형록
눈이 무릎까지 쌓인 날은
큼지막한 돌 몇 개 트럭 짐칸에 싣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오이 접목을 해야 한다
지긋이 가속을 붙여 빙판길을 지날 때
위험을 마중하며 또 하루를 열어가는
바윗돌
아직 아무도 지나지 않은 신비로운 하얀 길에
선명한 바퀴 자국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마중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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