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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공지

전주와 완판본, 그리고 《구운몽》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입니다.

작성자김병수(국어국문학과 동문회장)|작성시간26.06.18|조회수4 목록 댓글 0

https://blog.naver.com/kbs1953jj/222362590527

조선시대에 들어 감영마다 문헌을 출간했고,

사찰과 서원 등에서도 문헌을 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서울의 경판본, 완산의 완판본입니다.

간행된 소설로 1803년 한문본구운몽(九雲夢)’이 있고

한글소설로는 1823년에 발간된별월봉긔(하권, 48장본)’

우리 마을 석구동(石龜谷)에서 발간되었습니다.

또한 출판, 인쇄문화 뿐 아니라

흑석골(1996년까지 평화동)우수한 한지와

서예문화가 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주문화재단 동심찾기프로그램

전주시 마을술사 김병수

 

구운몽 완판본 한지 고소설.  출처:  encykorea.aks.ac.kr
조선 후기 전주에서 발행된 완판본 구운몽 고서 원본.  출처:  동아일보

1. 왜 전주가 '고소설의 성지'가 되었을까?

조선 후기, 소설을 읽는 풍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책을 대량으로 찍어내어 판매하는 '방각본(坊刻本)' 시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당시 방각본의 중심지는 한양(경판), 안성(안성판), 그리고 전주(완판)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전주(완판본)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종이'와 '풍부한 문화적 토양' 덕분이었습니다.

 

최고급 한지의 생산지: 전주는 조선 시대 관청에 종이를 납품하던

'지소(紙所)'가 있을 정도로 종이의 본고장이었습니다.

특히 전주 흑석골은 물이 좋고 닥나무가 흔해 질 좋은 한지가 대량으로 생산되었습니다.

책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던 셈입니다.

 

전라감영의 중심지: 전주는 호남의 행정·문화 중심지였기에 지식인층이 두터웠고,

판소리와 같은 서사 문화가 발달하여 소설에 대한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폭발적이었습니다.

 

2. 완판본 《구운몽》의 역사적 가치

김만중이 쓴 《구운몽》은 원래 양반층이 한문으로 읽던 고급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전주로 내려와 완판본으로 인쇄되면서 '대중문화'로 완벽하게 탈바꿈하게 됩니다.

 

한글 보급의 일등 공신: 완판본 《구운몽》은 한글로 찍혀 나와

글을 아는 서민과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전주의 방각업자들은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문체를 다듬고,

책장을 넘기기 쉽게 편집하여 보급했습니다.

 

완판본만의 독특한 서체 (완판본체): 완판본 소설들은 글자체가 매우 독특합니다.

목판에 글자를 새기기 좋으면서도 줄이 잘 맞고 시원시원한

'전주만의 서체(완판본체 또는 감영체)'를 발달시켰는데,

이는 현대의 폰트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3. 흑석골에서 석구동까지, 이어지는 전통

조선 시대 전주 한지의 중심지가 흑석골(서서학동)이었다면,

현대에 이르러 그 전통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석구동입니다.

흑석골의 맑은 물로 달이고 두드려 만든 한지 위에,

옛 각수(刻手)들이 한 자 한 자 새긴 목판의 먹물이 스며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예술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완판본을 복원하고 재현하는 노력이 전주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주 완판본은 단순한 옛날 책이 아니라,

조선 후기 서민들의 엔터테인먼트를 책임졌던

'K-컬처'의 시초이자 지식의 대중화를 이끈 위대한 기록 문화유산입니다.

 

4. 완판본 역사 속의 석구동

석구동은 완판본 소설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곳입니다.

1803년 전주에서 완판본 최초의 판매용 소설인 한문본 《구운몽(九雲夢)》이 간행된 이후,

1823년 전주 최초의 한글 완판본 고소설인 《별월봉기(別月峰記)》가 바로 이곳 평화동 석구동에서 발간되었습니다.

한양 중심의 경판본에 맞서 전주만의 독자적인 한글 소설 판본을 찍어내며,

서민 대중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한 역사적인 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현재 석구동의 위치와 특징

현재의 석구동은 완산구의 남쪽 끝자락, 모악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리적 위치: 북쪽으로는 전주의 주요 주거지인 평화동 아파트 단지들과 접해 있고,

남쪽으로는 완주군 구이면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 도심화된 평화동 중심가와 달리,

석구동 일대는 여전히 모악산 자락과 전주천 상류의 맑은 자연환경을 품고 있는

전형적인 외곽 농촌 및 자연마을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전통 한지의 주 생산지였던 흑석골(서서학동)이

전주 한옥마을 및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예로부터 맑은 물과 닥나무 등 한지 제조 및 출판 인프라를 공유하거나

그 전통을 이어받기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곳입니다.

 

6. 완판본문화관

완판본문화관은 전주 한옥마을 내에 위치하여 출판 문화의 중심지였던

전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는 대표적인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과거 석구동 등 전주 전역에서 꽃피웠던 완판본 소설의 흔적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전시 및 소장품: 완판본 《구운몽》, 《홍길동전》, 《춘향전》 등

조선 시대 전주에서 찍어낸 다양한 고소설 판본과 목판 원본, 인쇄 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완판본만의 독특한 서체인 '완판본체'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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