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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밤 기러기 엄마들을 만났다. 달라스에 온 지 15개월째 접어드는 고참 엄마와 6개월, 3개월째 접어드는 신참 엄마들이다. 세 사람 모두 4, 5학년 큰 아이를 포함하여 아들 셋, 딸 아들, 딸 둘을 둔 한 동네에 살던 강남 아줌마들이다.
기러기 엄마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몇 개월 전 한 기러기 가족을 만났을 때였다. 엄마와 함께 와 열심히 사는 그 아이들이 정말 대견해서 맘껏 칭찬을 해주고 싶었는데, 그 엄마가 절대 기러기 가족이란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사람들이 기러기들을 싫어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러기 가족을 양산하는 사회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 그 개개인에게는 별다른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물론 평소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는 생각과 그네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팔자 좋은’ 아줌마들이라는 생각도 없진 않았지만 말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나 같은 강북 엄마가 거의 만나볼 일이 없을 강남 엄마들을 만나기 전에는 나름대로의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고, 이국 땅에 와서 어려움을 겪는 이민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밤이 늦도록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사회적 현상이건, 개인의 선택이건 이미 기러기 가족은 우리 사회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웃이다.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살고 있는가 귀를 기울여 보자. 나의 편견으로 나와는 다른 생활방식을 택한 사람들에게 따가운 눈길을 주기 전에 이해하려는 마음의 문을 먼저 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러기 엄마들의 합창’을 공개한다.
> 왜 힘든 기러기 엄마를 자초했나.
▲ 한국에서는, 특히 강남의 경우 4, 5학년 애들의 반 이상이 외국으로 나가 수업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다. 사립학교에서는 아예 1학년부터 수학도 영어로 가르친다. 4, 5학년쯤에 외국에 나갈 걸 계산해서 현지 적응 맞춤 서비스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공부 어느 정도 하는 애들은 다 유학을 간다. 그 애들이 유학을 다녀오면 영어를 잘 한다. 시간 활용도 잘 하고, 생각하는 것, 매너도 세련되고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미국 물 먹어서 그런지 나이스 해졌다’가 일반적인 평가다. 영어가 되니까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할 수 있으니 공부도 더 잘 한다. 결국 한국에서와 똑같은 돈을 들이면서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이다.
▲ 한국에서 유명한 어학원에 자녀가 합격하면 부모는 서울대 간 것처럼 기뻐한다. 아들이 그 어학원의 하위 레벨에 붙어서 좋아했더니 뒷집 애는 최고 클래스인 알바트로스 클래스엘 다니고 있었다. “미국에서 2년 살다 왔대” “그래? 그럼 가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 미국에 가야 되겠다고 생각한 건 아들이 그 학원에 가서 처참하게 떨어졌을 때다. 그후 두달 만에 미국에 왔다. 학원 입학 시험 보러 갔을 때 학원생들을 보니 영어로 대화를 하고, 학원 숙제를 프리젠테이션 식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게 쇼크였다.
▲ 오기 전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남편과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애가 가고 싶어 하니까 부부가 고생해서 아이 인생이 성공한다면 해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내 아이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혜택을 못 받아서 뒤진다면 우리 부부가 고생하자, 그렇게 해서 왔다.
▲ 애들 학교 수업 끝나면 3시. 그 다음에 보통 학원 2개엘 갔다. 그래도 나는 매일 태권도나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그 동네에서는 공부 별로 안 시키는, 줏대가 강한 이상한 엄마(?)였다. 학원 끝나고 7, 8시에 저녁을 먹었다. 그런?내가 보기에 아이들이 그 나이 또래의 감성이나 기쁨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외국의 교육은 자유롭고, 아이들이 인정받고, 일단 가면 들어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 아들의 학업도 걱정이었지만 특히 둘째 아들은 이상한 선생님을 만나 학교에 가기 싫어했었다. 행복한 외국 학교생활이라니 한 번쯤 보내보자, 한국 교육의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보자는 생각을 했다.
▲ 큰딸이 욕심이 많다. 공부를 잘 했지만 친구들이 다 외국엘 갔다 오니 샘나고 화가 난다고 했다. 딸이 오고 싶어 해서 왔다.
▲ 외국에 나간다는 두려움이 커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해보자 생각했다. 아이는 학원이 9시 30분에 끝나 집에 오면 10시쯤 된다. 그러면 그때 저녁을 먹는다. 남편은 왜 애를 그 시간까지 학원에 보내냐고 했다. 남편 앞에서 영어책, 수학책 몇 번 찢어봤다. 그런데 학원 다녀도 스트레스만 쌓일 뿐 실력이 늘지 않더라. 애들 스트레스만 쌓였다. 그러려면 미국 가서 영어 배우면서 좀 놀아보자 생각을 하게 됐다. 오니까 너무 놀아 좀 불안하다.
> 와보니 어떤가.
▲ 한국에서 멀쩡하던 사람들이 미국에 오니 장애인이 되었다. 우스개소리로 한국의 며느리처럼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그렇게 살아가는 느낌이다.
▲ 언어가 안되니까, 내가 동양인이니까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이 저절로 든다. 한국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나를 지배한다. 월마트 가서 샅샅이 다녀봤지만 아직도 손톱깎이를 못 찾았다. 아파트에 컴플레인 할 일 있어도 참는다.
▲ 미국에 와서 내가 뭐든 걸 다 해야하다 보니 한국에서 내가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도 못하고, 컴퓨터도 잘 못하고, 육체적 힘도 없고…. 한국 가면 공부 해야지, 스스로 뭐든 해야지 생각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신랑이 벌어다주는 돈 쓰기만 하고 살았는데, 내가 얼마나 혜택을 많이 받고 살았나 깨닫게 된다. 남편과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사람들이 다 나보고 웃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이방인이라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어 못해서 아이들을 충분히 서포트 하지 못하고, 한국 갔을 때 사람들이 ‘너 미국에서 공부 했으니 영어 잘 하겠다’고 할까봐 부담스럽다.
▲ 맨 처음에 아파트 계약하는데 언어소통도 안되고, 친구한테 도움을 받는 것이 미안했다. 친구는 미안해 하지 말라고 해도 내 자신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엄마 발음 이상하니까 말 하지마’ 딸이 그러면서 제 친구가 눈치 채지 않게 다른데 쳐다보며 말하더라. 다른 친구들이 엄마 무시할 거라며 친구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 싫어한다.
▲ 나 혼자 뭔가 했을 때, 예를 들면 처음으로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았을 때(ATM 머신 말고), 혼자 아이들 선생님한테 가서 뭔가를 했을 때 등 미국 생활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나머지 대부분은 좌절감을 느낀다.
▲ 나는 3개월 조금 넘었는데, 집 얻을 때부터 애들 학교 보내기, 은행 계좌 트기 등 할 때마다 하나씩 걸려 순조롭지 못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너희 스스로가 발등 찍고 무슨 말이냐 하겠지만 한국에서 왔다가 2개월만에 짐 싼 사람도 많을 만큼 쉽지 않은 생활이다.
> 하루의 시간표를 얘기하면.
▲ 하루가 빠듯하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학교에 가면 1시까지 수업이 있다. 점심 먹고 아이들 데리러 갔다가 간식 먹이고 과외 하고 저녁 먹고 숙제 하면 밤 9시 된다. 주말에는 더 바쁘다.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 일정대로 움직인다. 한 녀석 축구장에 떨어뜨려 놓고, 다른 녀석은 한글학교에 보내고, 또 다른 녀석 악기 수업에 데려다 준다. 끝나는 시간 기다렸다가 하나씩 다 데려오면 어느 새 오후가 되는 식이다.
> 생활비는 어느 정도 드는가.
▲ 한 달에 6000불 정도 든다. 아파트 렌트비, 자동차 리스, 아이들 과외(영어, 수학), 악기 등을 가르치는데 한국에서 들어가는 생활비와 비슷하다. 영어 배우러 미국 갔는데 웬 과외? 하겠지만 영어 말하기 듣기는 여기 애들에 비해 부족하고, 수학은 잘 하지만 한국보다 수준이 낮아 한국에 돌아가서 받을 수업에 대비하기 위해 한다. 한국에서는 같은 돈에서 생활비 하고 조금씩 돈을 아껴 샤핑이라도 했는데, 여기서는 여유가 없다.
> 아이들은 어떤가.
▲ 아이들은 너무 좋아한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고, 학원가서 늦게 오지도 않으니까 좋아한다. 이번 주에는 할로윈 주간이라 더 좋아한다. 귀신 나오는 집도 구경 가고, 오늘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아이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 큰 애는 한국에서 일곱 살 때부터 영어 공부해서 학교 적응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지금 프리에이피 클래스에 있는데 성적이 좋다. 한국에서는 괜히 화를 많이 냈는데, 미국에 와서는 즐겁게 지낸다. 영어 공부 안 했던 둘째는 6개월 동안 힘들어 했다. 영어가 안 돼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다.
▲ 한국에 있을 때 가족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남편은 공부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빠가 없어 함께 못하니까 아이들에겐 그게 스트레스가 된다.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을 그리워한다. 학교는 좋은데 다른 건 싫다고 한다.
▲ 큰딸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와보니 여기 애들 노는 게 유치하다고 한다. 단짝 친구와 수다도 떨고 교감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게 스트레스고,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는 않다고 한다. 6살부터 영어 유치원엘 다녀서 읽고 쓰기는 잘 하는데 말하고 듣는 것은 한 달 정도 지나서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선생님한테 수학 분수를 쉽게 푸는 방법도 가르쳐 줄 정도로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다.
> 달라스엔 어떻게 오게 됐나.
▲ 여동생이 여기 살고 있어서 오게 됐고, 내가 있는 바람에 두 엄마가 오게 됐다.
▲ 한국에서 몇 년 전에는 영어 공부를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에 많이 갔는데, 발음이 영국식이라 요즘은 꺼리는 편이다. 최근에는 싱가폴이나 필리핀의 가격이 싸고 아빠들도 자주 왕래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영어, 하면 미주권이 우선이다. 미국을 선호하지만 엄마가 학생 비자를 받지 못하면 아이들이 나중에 귀국했을 때 제 학년에 들어갈 수 없어서 비자로 인한 제약이 있다. 대부분 엄마들이 학생 비자를 받아서 오는데, 요즘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E2) 비자를 받는 것도 유행을 타고 있다.
캐나다는 아이들에게 학생 비자를 줘서 가기가 쉽다. 대신 1년 학비를 1만불 정도 받는다. 캐나다 뱅쿠버에서 한 시간 떨어진 아보츠카도에는 200여명이 한국 유학생이다. 한 교실에 유학생 2명씩만 받는데 한국 아이들로 꽉 차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해서 한국 수업 진도에 맞춘 한국 학원 분원도 있을 정도다. 달라스는 한산하고 좋다.
> 아이들이 계속 있고 싶다면 어떻게.
▲ 아이들이 미국 생활을 좋아해도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자식을 기숙학교나 홈스테이로 유학을 보내는 것도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서 경험해보니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다. 엄마랑 있어도 힘든데 혼자 모든 일을 해나간다는 것이 보통 아이들에게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아빠와 떨어져서 가족이 비정상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1,2년이면 족하다고 본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아 함께 지내고 싶다.
▲ 애들이 여기서 성적이 좋으니까 좀 흔들린다. 한국에서는 중학교 들어가면 영어 수학 때문에 더 이상 하지 않는 악기를 계속 하는 것도 좋다. 어떤 가족의 아빠가 미국 회사에 지원해서 온 가족이 씨애틀로 온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부러운 걸 보니 미국에 살고 싶은 마음도 많이 있는 것 같다.
> 기러기 가족이 파탄 나는 경우도 많다는데.
▲ 미국 온다고 했을 때 시부모님이 난리 났었다. ‘뭐 기러기? 너 하고 싶은 대로 놀면서 골프치고 바람피우면서 사치하려고 가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 안된다’ ‘여자 들여 앉혀놓고 가라’ ‘가려거든 니 남편 마음으로 포기해라’, 친정 부모도 ‘부모 자식 간 인연을 끊자’ ‘바람난다는데…’ 라며 말렸다. 남편은 ‘미국 가거든 옆집 백인 남자를 조심해라’ 소리도 했다.
▲ 남편들에게 어디 가서도 ‘기러기 아빠’란 말 하지 말라고 한다. 특히 술집 가서는 절대 하지 말라고. 남편이 일 외에는 헬스와 골프에 빠져 지낸다고 한다. 나에게도 헬스 열심히 하라는 걸 보면 딴 생각 말라는 뜻 같기도 하다. 다른 아빠들도 먹는 것, 술로 가족과 떠나 지내는 감정적, 육체적 욕구를 잠재운다고 한다. 여자들은 가끔 오히려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남자들은 힘든 것 같다. 서로 고생하고 있으니 조금만 참자고 위로를 한다.
▲ 원래 부부간에 문제가 있는 경우 떨어져 있으면서 가정 파탄으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이 원해서 교육 때문에 온 경우는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 다른 한인들은 만나는가.
▲ 여기 사는 사람들이 기러기들을 싫어한다고 한다. 교회에 갔을 때 ‘이민 오셨어요?’ ‘아니에요.’ ‘그럼 기러기세요?’ 묻는다. 그렇다고 하면 바로 말투가 표정이 바뀐다. 교회 이용하려고 다닌다고. 하지만 그런 건 아니다. 교회엘 가다보면 도움도 받게 되지만 한국 사람이 그리워서 가는 게 제일 많다. 근데 우리를 바라보는 눈들이 그렇다. 특히 한국에서 교회 안 다녔던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 은행 계좌 트러 갔을 때 한국인 직원이 ‘기러기들이 우리가 낸 세금 쓴다’고 대놓고 얘기 하더라. 그리고 그 사람은 내가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행동을 했다. ‘한국 생각은 하지 마세요. 한국말도 못 알아들으세요?’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
▲ 기러기들이 와서 과외비 올려놓고 사치해서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정말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더욱 남들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우리 뒤로 오는 기러기들을 위해서도 조심하려고 한다.
▲ 하지만 좋은 분도 많이 만났다. 가끔 식사 초대도 해줘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수다도 떨며 호강하기도 한다.
> 기러기 엄마로서 힘든 점은.
▲ 한국에서는 긴장감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긴장의 연속이다. ‘아이들이 아프면 어떻게 하지?’ 등 걱정이 많다. 갑자기 가정의 책임자가 되어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보다 여유가 없고 불안하다. 미국까지 왔다 가는데 아이들이 학원에 못 들어갈까봐도 걱정이다.
▲ 시간은 굉장히 빨리 지나가는데 굉장히 허하다.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에 긴장한다. 처음 와서부터 잇몸이 들뜨고 입술이 터진다. 한국에서는 매일 붙어살았던 친구들이 아래윗집 살면서도 자주 만나게 되지 않는다.
▲ 긴장감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날카롭다. 객지라는 긴장감, 언어(생활)의 제한, 섬 같은 고립감,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 이런 마음과 느낌이 아이들에게도 간다. 아이들이 숙제를 안 하거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가방 싸자’ ‘가자’ 그러면서 그동안 가방도 몇 번 쌌었다.
▲ 5개월 지나 돌아갈 때가 가까워지니까 좋으면서도 걱정이다. 이렇게 왔다 가서 학원도 못들어가, 공부도 못해, 그러면 식구들한테 볼 면목이 없고 신랑한테도 미안하다. 그리고 옆집 아줌마, 학교 엄마들 너무 무섭다. ‘그 난리 치고 돈지랄 하더니…’ 그럴까봐.
>기러기 엄마로서 좋은 점도 있나.
▲ 여자들끼리 어울리는 자유로움도 있고, 저녁밥 안 하는 게 제일 좋다. 국 한 번 끓여서 2~3일씩 먹어도 되고, 아이들에게 고기 구워 김치 하나 줘도 된다. 청소랑 빨래도 매일 안 해도 되고…. 남편이 없으니까 그야말로 아무렇게나 해놓고 산다.
▲ 기러기 엄마 생활을 자식들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왕 주어진 것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나이 40에 유학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나름 유학생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내 인생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내가 언제 잘 생긴 19살짜리 외국 남자 하고 같이 앉아 공부 하겠나? 뉴욕에 갔을 때 박물관에서 학생증 내고 50% 할인 받아 학생 티를 낸 것도 좋았다.
> 스트레스는 무엇으로 푸나.
▲ 나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등 새로운 걸 좋아한다. 하지만 예전에 즐기던 것이 이제 낯선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되었다. ‘미국에는 왜 이렇게 고가도로가 많아?’ ‘왜 이렇게 멀어?’ ‘주유소에서 왜 내가 기름 넣어야 해?’ 등. 나만을 위한 에너지를 위해 한국의 식구나 친구들과 통화하는 것, 한국 비디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 달라스를 일구는 사람들로서 한 마디 한다면.
▲ ‘정신 나간 것들 가족이 떨어져서 무슨 부귀영화?’ 라고 하는 사람들 있지만 우리 같은 상황을 겪어보면 아마 다들 땡빚을 내서라도 오고 싶었을 거다. 그리고 접해보지도 않고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 기러기 엄마들 때문에 남편 바람난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이들 돌보느라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 또 교회에서 자기들 이용해먹고 상처주고 간다는, 그래서 기러기랑 가까이 안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상처 받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 ‘한국 가면 달라스가 얼마나 그리울까?’ 여유롭게 운전할 때 문득 생각해본다. 오후의 한적한 여유로움, 무척 그리울 것 같다. 아틀란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