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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강구라는 이름은 단지 생긴모양이 바퀴벌레를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 |
이름 때문에 억울해할 만한 해양생물들이 더러 있다. 이름을 바꾸기 위해 하소연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사람들 편한대로 달아버린 이름을 업보마냥 짊어지고 살 뿐이다.
탈장한 항문을 닮았다 해서 ‘말미잘’(2회), 생김이 지옥에서 온 귀신같다 해서 불리게 된 ‘아귀’(25회), 임금님 입맛이 변한 탓에 도로 물리라 했다던 ‘도루묵’(27회),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억울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해양동물이 갯강구들이다. 이들은 단지 생긴 모양이 바퀴벌레를 닮았다 하여 ‘강구(바퀴벌레의 경상도 사투리)’ 라 이름 지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바다바퀴벌레’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갯강구는 3~4.5센티미터 정도의 몸길이에 거무틱틱한 색과 납작한 모양새를 가진데다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꼴이 바퀴벌레와 닮긴 했다. 그기에다 이상한 낌새라도 감지되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민첩함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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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바위에 무리지어 모여있는 갯강구들이 인기척에 놀라 바위틈새로 몸을 숨기고 있다. | |
그러나 갯강구는 절지동물 갑각류에 속하는 종으로 곤충류인 바퀴벌레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환경에 끼치는 역할도 판이하다. 바퀴벌레가 온갖 세균을 몸에 묻히고 다니며 음식물 등을 오염시키는 ‘공공의 적’인데 반해 갯강구는 연안의 갯바위나 테트라포드 사이사이에 있는 음식물 찌꺼기나 각종 유기물을 처리해주는 ‘부지런한 청소부’들이다.
갯강구들은 밤 동안 일정한 곳에 모여 휴식을 취한 후 아침이면 무리지어 모습을 드러내 분주한 일과를 시작한다. 만약 갯강구들이 없다면 해안가는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자신들의 역할이 이러한데 이름은 사람들이 가장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바퀴벌레에서 따왔으니 그들 나름 억울함을 하소연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