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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봄 먼 바다에 있던 멸치들이 연안으로 몰려오며 바다는 활기가 넘친다. | |
멸치는 우리에게 상당히 친숙하다. 갓 잡은 것은 초고추장과 미나리에 버무려 날 것으로 먹으며 젓갈을 담아서는 사시사철 입맛을 돋우는데 사용한다. 커다란 가마솥에 쪄서 말린 마른멸치는 멸치의 대명사격으로 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토록 친숙한 멸치이지만 과거 조상들로부터는 그다지 대접받지 못했음이 멸치라는 이름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우해이어보'는 멸치를 멸아(鱴兒), 말자어(末子魚)로, <자산어보>는 추어(鯫魚), 멸어(蔑魚)라 전한다. 조상들이 멸치를 얼마나 업신여겼으면 '업신여길 멸(蔑)'자를 썼을까? 거기에다 물에서 잡아 올리면 급한 성질 때문에 바로 죽어버린다 하여 ‘멸할 멸(滅)'자까지 붙였다.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추어(鯫魚)라는 이름에도 변변치 못하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과거 업신여겨지던 멸치이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져 칼슘의 제왕으로 대접받는다.
멸치를 비롯한 생선뼈는 주로 인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화합물은 비타민 D의 도움을 받아야 체내에 흡수가 잘된다. 비타민 D는 생선 내장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내장과 뼈를 통째로 먹는 마른 멸치야말로 칼슘 흡수에서는 최고의 자연식품이라 할만하다.
멸치 어업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선단을 이룬 고깃배가 멸치 떼를 따라가며 잡는 유자망 어업으로 전국 유자망 어획량의 70퍼센트를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이 담당한다.
둘째는 멸치 떼가 주로 이동하는 바다 한가운데 미리 그물을 쳐 놓고 잡는 정치망 어업이다. 셋째는 경남 남해군의 유명한 죽방렴 어업이다.
이는 물살이 빠른 곳에 대나무로 가두리를 만들어 그물을 쳐두고 이곳으로 떠밀려 들어오는 멸치를 잡는 방식이다. 유자망이나 정치망을 이용하면 한 번에 대량으로 멸치를 잡을 수 있지만, 그물에 잡힌 멸치를 털어낼 때 멸치의 원형이 훼손된다.
반면 죽방렴의 경우 밤새 대나무 가두리에 들어온 멸치를 아침에 뜰채로 떠내므로 어획량은 적지만 멸치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상품가치가 높다.
또한 죽방이 설치되는 해역은 물살이 빨라 이곳에 적응하고 사는 멸치들은 자연 운동량이 많아져 육질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잡힌 죽방멸치는 1킬로그램 당 30만~40만원을 호가한다. 보잘 것 없다 하여 ‘멸(蔑,滅)’자를 붙인 멸치지만 지금에 와서는 잡는 방식에 따라 ‘금(金)치’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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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기장군 대변항은 정치망으로 잡아들인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는 어부들로 분주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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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살이 빠른 곳에 설치해둔 대나무 가두리 안으로 밤새 고기떼가 들어온다. 이른 아침 죽방안으로 들어간 어부가 죽방안에 펼쳐둔 그물을 들어올린다. 어부가 그물에 걸린 멸치를 뜰채를 이용 퍼 올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