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과 나팔꽃 /김일중
네가
이 땅에
오기 전에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나팔을 불었단다.
아침의 영광이라
추앙과
사랑을 받았단다.
울타리를
튼튼하게 붙잡고
아름답게 꾸미는 나는
마당과 울타리
모든 꽃들 중에
주인에게 가장
인정받은
귀염둥이였단다.
네가
이 땅에
들어오고 나서
너의 멋진 이름
강렬한 색깔
사랑스러운 잎사귀로
나의 모습은 가려지고
온종일
자연의 영광을 빛내며
피어있는 나는
너의
그늘에 묻히고 말았단다.
옛날 나는
아름답게 피어나지만
너무 자유롭고 제멋대로라
인정받지 못했단다.
삽날 같은 잎사귀는
너무 흔한 모습이라
귀하게 사랑받지 못했단다.
뿌리도 구황작물인데
고구마 감자에 밀려나고 말았단다.
그래서 멋진 이름 하나
얻지 못하고
그냥 야생화
메꽃이라고 불린단다.
네가
이 땅에
오기 전에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
연보랏빛
나팔을 불었단다.
사실 하루 종일
나팔을 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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