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가장 먼저 피는 빛
시 ㆍ 전해주
낭송ㆍ전해주
칼바람이 골목을 비워내고
햇살마저 발을 멈춘 오후,
눈은 소리 없이 쌓여
세상의 문을 하얗게 잠근다.
그 적막 속에서
툭—
붉은 기척 한 점이
얼음의 결을 밀고 올라온다.
작고 시린 꽃망울이
겨울의 등을 가만히 밀어낼 때,
추위는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 발아래 조용히 내려앉는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은 이미 안쪽에서 자라고 있었다.
가장 시린 자리에서
세상에 첫 안부를 건네는
한 통의 편지처럼.
피어난다는 것은
견뎌온 시간의 결을 드러내는 일,
향기로 조용히
세상을 깨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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