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보살 수행기
권 현 수
우렁쉥이, 멍게 한 마리
바다 속 바위등걸에 가부좌하고 있다
유생시절 자랑하던 빛나는 머리를
제 손으로 활활 벗어 버렸으니
얼굴도 없고 두뇌도 없다
생각을 굴릴 머리가 없으니
좋은 것도 없고 싫은 것도 없고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이 일면 물결 이는 대로
그렇게 앉아 노란 속살 무르익힌다
시원한 향기 골골이 키운다
해거름 어느 스산한 날 맛 고픈 누군가 두 손 내밀면
아낌없이 남은 몸도 육보시 해 버린다
슬슬 녹는 속살도 오도독 씹히는 겉살도
남김없이 주어 버린다 활활 벗어 버린다
아주 잠깐 한줄기 맑은 향기로
그렇게 허공 중에 떠돌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렇게 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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