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수첩
김미형
볼펜 글씨가 누런 종이에 번져 있다
수십 년 전
아버지를 보내드리던 날
앞이 흐리게 보이던 그때처럼,
읍내 차비 100원
세탁소 300원
비누 400원
담배 60원
소금 1,100원
부락길 준공식
교육청 체육회 참가
영수는 부산
장수도 부산
미형이는 진주로
육지에서 공부하던 남매들 소식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우리 집 얇은 살림살이,
아버지의 빠듯하고 검소한 일상이
양지바른 언덕
오래된 햇볕처럼 편안하게
웃고 있다
가끔
넉넉하지 못했던 날들의
미안함마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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