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있는 동안
이 신 강
해가 있는 동안에 모든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신을 구 할 수 있는 것도 해가 있을 때입니다
빛이 있을 때 빛을 소중히 써야합니다
해가 지면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캄캄한 것은 캄캄 할 뿐입니다
웃고 우는 일도 해가 있는 동안의 일입니다
해가 지며는 영원한 암흑입니다
해가 있는 동안에 영원을 사랑 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결정 할 때도 해가 있는 동안입니다
<퍼포먼스>
아버지
<KBS 아침마당에서 발췌>
이 신 강
방안에 호롱불이 켜있고 볏짚이 있고 중년의 아버지가 새끼를 꼬고 앉아있다.
아버지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우리 아부지는 돗자리를 잘 짜셨는디 나는 가마니나 짜고 새끼나 꼬라면 꼬지 왕골다루는
일은 영 못허겄단 말이여. 내년에는 큰놈이 중핵교에 가고 막내녀석이 소핵교에 들어갈긴데
최부자 어른을 찾아뵙고 작년에 맡으라던 논 열마지기를 받아와야겠구먼. 소작도 아무나 주는게
아니니께 금년에는 미리가서 달래야 하잖겠남. 올해는 돌밭사서 쓸만한 밭 만드느라 고생깨나 했는디,
내년에는 그 밭에서 콩말이라도 거둘라나 모르겄네. (일어나서 방문을 열어보며)
어라, 사각사각 소리가 나더니 눈이 꽤 많이 오는구먼.
내년 보리 농사는 걱정읍겄는디.”
아버지는 다시 앉아 볏단에 물을 뿌리고 새끼를 꼬고 앉아있다.
시낭송이 시작된다.
큰집에 제사지내러 갈 때는 하늘에 별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자정넘어 제사를 지내고 나올 때는 눈발이 날렸다.
아버지는 ‘어서 가야겠는디’ 혼잣말을 중얼거리시며 서둘러 밤길을 성큼성큼 걸으셨다. 우리집까지는 시오리길이고 평소에는 눈감고도 오가는 길이었다.
한오리쯤 갔을 때 눈을 못뜨게 눈이 내리더니 금새 발목을 넘 던 눈이 무릎이 빠지게 내렸다.
용진이 : 아부지. 빨리 집에 가고싶어유.
아버지: 그럴수만 있으면 을마나 좋겄냐. 그런디, 눈이 이렇게 험하게
오니께 동서남북을 분간 할 수가 읍네. 잘못 가다가는 낭떠 러지로 갈 까 겁나는디.
용진이: 그러면 어떻해유.
아버지 :걱정마라. 너는 아부지만 믿으면 돼.
아버지는 나를 가운데 두고 무릎이 넘는 눈을 보리밭 밟듯이 꾸욱꾸욱 원을 그리며 밟으셨다. 눈은 금새 일곱 살박이 내 가 슴을 넘어서 나와 아버지는 눈사람이 되었다.
아버지: 용진아. 아부지 말 잘들어 둬어.
용진이: 무슨말인디유.
아버지: 어머니 보러 집에 계신 할머니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혀어. 그 리구 느이 어머니 맨큼 좋은 사람은
이세상에 읍섰다고도 혀라.
용진이: 아부지 그렇게만 말하면 되나유.
아버지: 그럼 그럼.
용진이: 그런디유 왜 지가 그런말을 해야되남유.
아버지: 그건 나중에 알게될거다.
아버지는 단단히 밟은 눈위에 속저고리와 솜두루마기를 벗고 누우셨다.
아버지: 자아 용진아. 이리와서 아부지 배위에 엎드려어. 옳지. 옳지
그리구 눈을 감고 하나. 두울. 세엣 숫자를 셔어.
아버지는 속저고리와 솜두루마기로 나를 포옥 싸안으셨고
나는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가 내 뺨을 때려서 눈을 떴다. 동네사람들이 웅성웅성 둘러 서있는 가운데 어머니가
‘ 용진아. 용진아 아이구 용진아’ 나를 부르며 끌어안고 통곡을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