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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강동문학 원고

내 생애 최애의 애장품-수필

작성자유귀덕|작성시간26.06.21|조회수22 목록 댓글 0

                          내 생애 최애의 애장품

                                                                                                                                                           유 귀덕

 

   “당신은 요즘 무엇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각기 다른 다양한 대답을 할 것이다. 그만큼 사람마다 갖는 관심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다양하다.

   가끔 어린아이가 노는 모습을 통하여 그 아이의 취향이 언뜻언뜻 보인다.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괸심으로 지칠 줄 모르고 논다. 어린 손주를 통하여, 그 아이의 관심사가 공룡임을 알았다. 공룡 책에 나오는 이름은 길기도 해서 내가 읽으려 해도 발음이 까다로워 상당히 어려웠다. 그런데 두터운 책장을 척척 넘기며 이름들을 정확히 말했고, 특징까지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도리어 나를 가르쳐 주는 것 아닌가. 글씨도 걸음마 수준인 아이가 어떻게 알았을까, 신통방통한 모습을 상상했던 적이 있다. 아이를 바라보며 언제까지나 공룡에 관한 관심사를 이어갈 줄 알았는데 점점 자라면서 아이의 관심사도 변해갔다. 환경에 적응하는 카멜레온처럼.

   학창 시절, 나도 우표 수집에 집착했던 때가 있었다. 친구들이 국내 우표 수집하는 걸 보면서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마침, 적십자에서는 해마다 크리스마스씰을 다른 문양으로 고안해서 판매했다. 그것은 결핵 환자를 돕기 위해서 발행한 우표였지만 수집하는 사람에겐 더없는 관심사였다. 씰을 구매하려고 경쟁까지 해야 했으니까. 당시 언니가 일본에서 일하고 있어 가끔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때마다 외국 우표 수집에 열을 올렸고, 이때부터 애장품을 키운 계기가 되었다.

   가끔 지인 집을 방문하면 주인의 관심사를 둘러보게 된다. 이럴 때면 한눈에 개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일찍이 자신만의 관심 분야에 덕질하듯 몰입한다는 것은 삶을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전형처럼 보였다. 이웃에 수석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돌을 대하는 태도가 신앙인처럼 느껴졌다. 어떤 난관도 불사하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수석을 찾으러 다니는 걸 지켜보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저런 지인의 삶을 닮고 싶어 어쭙잖은 흉내를 냈다. 누군가 얘기하길 코끼리는 많은 재물과 명예, 장수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나는 아무 철학 없이 옳지바로 이것을 수집해야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치 이들과 함께하면 모든 일이 만사형통 이루어질 듯한 착각에 빠져 코끼리만 보면, 닥치는 대로 샀고 거금 출혈도 불사했다. 한참 후에야 모으기가 시들해질 무렵 처음 의도부터가 잘못된 욕심과 허영으로 가득한 출발이었음을 알았고 철학 없는 행동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주지 못함을 간파했다.

   애장품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소중히 간직하는 물품이다. 하지만 그곳엔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면서 혼이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세월이 갈수록 손맛이 배어 마치 묵은 장맛이 진가를 발휘하듯.

   요즘엔 지인 집을 방문할 때마다 애장품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나이가 가르쳐 준 연륜일까. 보석같이 휘황찬란해도 손때가 묻어있지 않거나 이야기가 없는 것들은 별반 매력도 멋지게도 안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것이야말로 개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척도처럼 느껴진다. 한 사람의 개성을 유추해 보는 기회도 얻게 된다.

   지금껏 나의 애장품은 뭘까 생각해보니 딱히 명확하지 못하고 망설여진다. 하지만 마음 가운데 소중하게 품고 있는 빛바랜 일기장이 있으니, 나에겐 최애의 애장품이 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뒤늦게나마 십여 년 넘게 써온 일기가 나의 유일한 정신적 안식처로 값지게 느껴진다. 그저 내 발자취를 담담하게 기록하고 싶었고, 기력이 다할 때까지 써야겠다는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적요한 시간을 혼자 보낼 때면 가족에게 좋은 유산의 선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공상도 해본다. 희망 사항 하나를 덧붙인다면, 나의 장례식 때 꽃 대신 일기장으로 장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알알이 새겨놓은 내 생의 발자취, 여기 남기고 떠나간다는 묘비명으로 고백하고 싶다. 이런 의미를 담은 일기장이야말로 진정한 애장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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