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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강동문학 원고

마침내 꽃을 피우네

작성자안자희|작성시간26.06.23|조회수8 목록 댓글 0

마침내 꽃을 피우네

 

               안지희 

 

몇해 전,

꽃과 향이 좋다 하여

앞뜨락에 매실 한 그루 심었네.

 

해가 가고 달이 가도

크는 둥 마는 둥,

꽃은 고작 몇 송이.

 

지난겨울 삭풍에 시달리는 모습이

애처로워

해토되면 뽑아내리 마음먹었네.

 

그 무렵

옆집 우람한 나무가 베어지고

그늘이 걷혔네.

 

그러자 매실은

잠에서 깨어난 듯 물이 오르고

봄볕 가득 머금어

고운 꽃이 다발로 피어났네.

 

그제야 알았네.

꽃 피우지 못한 것이

모자람 때문이 아니라

햇살 한 줌 닿지 못한

그늘 때문이었음을.

 

우리 삶도 그러하리.

피어나지 못한 사람을

쉽게 탓할 일이 아니네.

 

오늘은 남의 그늘보다

내 안에 드리운 그늘부터 걷어내야겠네.

 

그래야 비로소

꽃은 꽃답게 피고

열매는 제 몫으로 익어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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