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꽃을 피우네
안지희
몇해 전,
꽃과 향이 좋다 하여
앞뜨락에 매실 한 그루 심었네.
해가 가고 달이 가도
크는 둥 마는 둥,
꽃은 고작 몇 송이.
지난겨울 삭풍에 시달리는 모습이
애처로워
해토되면 뽑아내리 마음먹었네.
그 무렵
옆집 우람한 나무가 베어지고
그늘이 걷혔네.
그러자 매실은
잠에서 깨어난 듯 물이 오르고
봄볕 가득 머금어
고운 꽃이 다발로 피어났네.
그제야 알았네.
꽃 피우지 못한 것이
모자람 때문이 아니라
햇살 한 줌 닿지 못한
그늘 때문이었음을.
우리 삶도 그러하리.
피어나지 못한 사람을
쉽게 탓할 일이 아니네.
오늘은 남의 그늘보다
내 안에 드리운 그늘부터 걷어내야겠네.
그래야 비로소
꽃은 꽃답게 피고
열매는 제 몫으로 익어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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