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끝자락에 떠난 문학기행
유 귀덕
연두에서 녹음으로 건너가는 계절의 나들이. 사방은 녹색 숲 일색이지만 차창 밖을 통해 보는 초록 풍경은 또 다른 감흥을 불러 여행의 기분을 고양 시켜 주었다. 서로를 알아가며 문우의 정을 돈독히 쌓는 호기로운 시간, 박희 고문님께서 열어준 역사 변천사 담화들은 그야말로 길 위의 인문학 정수로 신선했다. 화수분처럼 끝없이 이어져 나오는 이야기보따리, 끝 모를 재미에 빠져 듣다 보니 어느덧 첫 목적지 배론성지다.
푸른 숲으로 둘러쌓인 고즈넉한 풍광, 삐이~ 찌르르 곤줄박이 산새의 지저귐과 나비 두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원을 그리며 나풀거리면서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유서 깊은 장소에 잘 왔다고 안내라도 하듯.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역사 현장, 잘 조성된 순례길 따라 걸으며 신유박해 귀중한 사료가 되는 황서영 백서 토굴 현장과 땀의 순교자로 전교에 헌신한 최양업 신부님 묘소와 신학교를 둘러보았다. 모진 박해에서도 올곧은 신앙으로 바른 세상을 꿈꾸던 믿음의 조상들에게 깊은 기도가 절로 나왔다. 잘 조성된 동상을 무대로 배경 삼아 단체 사진을 찍으며 선조들의 유산을 잘 계승하리라는 화이팅! 다짐도 외치면서 다음 목적지 의림지로 향했다. 삼한시대 축성된 인공저수지로 지금도 제 역할을 버젓이 하고 있어 놀랍고 관광산업으로 가꾸어 아름답게 보존하고 있었다. 물줄기 힘차게 치솟는 분수와 주변 푸른 나무들과 어우러진 못가의 노랑 창포꽃들이 방문객들의 여흥을 한껏 북돋아 주었다.
여행의 백미는 뭐니해도 먹거리, 이곳 유명한 곤드레 정식솥밥과 푸짐한 나물 상차림은 이 고장 봄나물의 축제장처럼 화려하고 풍성했다. 자연의 혜택과 농부의 땀으로 맛있게 차린 먹거리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니. 관광버스는 오후 출발지를 향해 달리며 청풍명월의 본고장인 수몰지역을 방문했다. 전시관에서 본 유물과 가옥은 당시 저들의 아픈 애환을 보는 듯 가슴 아팠다.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했던 실향민의 삶을 텔레비전으로 보아서인지 더 가슴이 뭉클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천사로 이어진 수몰, 지리와 역사는 이렇게 서서히 지도를 바꾸며 새 이름으로 치환하며 명명하는가. 대문 옆 토벽에 할 일을 멈추고 우두커니 걸려있는 농기구들이 주인 떠난 그 날의 쓸쓸함을 더해주는 듯하였다. 호수로 떠나는 여행의 백미 단양팔경, 크루즈가 연신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부둣가에 우리도 합류했다. 강바람에 몸을 맡기니 가슴에 있던 체증까지 뻥 뚫리며 몸이 두둥실 날아갈 듯하다. 그야말로 유람하듯 느릿느릿 뱃길을 운행하는 유람 선장은 기암괴석의 산봉우리를 주목하라며 신나게 설명한다. 산정을 배경 삼아 유유히 넘실대는 은빛 윤슬과 함께 느긋하게 뱃길을 따라가다 보니 신선이 따로 없다. 이황 선생께서 최고의 절경이라고 하신 이유를 알 것 같다. 여기가 무릉도원이고 누리는 우리가 주인공일 테다. 크루즈에 보폭 맞춰 모처럼 망중한의 시간을 체험하고 하선하니 반갑게 우리 차가 마중 나와 있었다. 마치 유치원 하원차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처럼 돌아갈 안식처가 있다는 안도감에 어찌나 기쁘던지.
오가는 여행길, 뻥뚫린 잘 닦인 도로 위를 거침없이 내달려준 고마운 버스, 밀리지 않고 제 속도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목적지에 제때 대령해주었다. 여행은 날씨와 동행자가 좌우한다고 하는데 오늘 제천 문학기행이 그렇게 환상적인 조합이라며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역시 강동 문학 저력의 관록이 빛나는 날 이었다. 삼박자를 갖춘 강동 문학기행 나들이는 나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내 삶의 여정에 곱게 한 페이지로 장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