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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선 기자

까마중과 싱아 그리고 산딸기

작성자장복선|작성시간26.06.22|조회수43 목록 댓글 0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자연은 우리들의 놀이터이자 먹거리 창고였다. 집 뜰과 들판, 산자락 어디를 가든 먹을 수 있는 열매와 풀들이 자라고 있었고, 우리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친구 삼아 자랐다.

집 뜰 한쪽 풀숲에는 까마중이 자라고 있었다. 작은 흰 꽃이 피고 난 뒤 초록빛 열매가 맺히더니 어느새 까맣게 익어갔다. 가지가 휘어질 만큼 주렁주렁 달린 열매를 하나씩 따먹던 시절, 입안이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입안 가득 퍼지던 달콤한 맛은 어린 시절 최고의 간식이었다. 봄과 여름이면 들판에 자라는 싱아도 빼놓을 수 없다. 연한 줄기를 꺾어 껍질을 벗겨 먹으면 새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친구들과 들녘을 뛰어다니며 싱아를 꺾어 먹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정겹고 즐겁다.

산에 오르면 붉게 익은 산딸기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작은 손으로 한 움큼 따서 입에 넣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지금처럼 과자와 간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 까마중과 싱아, 산딸기는 자연이 주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특히 6·25전쟁 전후에 태어난 세대라면 이런 추억에 더욱 공감할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산과 들에서 메싹뿌리, 올맹이뿌리, 칡뿌리, 나무열매와 풀뿌리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소나무의 겁껍질을 벗겨내고 속껍질인 송기를 벗겨 먹고, 소나무 송진을 씹으며 배고픔을 견디던 기억도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어려웠지만 자연은 늘 우리 곁에서 삶을 이어갈 힘을 주었다.

세월이 흘러 한의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문득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산과 들에서 흔히 보았던 식물들이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약제를 다루면서 낯익은 이름들을 만날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까마중을 비롯해 들과 산에서 자라던 풀과 나무들이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귀한 약재였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먹고 자란 자연의 먹거리들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까마중에는 안토시아닌과 비타민, 아미노산, 미네랄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자연 속 식물들은 오랜 세월 약재로 활용되며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왔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먹거리와 건강을 함께 선물하고 있었던 셈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까마중과 싱아, 산딸기를 따먹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자연과 함께했던 그 시절에는 지금은 느끼기 어려운 정과 여유가 있었다. 우리가 먹고 자란 풀 한 포기, 열매 하나에도 삶의 지혜와 건강의 비밀이 담겨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던 우리 세대의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선배 세대와 우리 세대라면 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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