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결혼식
인도의 결혼식
인도의 밤거리는 화려하다. 밤이란 두 얼굴을 갖는 법이다. 인도는 더욱 그렇다. 초라한 낯의 풍경들은 어두움이 감춰버리고 휘황한 불빛들로 치장한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낮에는 더운 날씨 때문인지 잠잠하던 것에 비하면 밤이 더욱 소란스럽게 느껴진다.
길을 지나는데 폭죽이 터지고 화려한 전통복장을 하고 떠들썩하게 춤추며 시가행진을 한다. 축제인가보다 생각하며 한참 가다보니 그런 곳이 또 있다. ‘릭샤왈라’에게 물으니 결혼식이란다. 아! 이 나라는 밤에 결혼식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호기심이 생긴다. 너무나 더운 날씨 탓에 밤에 행사 같은 걸 많이 한다고 한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나는 s씨와 들어가 보기로 했다,
화려한 실내에 넓은 정원, 사람들이 붐빈다. 비집고 들어가 보니 결혼식은 끝난 듯 기념사진을 찍느라 법석이다. 나도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살며시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다. 마치 도둑님처럼 살금살금 찍으려는데 갑자기 가족의 어른인 듯한 노인이 모두 비켜나라며 소리친다. 깜짝 놀란 내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바라보니 날더러 어서 찍으라고 재촉한다. 그러자 모두 신기한 듯 나를 쳐다본다. 민망하게도 나는 그곳에서 졸지에 주빈이 되어버렸다. 거절하지 않는 그들이 고마운데 친절하게 멍석까지 펴주다니. 나는 땡큐를 연발하며 신나게 찍는다.
여기서는 의례 전통 혼례식이다. 신부의 치장이 화려하다. 원색의 금박 옷, 코걸이, 팔찌,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각종 장식들, 꽃목걸이, 손바닥까지 붉게 치장한 그들이다. 이들은 참 신기하다. 영국의 식민 통치를 200년간이나 겪었다면서 전통을 고수한다. 결혼식도 서구식으로, 혹은 흰색 드레스로 바뀌었을 법도 한데 전통 결혼식을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여전히 길에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다닌다. 현대식 복장을 한 여자들을 보기란 아주 드물다.
사진을 찍고 둘러보니 굉장히 부잣집인가 보다. 비디오 촬영까지 한다. 치장도 화려하고 피로연 음식이 장관이다. 뷔페식인데 수십 가지 아니 백 가지는 넘을 것 같은 음식에 산해진미가 흥청망청 넘쳐난다. 가려고 하는데 붙잡는다. 날보고 먹고 가란다. 괜찮다고 사양하자 팔을 잡아끈다. 그리고 접시와 냅킨을 갖다 주면서 꼭 먹고 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럴 때 보면 한국 인심 같다. 이러면 사양할 수 없다.
나는 못이기는 척 접시를 받아든다. 웬만한 건 즉석에서 요리해 준다. S씨와 나는 신이 난다. 이상하게 생긴 음식만 골라서 이것저것 접시에 다 담아본다. 맛있는 것도 있고 조금 역겨운 것도 있지만 이제는 먹을 수 있다. ‘맛살라’ 향도 먹을 만했다. 인도에 적응이 되나 보다. 칵테일도 한 모금 마셔보고 오랜만에 고기도 먹어본다. S씨는 과일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손님들의 옷차림이 정장으로 말쑥하다. 이곳에서 초라하게 보이는 사람은 없다. 빈 접시를 놓아두는 함지에는 버려지는 음식도 많다. 밖에서는 거지들이 즐비한데…. 이래서 인도에서는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하나보다. 이곳에서는 초라한 인도도, 가난도 없다.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것만 같다.
한 쪽 구석에서는 작은 나뭇잎을 펼쳐놓고 붉은 물감, 노란 물감을 약간 뿌리고 잘잘한 돌멩이나 씨앗 같은 것을 얹어서 싸놓는다. 저게 무언가 자세히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먹는다. 나도 달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하나 준다. 조심스럽게 입에 넣어본다. 읔, 당장에 뱉고 싶을 만큼 이상한 향내가 입안에서 화악 퍼진다.
먹는 것인데 차마 이 사람들 앞에서 뱉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꾹 참고 같이 질겅질겅 씹어본다. 너무나 이상한 맛이고 입안이 얼얼하도록 화한 느낌이 든다. 어느새 둘러선 인도 사람들,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다. 동물원 원숭이처럼 구경거리가 된다. 밖으로 나와 입안에 있는 것을 슬며시 뱉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빤’이라는 마약 성분이 섞인, 씹어서 뱉는 기호식품이란다. 괜히 잘난 척하고 먹어봤다가 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