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 정상부 북사면
가산 정상봉 북사면의 절경. '첨성대 덤'에서 바라 본 것이다.
가까이로 드러난 것은 '용바위' 절벽이고,
그 뒤로 다소 작긴 하나 용바위와 매우 닮은
또 하나의 돌출 봉우리 꼭대기가 나타나 있다.
멀리 솟은 것은 해발 840m 돌봉우리이며,
같은 산줄기의 아래쪽에 있으면서 함께 '삼칭이'를 형성하는 다른 봉우리도 보인다.
가장 왼편으로 보이는 절벽 덤은 '펜스 전망대'.
이 일대에서는 지난 10월 초순에 벌써 가을 단풍이 피크를 이뤘었다.
가산권의 치키봉에서 출발한 주능선은 가산 정상부를 거친 후
평원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옮겨 달리기 시작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정상봉에 도달하기 직전,
주능선에서는 가지 산줄기 하나가 북사면으로 내려간다.
'북창' 마을이 올라앉은 그것.
그리고 정상봉을 지난 직후에도 같은 방향으로 가지 산줄기가 하나 출발하니,
그 끝머리에는 '윗산당' 마을이 자리했다.
앞의 것은 '북창 능선', 뒤의 것은 '산당 능선'이라 명명해 둬보자.
그 두 개의 가지 산줄기 사이에 가산권 최고의 절경이 펼쳐져 있다.
요체는 깎아지른 절벽들과 돌봉우리들.
그 절경지는 간혹 '용바위' 혹은 '삼칭이"라는 말로 지칭되는 듯 했다.
하지만 북사면의 곡4리 마을들을 두루 돌며 듣고 정리해 낸 결과는 그것과 달랐다.
삼칭이는 그 중 한 산덩어리에 국한된 이름이었다.
'용바위' 역시 특정 절벽 줄기 하나만을 가리킬 뿐 아니라 전래명칭도 아닌 듯 했다.
인근에서는 '유선대'라는 것이 있다는 안내판도 보였으나,
현지인들은 그런 명칭을 들은 적 없다고 했다.
그게 어느 것을 가리키는지 설명해 줄 외지인도 만날 수 없었고,
안내판을 붙였던 공원관리사무소 역시 모른다고 했다.
가산 절경지는 3개의 절벽 덤과 3개의 절벽 돌봉우리로 구성된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동쪽에서부터 봐 그 첫 절벽은 '북창능선'의 초입에 솟아 있다.
수십m 높이의 그 절벽은 북창 마을에서 볼 때 첨성대를 연상시킨다.
등산객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이지만,
가산 절경지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이 '첨성대 덤' 위이다.
치키봉에서 출발해 정상봉을 향해 가파르게 오르던
주능선 위의 성벽이 ㄱ자로 굽는 지점이 그 진입점.
두 번째 절벽 덤은 정상봉 바로 북사면에 돌출해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가장 먼저 접근해 주위를 완상하는 곳.
이 시리즈 47회분 지형도에서 대강이나마 일대 절벽들과
봉우리들을 구분해 지목해 뒀으니 참조하면 확인하기 쉬울 듯 하다.
주능선은 이어 북사면으로 '산당능선'을 내려보내는 바,
그 능선은 출발 직후 짧은 가지줄기를 하나 치면서
그 위에다 수십 길 높이의 절벽 돌출봉우리를 올려 세운다.
산줄기는 없는 듯 미미하고 돌봉우리만 우뚝한 그것.
용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서 '용바위'라 불리는 이것이 첫 번째 돌봉우리이다.
그 부분을 지나 산당능선은 절벽 전망대를 하나 더 선물한다.
세 번째 절벽 덤. 스테인레스 펜스를 쳐 안전성까지 높여 놓은 곳이니,
'펜스 전망대'라는 표지판을 달아 놔 보자.
이것과 용바위 사이에 옛날 이름났던 약수탕이 있었다는 얘기가 들렸다.
얼마 전까지 절벽에서 내려가는 사다리도 있었다는 얘기.
’펜스 전망대’에서는 앞에서 살폈던 첫 번째 돌출봉이 동쪽으로 올려다 보인다.
'펜스 전망대'에서 서편으로는 두 번째 돌출봉도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으나 형상은 용바위에 흡사한 것.
산당능선이 펜스 전망대를 지나 두 번째 내려보내는 얕은 산줄기에 솟은 장관이다.
산당능선은 그런 뒤 스스로 하산하면서 풍광을 보탠다.
820m 높이의 목으로 추락했다가 단번에 솟구쳐 올리는 840m대 돌봉우리가 그 주인공.
이것이 세 번째 돌봉우리이다.
840m대 돌봉우리를 거친 뒤 산당능선은 점차 낮아지면서
710m봉과 669m봉도 잇따라 올려 세운다.
이들 3개의 봉우리를 합쳐 현지인들은 '삼칭이'라 불렀다.
삼층 구조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 모양.
'삼칭이'는 나아가 그 아래 골까지를 포괄하는 산 덩어리 명칭으로도 통하고 있었다.
세 봉우리 중 마을에서 가까운 669m봉은 특별히 '두리봉'이라 불리기도 했다.
'삼칭이' 서편 골은 '영창골'이라 했다.
가산 정상에서 중문 쪽으로 가다가 만나는 2개의 연못이 있는 일대가 그 최상류.
그래서 연못들은 '영창골 못'이라 불리고,
지금도 들판 물대기에 쓰여 작년에 둑을 보수하기도 했다고 했다.
영창골의 더 서편에도 골이 하나 있으니, 그것의 이름은 '탑골'이라고 했다.
가산성 북문 옆을 거쳐 옛날 보국사가 있었다는
'장군정'이라는 샘까지 솟아오르는 골이다.
그렇게 보면 가산 정상부 북사면의 골은 서쪽으로부터
탑골, 영창골, 삼칭이 순으로 분포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동편으로는 '선바위굼' '가마굼' '바란골' '섬안' 등의 순으로
작은 골의 이름들이 붙여져 있었다.
가산 절경지는 그 자체의 풍광도 대단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는 전망대로서도 어느 곳 못잖게 뛰어났다.
거기서는 북사면이 일망무제이고 동쪽으로도 팔공산 정상부에 이르는
가산 줄기 능선이 선명하다.
더 뒤로 보이는 것이 영천 화산 아닐까 싶을 만큼 시정거리가 굉장했다.
답사 때는 드물잖게, 북사면 동네에서는 들려오는 소 닭 우는 소리가 빚어내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경험할 수도 있었다.
가산 절경지를 원거리에서 전체적으로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곳은 북창 마을 길 가이다.
때문에 절경지의 화사한 단풍도 북창 마을에 가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적시는 10월 중순쯤. 지난 추석 전 북창 마을에서 만났던 한 어르신은,
높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청년 시인 같은 감수성으로
가산 절경지 일원의 빼어난 가을 풍광을 찬탄했었다.
팔공산에서 이곳말고 또 가을철에 보기 좋은 주능선
구간은 말할 것 없이 '바위병풍'일 터이다.
그렇게 단풍이 아름다운 팔공산이지만,
거기서는 지금 중요한 식생 천이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숲이 변하고 있다는 것. 소나무가 줄고 활엽수가 느는 것이 요지라고 했다.
문맥이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옛날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살펴 보자.
팔공산 생태계 조사보고서(1994, 대구시)에 따르면,
본래 팔공산을 뒤덮고 있던 나무는 소나무가 아니라 낙엽활엽수류였다.
신갈나무가 중심되고 참나무류 서어나무 까치박달 당단풍나무 등이 포괄된 형상.
참나무가 많다 보니, 헌종 임금의 아버지 능(수릉, 양주 소재) 유지에 필요한
참나무숯 생산용 보호림으로 지정될 정도이기까지 했다.
수태못 상류 '국도림골'에 그걸 증언하는 '수릉봉산계' 표석이 있고,
동화사 상가지구 공원관리사무소 앞 화단에도 비슷한 '수릉향탄금계' 표석이 서 있다.
그러나 그런 고유 임상은 땔감 벌채 등으로 1960년대 즈음엔 거의 상실됐다.
그 후 팔공산을 덮은 것은 2차림인 소나무.
다른 나무가 없어야 잘 자라는 게 소나무이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950m 이상 높이에서는 낙엽활엽수림,
표고 750m 이하에서는 소나무가 단순 우점하고
그 중간은 양자가 섞인 혼효림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소나무의 독점력도 약화돼,
팔공산은 점차 본래의 자연림으로 회복돼 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이 벌채만 하지 않는다면 참나무류의 생존력이
본래부터 소나무를 월등히 압도해 저절로 낙엽활엽수림이
지배력을 갖게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산림생태연구소장 조현제 박사는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소나무가 점차 죽고 그 자리에 참나무가 나타나며,
마지막으로 서어나무가 등장하리라고 내다봤다.
식물생태상 그런 순환고리가 성립한다는 것.
소나무가 취약한 이유에 대해 조 박사는
△지하의 양분 및 지상의 햇빛 수렴 경쟁에서 활엽수에 절대 불리하고
△땅바닥에 낙엽이 쌓일 경우 씨앗이 싹트지 못해 번식이 저절로 중단되며
△큰 나무의 그늘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양수'여서 생존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참나무는
△낙엽이 두텁게 쌓여도 열매가 무거워 쉽게 싹을 틔우고
△큰 나무 그늘에서도 잘 생장하는 '음수'여서
△어떤 환경에서도 경쟁력 있을 뿐 아니라 수명 역시 200년이나 된다고 했다.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가진 참나무류는
동물들이 그 열매를 소나무 숲으로 옮겨 놓기도 해
소나무 숲을 파고 들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고도 했다.
특히 '어치'라는 새는 먹이를 보관하는 습성을 가진 반면
보관소는 쉽게 잊어버려 참나무류의 전파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세에 몰린 가운데 최근엔 재선충까지 덮치고 있으니,
소나무의 멸망은 더 촉진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여러 산림 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재선충은 현재 팔공산 외곽 4km까지 접근해 왔으며,
일년에 2, 3km 이동한다고 할 때 앞으로 1, 2년 정도면 팔공산을 덮칠 것이라는 얘기였다.
동화사 서문 위 575m봉에서 올려다 본 팔공산 동부능선의 10월 말 가을 풍경.
왼편 봉우리가 '동봉'이고 중간의 쌍봉이 1042m-1036m봉, 그 오른쪽이 바위병풍이다. 그 아랫부분의 가지 산줄기들이 단풍을 그냥 지니고 있는 반면
주능선은 그때 벌써 겨울 풍경을 드러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주능선 북사면 고지대에서는 나아가 11월에 들어서자 서릿발이 성성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