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눈물을 쏟게 만든 한 아이의 감사 편지
스승의 날 감사 편지가 길어져 메일로 보냈다는 문자를 받고 메일을 열어보니 A4 4장을 빼곡히 메운 편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평소 말이 없는 무뚝뚝한 녀석이 저와 함께 보낸 1년을 되돌아보며 그 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깨달음을 얻고 무엇을 반성했고 어떻게 달라졌는지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내려 간 한 아이의 성장기였습니다. 4장의 편지라니~ 정신없이 바쁜 학교에서는 집중이 안 돼서 인쇄해 가지고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찬찬히 읽어내려갔습니다. 행간에 담긴 그 아이의 진심이 제 마음으로 전해지며 코 끝이 찡해지더니 왈칵 눈물이 나왔습니다. 주책맞게 지하철 안에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ㅠㅠ
"~ 저의 단점, 잘못한 점들을 지적해 주실때 가만히 듣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겪었던 선생님들과 확연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계셨거든요. 중학교 때는 오직 성적과 입시에 대한 소통을 했습니다. 사실 제가 먼저 다가가기 보다는 선생님들이 먼저 네가 전교 O등이구나 식의 소통을 시작하셨죠. 노골적인 차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비판하기 시작했고, 선생님 이란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
~ 윤신원 선생님께 혼난 적도 많았고 나 자신이 과연 다른 것인지, 틀린 것인지 고민했고 선생님은 왜 나한테만 그러실까 삐뚤어진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공부 잘하는 녀석은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저를 지도하신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부족하고 그에 맞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지도를 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결국 '나만 잘살기 위해' 공부만 열심히 하는 이기적인 아이였던 거죠. 저의 부족한 점을 자꾸 감추려 했던 제 자신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 문집활동을 하면서 선생님께서 사람마다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네가 문집만큼은 더 많이 봉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셨을때 친구를 탓할 일이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동안 친구들과 함께 과제나 활동을 할 때면 강박적으로 1/n을 추구했지만 그것은 형식적인 1/n일 뿐이었지 진정한, 실질적인 1/n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박근혜가 탄핵 당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우리 사회에 정의가 남아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정의는 한 명의 히어로가 아닌 나와 내 친구들 같은 평범한 시민들이 일구어 낸 것이라는 생각에 더 큰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지난 1년간의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탄핵 뉴스를 보고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었겠죠. 그렇게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기계 부품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죠. ~~
부모님과 반 친구들, 선생님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항상 돌이켜보면 아차 싶은 순간들이 많았지만 많이 노력했고 앞으로도 노력하려고 합니다. 세상사가 정의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고, 경제적 불평등이 존엄성의 불평등이 되고, 마차가 길을 가다보면 벌레를 밟아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이 정당화되는, 힘이 곧 정의인 사회 속에서 정말 보기 드문 선생님을 만났고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제자로서,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정말 존경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