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창 밖으로 아직도 벌거숭이산들이 지나갑니다. 진달래만이 간간이 봄이라는 것을 알리듯이 홀로 수줍은 듯이 나무들 사이로 몸을 보여 주었다가 감추기를 반복하지만, 차창으로 보이는 산들은 잎 하나 없는 나무들만 보였습니다. 그 나무 아래 뒹구는 낙엽들이 조화를 이루며 아직은 봄은 멀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했습니다. 세상은 황량했고, 을시년스러울 뿐 아니라 보기만 해도 몸을 움츠리게 만듭니다.
그러나 버스가 외곽 길을 벗어나 도시로 들어와 공원 옆을 지나자 차창 밖으로 다양한 봄꽃들이 지나갑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 백목력, 적목력......, 조금 전에 본 곳과는 전혀 다르게 세상은 하나님께서 꽃 피운 꽃들로 화사했습니다. 무엇보다 만개한 벚꽃은 저의 마음도 화사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시집가는 새색시 같이, 대학 입학 후 첫 등교하는 대학생 같이......, 구름을 밟듯 설렘과 기대감이 저를 감싸옵니다. 이것이 바로 꽃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차에서 내려 꽃 속에서 잠시 머물고 싶어집니다.
한쪽에서는 봄이, 다른 한쪽에서는 겨울이 그렇게 공존하는 듯하지만 분명한 것은 얼마 가지 않으면 황량했던 그곳도 산 벚나무들이 피고, 새롭게 막 세상을 향하여 얼굴을 내미는 연한 잎들로 옷을 갈아 입게 될 것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푸르러지면서 살아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 어떤 꽃들보다도 화려한 봄꽃들......, 그것은 혹독한 추위에 고생하며, 그렇게 인내의 세월을 지낸 세상 만물을 향하여 하나님께서 베푸신 위로의 축제입니다. "그 동안 고생했다고......", "그 동안 잘 참았다고......", 하나님의 위로 앞에 세상은 감사의 마음을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것이 바로 아지랑이지요.
내 인생에 찾아오는 벚꽃 같은 날들......, 그 나무 밑에서 서서 내 머리위로 흰 꽃잎들이 눈처럼 날리는 그 날, 나는 두 팔을 버리고 세상의 화려함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외쳐보렵니다. "세상은 이런 날도 있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