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독일이 축구를 하는 내내 자랑거리로 삼아왔던 포지션입니다. 보도 일그너, 안드레아스 쾨프케, 제프 마이어, 그리고 최근에는 올리버 칸까지.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있었죠. 그 명성을 이어 현재에도 독일에는 뛰어난 골키퍼들이 넘쳐납니다.
사실 유로 2008을 맞기 전, 독일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참 말이 많았었습니다. 그들에게 놓여진 화두는 바로 '레만에게 No.1을 맡겨야 하는가?' 였었죠. 당시 아스날에서 알무니아한테 밀렸던 레만은 오스트리아등과의 친선경기에서도 삽질을 일삼으며 독일 팬들을 경악케 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칸이 국가대표를 은퇴했던 그 시점에서 레만을 제외한다면 거의 국가대표팀 경험이 전무했던 골키퍼들밖에 남지 않았었지만, 그만큼 레만의 불안감이 강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것을 조금만 뒤집어보면 '독일의 차기 골키퍼자원이 훌륭했다.'라는 말도 되겠습니다. 경험이 전무한건 문제가 되지 않으니 다른 골키퍼도 쓰자는 거였죠. 얼마나 훌륭했냐 하면, 과거 챔피언스리그 포르투전에서 유럽축구팬들은 마뉴엘 노이어의 플레이를 보고 굉장히 감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독일 팬들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노이어는 독일 내에서 수준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오늘은 시리즈 연재물의 처음으로 독일의 그 많은 골키퍼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많은 선수들을 거론해야 하는 관계로 한 선수에 대한 배당은 상대적으로 적게 돌아갈 수 밖에 없어 그 점이 조금 아쉽네요. 많은 장점들이 있는 골키퍼라 쓸 내용도 많을 것 같은데, 글이 너무 길어지면 아무래도 좀 지루해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불평은 이쯤 하죠.

Robert Enke (로베르트 엔케) - 하노버 96
레만이 국가대표를 은퇴하고 나서 차기 No.1로 낙점된 선수는 바로 로베르트 엔케였습니다. 화려한 해외 커리어(?)를 자랑하고 있는 엔케는, 밖에서 거둔 실패만큼이나 독한 면이 있는 선수죠. 박스 내에서 카리스마를 부릴 줄 알고, 반사신경면에서는 독일 최고급이라고 불립니다. 아마 2007년 덴마크전에 처음 국가대표팀을 데뷔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때 마지막에 벤트너였던가?의 헤딩슛을 멋지게 막아낸 장면으로 유럽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 시켰었죠.
상대적으로 약한 팀이라고 여겨지는 하노버96에서 뛰고 있는 엔케니 만큼,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여지가 많습니다. 위기 상황에도 많이 접해보고, 수비라인을 어떻게 컨트롤 해야하는지도 알죠. 하노버의 수비진의 스쿼드가 작년까지는 크게 좋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점률이 상당히 높지 않았던 것에는 엔케의 공이 큽니다. 지금은 부상으로 누워있는데, 앞으로도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좋은 선방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Rene Adler (르네 아들러) - 바이에르 레버쿠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라하는 선수, 르네 아들러입니다. 일단 85년생으로 젊은 나이를 자랑하고 있으며, 꽤 빠른 시간에 퍼스트팀 데뷔를 했었죠. 당시 레버쿠젠의 주전 골키퍼는 '골 넣는 골키퍼'인 한스 외르그 부트였는데, 부트의 부상을 틈탄 아들러가 연일 선방쇼를 보여주면서 그를 밀어내고 영구히 주전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네요.
기본적으로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골키퍼로서의 위치선정이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안정감도 뭐 세계 최고급이라 평가할 수 있겠고요. '아들러가 허용한 골은 누구라도 허용할 수 밖에 없다.' 라는 느낌을 강력하게 주는 선수이지요. 다만, 불필요한 공에 반응하는 경향이 크고, 의외로 펀칭빈도가 잦습니다. 이 두가지 점만 고친다면 독일 내에서 어쩌면 올리버 칸의 아성마저도 따라잡을 수 있는 골키퍼가 될 가능성도 크겠네요.

Tim Wiese (팀 비제) - 베르더 브레멘
풍만한 몸과는 다르게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몸을 날릴 때에도 보면 상당히 유연한(?) 기질이 있어요. 골키퍼의 체형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버리게 하는 선수라 하겠습니다.
다만, 반사신경은 굉장히 좋은데 몸이 약간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또한 역동작도 조금 과도하게 걸리는 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끔씩 보여주는 실수가 상당히 어이없죠. (유벤투스 팬분들은 잘 기억하리라 봅니다....) 그렇더라도 잡아낼 공은 다 잡아내주어 세컨 볼의 위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앞으로 튀어나오는 판단력은 가히 최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독일에서 No.3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적이 아닌 만큼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 주전으로도 충분히 도약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Manuel Neuer (마뉴엘 노이어) - 샬케04
마.. 말도 안돼. 86년생인 노이어는 벌써 분데스리가 짬밥이 70경기나 됩니다. 지금은 함부르크로 팔려간 프랑크 로스트의 빈틈을 06/07 최고의 골키퍼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날카롭게 찔러버린 선수였던게 어제 같은데 벌써 70경기라니요. 잘 아시다시피 해외 축구팬분들께는 07/08시즌의 챔스로 뚜렷하게 각인된 그 골키퍼입니다.
일단 저는 독일 최고의 반응으로 주저없이 노이어를 꼽을 정도로 (독일 최고의 반사신경은 엔케라며!!) 반사신경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게다가 어린선수답지 않은 침착함도 가지고 있어 PK방어가 괜찮은 편이죠. 더군다나 던지기로 중앙선까지 배달해줄 수 있는 팔 근력은 보너스. 하지만 어려서인지 골키퍼로서의 포지셔닝이 안 좋아 그 부분에서 자주 실점을 하고 있으며, 어이없는 실수의 빈도도 잦은 편입니다. 이 두개만 해결하면 아들러와의 대결도 볼만한 그런 선수일텐데 말이죠.

Frank Rost (프랑크 로스트) - 함부르크 SV
사실 노이어의 미친 활약으로 인해 샬케에서 주전자리를 빼앗겨버린 로스트이지만, 함부르크로 이적한 뒤에는 노이어를 능가하는 활약을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장으로서의 판단력을 바탕으로 하며 녹슬지 않은 반사신경을 덤으로 갖춘 몇 안돼는 완성형 골키퍼라고나 할까요. 앞에 언급한 4명을 포함하여 딱히 집어낼만한 단점이 없는 선수로 엔케와 같이 뽑을 수 있는 선수라고 봅니다.
그러나 4경기 출장을 끝으로 이제 국가대표팀과의 인연은 거의 바이바이 하게 되었고, 그 자리는 후배들에게 물려준 상황이죠. 이제는 자신도 국대에 불러준다 해도 아마 안갈겁니다. 함부르크 지키기에 바쁘니까요..^^;; 그.. 마테이센-라인하르트의 불안불안한 수비라인을 지켜내는 로스트의 모습은 라이벌팀의 팬인 제가 봐도 아름답습니다. 근데 로스트에 대한 한가지 사실. 로스트의 커리어는 브레멘 -> 샬케 -> 함부르크 였다는 것..-_-;;
이 5명의 선수를 제외하고도 마르쿠스 밀러나 지금은 조금 안습상황인 티모 힐데브란트 등등 해서 쓸만한 자원은 상당히 많습니다. 뉘른베르크의 라파엘 섀퍼도 2부리그에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죠. 아마 감독인 뢰브도 좀 답답할겁니다. 레만때까지는 경험을 핑계로 레만을 중용했는데, 그 이후로는 다 고만고만 아니 다 굉장한 골키퍼들이니까요. 이 선수를 쓰자니 저 선수가 아깝고, 저 선수를 쓰자니 이 선수가 아깝고. 행복한 고민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좀 골치가 아프진 않을까요?
Written by 방랑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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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08-09챔스우승독일 작성시간 08.12.03 아직 들으려면 좀 많이 많이 멀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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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폭주마 작성시간 08.12.03 바이덴펠러는 유리몸 기질 때문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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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폭군피터아츠 작성시간 08.12.03 딴건 몰라도 독일은 골키퍼선수층은 정말 욕나올정도로 ㅎㄷㄷ ....대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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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Fabian 작성시간 08.12.04 로스트는 빼주셔야죠... 이미 차기 국대감에서는 좀 멀어진 선순데 ㅋㅋ 차라리 힐데나 마크스밀러 바이덴펠러가 들어가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ㅋㅋ 전 개인적으로 엔케 힐데 아들러 노이어 이 4명이 자리싸움 할듯 하네요.. 아들러와 노이어는 제 2의 동갑내기 라이벌 (한살차이긴 하지만...) 이 될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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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Klose^^(11) 작성시간 08.12.04 진짜 독일은 최고의 골키퍼진을 가지고있다는.. 엔케,아들러,노이어,비제,로스트 말고도...힐데브란트, 바이덴펠러, 밀러, 렌징 등.. 정말 최고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