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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당전서 읽기

5-4. 사랑의 나날들

작성자구수경|작성시간19.04.21|조회수202 목록 댓글 0



5-4. 사랑의 나날들

 

절에 체류하다가 6월 3일 비를 만나다(滯寺六月三日値雨)’라는 시에서는 죄 지은 몸이라 거친 밥을 먹으면서도 백성과 임금에 대한 걱정, 나라 사랑이 넘친다. “한평생 백성들 걱정을, 이 곤궁 속에서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임께서는 끼니를 거르시는데, 거친 밥인들 나만 달게 먹으랴/ 풍년들어 백성들이 좋아하면, 죄 지은 이 몸도 기쁘련만(平生黎庶憂, 困窮猶未刪. 至尊尙旰食, 疏糲敢自安. 年豐民得樂, 負罪亦怡顔.여유당전서1시집, 457).”

혜장이 고성사에 왔다고 승도를 보내 알려왔기에 내가 가서 그를 만났는데, 마침 가랑비가 내려 절에 체류하면서 읊다(惠藏高聲寺, 遣其徒相報, 余遂往逆之, 値小雨留寺作)’라는 시에서는 우정으로 생을 연민한다. 연민이 우리를 우리의 생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누가 알 것인가 나와 그대가, 서로 슬퍼하고 연민하고 있는 줄을(誰知吾與若, 遙遙含悲憐).” 혜장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다산 선생이 그리는 그의 모습은 집을 그리는 칠십운, 혜장에게 부치다(懷檜七十韻奇惠藏)’에서도 드러난다. “솔직하고 꾸밈새가 없었으며 남에게 아부하는 태도가 없었다. 그를 아는 이는 그를 귀히 여기지만 모르는 자는 교만하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설명할 수도 없을진대 나 자신을 내가 닦는 길 그것만이 고명(高名)을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종종 듣게 되는 팩트폭행’, 칭찬의 말은 아닌 듯하고 그렇다고 비난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꾸밈없는 말이 팩트라면 팩트가 폭행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내가 보기에 명예가 대단한 선비는, 틀림없이 대중의 미움을 사더라/ 이름 얻기가 물론 쉬운 건 아니지만, 그를 유지하기란 더욱 어려운 것/ 명예가 한 계단 올라가면, 비방은 열 층계나 높아지지(吾觀盛名士, 必爲衆所憎, 成名固未易, 處名尤難能. 名臺進一級, 謗屋高十層.여유당전서1시집, 454).” 곤궁한 사람들을, 존경하고 존중해야 할 이를, 벗들을, 제자들을 만나고 연민하고 사랑했던 시절이었으리라. 그렇지 않았다면 한여름 밤의 모기와 벼룩을 어이 견딜 수 있었겠는가.

 

차운하여 황상의 보은 산방에 부치다(次韻寄黃裳 寶恩山房)

찌는 더위 절로라도 가고 싶으나,
늙고 피곤해 재 오르기가 무섭네
모기 벼룩이 극성스럽게 덤벼,
여름밤이 어쩌면 이리도 길까
밤이 길어지면 발광이 나서,
옷을 벗고 우물에 가 목욕하면
시원한 바람 내 얼굴에 불어오지만,
숲이 울을 막아 그게 불만이라네
생각하면 그댄 구름 속에 누워,
뼈와 살이 차도록 쉬고 있겠지.

炎敲思走寺, 衰疲畏陟嶺.

蚊蚤恣侵虐, 夏夜覺苦永.

更深每發狂, 解衣浴村井.

長風吹我面, 疏林觖藩屛.

憶汝雲臥高, 偃息肌骨冷. (여유당전서1시집,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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