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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당전서 읽기

양육강식으로 살찌는 것이 부끄러웠지

작성자도디미|작성시간19.09.07|조회수145 목록 댓글 0

* 다산이 지어 보내준 <병중에 지은 12>에 송옹(淞翁) 윤영희(尹永僖)가 차운하여 지은 시이다. 송옹은 정언, 부교리, 진안현감 등 벼슬을 하였는데, 이 시는 그의 맑고 청렴한 성품을 느끼게 하고, 자연에 동화된 듯 살아가는 노년의 모습이 수채화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병중에 지은 12>에 또 차운하여 짓다[송옹]

 

들으니 그대도 나와 같이 병들어,

명아주 침상 위에서 사는구려.

약은 이미 한 첩도 남은 게 없는데,

책 향기를 아직 끊지 못하고 있네.

울지 못하는 매미는 고목에 붙어 있고,

주린 쥐는 텅 빈 창고에 숨었는데,

적막한 은사(隱士)의 집이지만,

그럭저럭 벼슬하던 이를 누가 연민하랴.

 

쓸쓸하게 늙어버린 지금에도,

또렷하게 처음 먹었던 마음 생각하네.

갇힌 학은 찬 그림자를 의지하고,

섬돌의 벌레는 고심하며 노래하네.

평상에 의지해 몸을 눕히고,

머리를 싸고 병풍을 깊이 치네.

오래된 모피자리 좋은 것이건만,

어찌하여 앉은 자리 찌르는 듯하나.

 

황량한 마을이 물굽이에 임했는데,

금방 내린 비가 모래언덕을 침식했네.

고기잡이 등이 갈대숲에서 조용히 반짝이고,

마을 방앗간은 먼데서 등불이 깜박이네.

일생을 떠다니는 나무둥치에 의지하다,

한 번 웃고서야 마른 등걸임을 깨닫네.

도 닦는 부들자리가 좋아서,

죽 먹는 중을 따라 가네.

 

매미허물은 통으로 몸통을 싸고,

물고기 비늘은 조금씩 피부를 덮지.

베개와 자리는 구덩이와 같고,

주렴과 발은 죄수가 갇힌 것 같네.

귀는 먹어서 헛것에도 놀라고,

파리 모기는 마른 몸을 빠네.

해를 이어 병으로 누웠기만 하니,

어떻게 문수보살 같은 지혜를 얻겠나.

 

밤새도록 자리가 편치 못하고,

긴 해는 오래도록 빛을 드리우네.

열이 나면 손에 불을 쥔듯하고,

식으면 다시 옷을 껴입고 싶어.

고기를 어찌 계율 때문에 끊었겠나?

약육강식으로 살찌는 것이 부끄러웠지.

해가 서산을 넘어가니,

어찌 석양을 끌어당길 수 있으랴.

 

나무에 기대어 몸이 변하고자 하나,

꽃을 보아도 눈이 맑아지지 않네.

한 낮 자리에서는 뛰는 벼룩이 밉고,

새벽 베개 밑에서는 개구리소리가 싫어.

왔다가 가는 것은 만물이 다 같은데,

어찌 사람이 죽고 사른 것을 다 알겠는가.

그윽한 근심 한 꿈이 되니,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구나.

 

늙은 말이 마른버짐이 많이 피었는데,

가려워서 어찌 재갈을 감당할까?

무게에 눌려 몸은 굽어졌고,

조금씩 허리둘레도 줄었네.

늙고 쇠해 홀로 설 일은 없고,

말로에는 떼지어 날아오름이 있으니,

시고 짠 것이 무엇이 다르랴?

나는 쇠하여 이미 추요를 잊었다오.

 

사람들이 한창 쑥을 거두니,

계절이 피리 불기에 적합하네.

형체를 단련할 줄은 알건만,

뼈는 전부 녹아버렸으니 어쩌겠는가.

진솔함은 산속 해시계로 알고,

차고 기움은 벼루의 물로 느끼네.

누워서 들으니 오늘밤 비로,

불어난 물이 허리까지 찬다네.

 

촌의 여관은 겸하는 일이 많고,

농가는 해가 길어서 좋아라.

땅이 비옥하기는 중국 호, 두와 같고,

사람들이 순박하기는 경상(1)과 같아라.

조용히 안심(安心)하는 법 찾고,

한가하게 나무 심는 법 연구하는데,

이웃집에서 실로 두터운 마음으로,

맛있는 술이 혹 담장을 넘어오네.

 

늙은이 머리 이제 백발을 드리우고,

아름답던 얼굴은 벌써 젊음을 사양했네.

온 집안이 고향마을에 의지해 있는데,

고향갈 꿈은 하늘의 뜻에 막혔네.

비 맞은 무궁화향기 온통 풍기고,

바람 맞은 홰나무엔 상쾌함 가득 들리는데,

은은한 달그림자 하나가,

바야흐로 새벽에 잠깐 문빗장을 엿보네.

 

세상에 살아도 세상을 떠난 것 같고,

집에 있어도 집을 나간 듯하네.

박한 찬은 박잎으로 끓인 국이요,

맛있는 것은 느티떡(2)이네.

동산에는 나무들 서로 잊고 자라며,

뜰에는 심지 않은 꽃들이 핀다네.

사람이 살면서 많은 일들 있으나,

태어나고 익음은 오이에 일임하네.

 

병들고 늙어 서찰도 그만두고,

자주 쌀과 소금들일 걱정하다,

희미한 달빛이 비치는 창을 여니,

넘실넘실 바람소리 주렴에서 들리네.

병드니 이전에 못 챙긴 게 후회되고,

어리석어 철저히 따지는 게 안타깝고,

가난하여 옹색함도 감수하니,

멀리 바라봐도 처마를 넘지 못하네.

 

(1)경상(庚桑) : 장자(莊子)의 잡편 제23<경상초(庚桑楚)>장에 나오는 노자의 제자 경상초이다.

(2)느티떡 : 밀가루를 홰화나무잎의 즙과 반죽하여 국수 또는 떡으로 만들어 차게 하여 먹었다고 함. 두보와 소식의 시에도 언급되고 있다고 함.

 

又次韻病中十二首淞翁

 

聞君同我病居止一藜牀

藥已無餘裹書猶不斷香

寒蟬黏古木飢鼠竄空倉

寂寞岷山宅誰憐執戟揚

 

騷騷當老境耿耿撫初心

籠鶴依寒影階蟲送苦吟

床因支骨偃屏爲護頭深

舊物靑氈好胡然坐似針

 

荒村臨水曲新雨蝕沙稜

漁火深深葦村舂遠遠燈

百年依泛梗一笑悟枯藤

結夏蒲團好行隨粥飯僧

 

蜩甲全包骨魚鱗稍遍膚

枕氈同坎穽簾箔若囚拘

牛蟻驚虛耳蚊蠅嘬瘦軀

連年徒臥疾何以致文殊

 

未穩終宵枕長垂永日幃

熱惟同握火凉更欲添衣

肉豈持齋斷貌慙勝戰肥

崦嵫西日薄那得挽餘暉

 

倚樹身將化看花眼不晴

午氈憎蚤躍晨枕厭蛙聲

萬物同來去何人了死生

幽愁成一夢蝴蝶太翾輕

 

老馬多枯癬癢癢豈堪鞿

偃薄身成曲消磨腹減圍

衰年無獨立末路有群飛

何物酸鹹異吾衰已忘機

 

人戶方收艾天時合奏簫

亦知形可鍊爭奈骨全消

眞率知山漏盈虧驗硯潮

臥聞今夜雨新水已齊腰

 

村旅多兼務田家愛日長

地肥同鄠人朴似庚桑

靜覓安心法閒詮種樹方

比鄰良厚意美酒或過墻

 

老髮今垂白韶容舊謝靑

全家依里社歸夢隔天廷

雨槿香通嗅風槐爽滿聽

慇勤一痕月方曉乍窺扃

 

處世同違世居家似出家

薄餐羹瓠葉美味餅槐芽

園長相忘樹庭開不種花

人生多少事生熟一任瓜

 

癃老休書札煩憂入米鹽

熹微開月牖蕩漾聽風簾

病悔從前養癡憐徹底占

貧居甘壅塞眺矚限前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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