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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당전서 읽기

가마꾼의 탄식[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짓다]

작성자도디미|작성시간19.10.13|조회수282 목록 댓글 0

* ‘가마꾼의 탄식’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언제 지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시집 6권에 있는 것으로 보아 선생의 70세쯤이 아닐까 생각할 뿐이다. 주로 노년의 한가로운 일상을 노래하던 중에 이런 시가 툭 튀어 나오니 오히려 당황스럽다. 혹시 강진에서 지은 것이 잘못 편제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제목에 ‘다른 사람을 대신해 지었다’고 하였다. 그 ‘다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가마꾼 당사자인지, 탔던 사람인지. 내용을 보면 가마꾼 자신의 경험인 듯 생생한 묘사도 있지만, 대체로 탔던 사람의 시점으로 보인다.

 

가마꾼의 탄식[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짓다(1)]

 

사람들이 가마 타서 즐길 줄만 알고,

가마 메는 고통은 알지 못하지.

가마 메고 가파른 비탈 오를 땐,

빠르기가 산을 오르는 수사슴이요,

가마 메고 급경사 내려 갈 땐,

쏜살같기가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요.

가마 메고 너른 계곡 넘어갈 땐,

다람쥐가 달리며 춤추는 듯하네.

 

바위 곁에선 살짝 어깨를 낮추고,

좁은 길에서 잽싸게 다리를 꼬며,

절벽에서 검푸른 못을 내려다볼 땐,

놀라서 혼이 달아나 정신이 없어도,

평탄한 길 가듯 재빨리 달려서,

귓구멍에서 비•바람소리 일어난다오.

그래서 이 산을 노닐 때는,

이 즐거움을 반드시 먼저 꼽지.

 

멀리 돌아 관첩을 얻어 오는데도,

역군들은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데,

더구나 너희야, 임금의 명으로 부임하는(2),

한림학사를 누가 감히 업신여기랴?

거느리는 아전은 채찍과 회초리 들고,

우두머리 중은 대오를 정돈하네.

영접할 땐 조금도 어긋나서는 안 되고,

걸을 때는 엄숙하게 붙어 걸어야지.

 

헐떡이는 숨소리 여울폭포에 섞이고,

땀국이 누더기 옷을 적신다.

어슷한 길(3)에서는 곁에 사람 빠지고,

험한 곳 오를 때는 앞사람 곱사 되고,

밧줄에 눌려 어깨엔 흉터 생기고,

돌에 부딪친 굳은살 낫지를 않네.

스스로 고생하여 남을 편하게 하니,

직분이 나귀나 말과 같은 짝이로다.

 

너와 나는 본시 같은 종족으로,

다 자연의 조화로 하늘이 아버지건만,

네 어리석어 이런 천역을 감수하니,

내가 어찌 부끄럽고 가엽지 않으리오.

나는 너에게 덕을 입힌 게 없는데,

너희들 은혜만 어찌 홀로 취하리오?

형님이 아우를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

부모님 마음에 노엽지 않겠는가?

 

중들이야 그래도 괜찮다 하겠으나,

저 고개 밑의 백성들 애처롭도다.

큰 장대 쌍마교(雙馬轎)에는,

온 마을 뒤져 복마 참마 꾼 동원하여,

개나 닭인 듯 몰아대니,

으르는 소리 승냥이•범보다 심하도다.

가마 타는 덴 예부터 경계하는 말이 있건만,

이 도리를 흙덩이처럼 버렸구나.

 

김매던 자를 호미를 팽개치고,

밥 먹던 자는 먹던 밥을 뱉고서,

죄 없이 호통 공갈을 당하면서,

죽여주십사 머리만 조아리네.

초췌해져 고생을 넘고 나면,

오호, 그제야 노역을 벗어난다네.

 

탔던 자는 유유히 일산 쓰고 떠나면서,

한마디 위로하는 말도 없다네.

힘이 다 빠져 밭으로 돌아와선,

실 날 같은 목숨이 끙끙 신음하네.

내 가마꾼 그림을 그려서,

돌아가 임금님께 바치고자 하노라.

 

(1) 다른 사람을 대신해 짓다 : 《정본여유당전서》의 원문은 ‘代人作’인데, 규장각 본에는 ‘남이 지은 것을 고치다’인 改人作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2) 임금의 명으로 부임하는 : 원문은 ‘乘傳赴’로 되어 있다. 여기서 ‘乘傳’은 ‘역마를 타다’라는 뜻도 있고 ‘임금의 명인 전지를 받들다’라는 뜻도 있다. ‘역마를 타고 오면 굳이 가마꾼을 동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라는 것과, 문맥상 관첩에 대비시켜 전지(傳)를 쓴 것 같아서 이렇게 해석한다.

(3) 어슷한 길 : 원문은 ‘度虧’이다. 度는 ‘각도를 재다’ 할 때의 뜻으로 보아 ‘길이 평평하지 않고 각도가 기울어져, 비스듬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비탈진 언덕에 옆으로 길이 나면 지금의 자동차 도로같이 흙을 파내지 않으면 길이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肩輿歎【代人作(1)】

人知坐輿樂,不識肩輿苦。

肩輿上峻阪,捷若躋山麌。

肩輿下懸崿,沛如歸苙羖。

肩輿超谽谺,松鼠行且舞。

側石微低肩,窄徑敏交股。

絶壁頫黝潭,駭魄散不聚。

快走同履坦,耳竅生風雨。

所以游此山,此樂必先數。

紆回得官帖,役屬遵遺矩。

矧爾乘傳赴(2),翰林疇敢侮?

領吏操鞭扑,首僧整編部。

迎候不差限,肅恭行接武。

喘息雜湍瀑,汗漿徹襤褸。

度虧(3)旁者落,陟險前者傴。

壓繩肩有瘢,觸石趼未瘉。

自瘁以寧人,職與驢馬伍。

爾我本同胞,洪勻受乾父。

汝愚甘此卑,吾寧不愧憮?

吾無德及汝,爾惠胡獨取?

兄長不憐弟,慈衷無乃怒。

僧輩猶哿矣,哀彼嶺下戶。

巨槓雙馬轎,服驂傾村塢。

被驅如犬鷄,聲吼甚豺虎。

乘人古有戒,此道棄如土。

耘者棄其鋤,飯者哺而吐。

無辜遭嗔喝,萬死唯首俯。

顦顇旣踰艱,噫吁始贖擄!

浩然揚傘去,片言無慰撫。

力盡返其畝,呻唫命如縷。

欲作肩輿圖,歸而獻明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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