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대장의 믿음 글쓴이 : 유경희 이냐시오 ㅣ 전 육군 소장
어느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우리 자신이 가장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씀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자고 하셨다.
나는 다른 말씀 구절도 품고 살지만
백인대장의 병든 종을 고치신(마태 8,5) 예수님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것은 내가 군 조직에 오래 적을 두고 있었기에
다른복음보다 더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특히 백인대장을 묵상한 것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백인대장이란 당시 로마가 세계를 제패하는 데 원동력이 된
로마군의 기본 편제로, 군인 백 명을 지휘하는 장(長)이다.
백인대장들은 수만 명의 병력을 지휘하여 승리를 이끄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로마의 명장 카이사르(BC 100~44년)는
그들의 이름을 외우고 격려하였다고 한다.
더군다나 성경에 나오는 백인대장은 식민지인 이스라엘에 주둔한
군대의 장이니 막강한 인물이다.
그러한 백인대장은 첫째, 매우 인자로운 인물인 것 같다.
하찮은 종의 병을 고치기 위해 유다인의 원로들을 통하여
예수님에게 로비(?)를 할 정도이니까.
원로들은 예수님에게
“그는 선생님께서 이 일을 해 주실 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회당도 지어주었습니다”
하고 간곡하게 청하였다.
둘째로 매우 겸손한 인물인 것같다.
예수님께서 청을 들어주려고 그의 집 가까이 가시니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린다.
우리가 미사도중 성체를 모시기 전에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라는 고백은 여기서 유래했다.
세 번째로 굳건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주님께
“사실 저는 상관 밑에 매인 사람입니다만 제 밑으로도 군사들이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에게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노예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루카 7, 8)”라고
주님의 말씀 한 마디면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힘을 행사하는 로마 군인 대장이 그렇게 말을 하는 것에 경탄한다.
예수님께서도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라고 칭찬하셨다.
조금이라도 권력과 돈이 있으면 허세를 부리는 지금의 세태에서
묵상해볼만한 말씀이다.
죽어서 주님께 칭찬은 받지 못해도 최소한
한 말씀드릴 좋은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출출처 : 서울주보, [말씀의 이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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