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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터수필

[강동신부님 글] 길을 걸으며 길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작성자밥군|작성시간17.11.09|조회수93 목록 댓글 0

옛길따라 꿈길따라 해단식에 참석해 주신 강동성공회 교회 주임신부님의 글을 발췌한 글입니다.


우리 교회는 ‘꿈터’라는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공간을 쓰고 있습니다. ‘꿈터’ 학교는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작은 학교입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함께 공부합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여기서는 이루어집니다. 함께 공부하고, 삶을 배우고 행복해합니다.

얼마전 학생들이 230키로의 국토 순례를 갔다 왔습니다. 광주에서 해남까지 이르는 대 장정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340키로를 걸었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하루씩 길잡이가 되어 길을 인도했습니다.
이 때 학생뿐만 아니라 함께 간 선생님들도 길잡이 학생들의 인도를 따랐습니다.

장정을 마치고 해단식을 가졌습니다. 이 때 이런 말들이 가슴을 칩니다.

“내가 길을 잘못 인도 했어도 형과 누나들이 화를 내지 않고 길을 따라 주어서 감사 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습니다.”

“함께 갈 수 있어 그 먼 길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내 잘못으로 작년에는 12키로를 돌았는데 올해는 6키로만 돌게 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길을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고, 주님이 주신 초청장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들은 현실 앞에서 이 초청장을 찢어버릴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내 생각이 이끄는 대로, 욕망이 이끄는 대로,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꿈터’ 아이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깊이 배운 일도 없는데 우리들 보다 더 신자처럼 그들의 장정을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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