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자유 게시판

진딧물도 아는 분산의 지혜

작성자천하주유(한광운)|작성시간26.06.10|조회수26 목록 댓글 0

- 진딧물도 아는 분산의 지혜-

숲길을 걷다 보면 연한 새순과 부드러운 잎사귀에 진딧물이 빼곡하게 모여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문득 궁금해진다.
저 작은 생명체들이 어떻게 저 높은 나뭇가지까지 올라갔을까.

어떤 진딧물은 나무줄기를 따라 느리지만 꾸준히 기어 올라간다. 또 어떤 진딧물은 개미의 도움을 받는다. 개미는 진딧물을 즙이 풍부한 잎으로 옮겨 놓고, 진딧물은 식물의 수액을 먹은 뒤 당분이 많은 분비물을 내놓는다. 개미는 그것을 먹고 살아간다. 흔히 개미가 진딧물을 사육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생 관계에 가깝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진딧물의 생존 방식이다. 자신을 보호할 무기가 거의 없는 진딧물은 엄청난 번식력으로 생존한다. 그런데 한곳에 개체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먹이는 부족해지고 경쟁은 심해진다. 이때 일부 진딧물은 날개를 가진 형태로 태어나 다른 식물을 찾아 떠난다. 한정된 공간에 계속 머물면 결국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생존 본능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분산의 지혜를 보여준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면 어떠한가. 사람과 자본, 기업과 기회가 끊임없이 서울로 몰려든다. 서울에 살아야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분명하다. 대한민국 인구의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주택 문제, 교통 문제, 교육 경쟁, 지역 소멸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서울은 과밀로 신음하고 지방은 공동화 현상으로 활력을 잃어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좀처럼 날개를 달려고 하지 않는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보다 모두가 같은 곳을 향해 몰려간다. 욕망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의 욕망이 아니다.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진짜 문제는 그 욕망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도록 만드는 사회 구조다. 좋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와 의료가 서울에 몰려 있는 한 사람들은 계속 서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법 역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람들이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지역에 분산시키고, 교통과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며, 지역에서도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숲속의 작은 진딧물도 과밀의 위험을 알면 날개를 만들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선다. 자연은 끊임없이 분산과 균형의 원리를 가르쳐 준다. 우리 사회 역시 그 원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곳에 모든 것이 몰리는 사회는 결국 스스로를 소모시킨다. 진딧물보다 더 뛰어난 지혜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인간이라면, 이제는 집중의 욕망만이 아니라 분산의 지혜도 배워야 할 때다.

#진딧물
#도시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