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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일상 속의 예술, '버스킹Busking'》

작성자운형|작성시간26.06.05|조회수30 목록 댓글 0

#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62)

 

《일상 속의 예술, '버스킹(Busking)'》

 

​우리는 매일 같은 길을 걷는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혹은 관성처럼 이어지는 일상의 궤도를 따라. 

그러다 문득, 그 단조로운 풍경 속에 낯선 선율이 파고드는 순간이 있다. 

악기 케이스 하나가 무대가 되고, 지나가던 행인들의 발걸음이 객석이 되는 버스킹(Busking)의 시간이다.

 

 ​버스킹은 화려한 조명도, 거창한 서사도 없다. 그저 길 위에서 스스로를 소리로 환대하는 이들의 몸짓일 뿐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노래하고, 누군가는 지나간 계절의 아쉬움을 하모니카ㆍ기타ㆍ색소폰 등 각종 악기에 혼을 담아 불어낸다. 그 소리는 무심코 지나치던 이들의 귓가를 지나,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의 틈새를 가만히 두드린다.

 

 ​길 위에서의 연주는 완벽하지 않다. 간혹 자동차 경적 소리가 섞이기도 하고, 공연자의 손끝이 차가운 바람에 떨리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날것의 생명력'이야말로 버스킹이 가진 진짜 매력이다. 박제된 음반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지금 이 순간, 이 장소

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공기이며 분위기다.

 

 ​버스킹은 멈춤을 가르쳐준다.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짧은 찰나, 우리는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고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무명(無名)의 연주자가 건네는 위로는, 대단한 철학보다 따뜻하고, 거창한 선언보다 다정하다. 

그 무명의 연주자가 때론 '나' 자신이 되어보고픈 것이다.

 

 ​오늘, 혹시 길가에서 울려 퍼지는 작은 소리를 듣게 된다면 굳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시 그 곁에 서서, 그 소리가 내어주는 빈자리에 잠시 머물러 보길. 길 위의 소리는 어쩌면,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응원일지도 모르니까.

 

 ​버스킹은 단순히 장소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아니라, 그 장소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연금술’과 같다.

​늘 지나치던 지하철역 환승 통로, 삭막한 공원 벤치나 팔각정, 비 오는 날의 버스 정류장이, 연주자가 멜로디를 시작하는 순간 ‘콘서트홀’로 변신한다.

​평소라면 눈도 마주치지 않을 낯선 사람들이 같은 음악을 듣기 위해 반원형으로 모여드는 모습에 어찌 가슴이 설레이지 않겠는가.

 

 ​​버스킹은 무균실 같은 공연장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소음과 싸우며 피어나는 예술이다.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바람 소리, 아이들의 울음소리까지 버스킹의 반주가 된다. 이 모든 것은 곧 '세상이라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대변한다.

 

 ​때론 악기 줄이 끊어지거나, 때론 바람에 악보가 날아가고, 때론 블루터스 밧데리가 방전 되고, 때론 공연 중에 민원으로 인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는 버스킹만의 드라마가 연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불안전함'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의 증거일 수 있다.

​처음 케이스를 열고 악기를 꺼낼 때 그 찰나의 망설임. '누가 봐줄까?'라는 두려움과 '나를 표현하고 싶다'라는 욕망 사이의 줄타기.

잔잔한 떨림과 긴장감을 뒤로 하고, 나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알리고 싶다는 욕구가 나를 그 곳으로 불러 세운 것이다.

 

 그런 가운데 미흡하나마 나의 연주가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을 때 느끼는 쾌감과 안도감, 충만감, 성취감을 어떻게 표현할까.

열성 관객이 슬쩍 놓고 가는 지폐 한 장의 무게, 지나가는 이들과 미소 띈 눈빛으로 순간순간 주고받는 '감정의 교류',

이런 것들 모두가 버스킹의 매력아닐까.

 

 버스킹은 시대의 정서를 기록하는 가장 낮은 위치의 기록물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의 버스킹과 축제 분위기일 때의 버스킹은 선곡부터 달라야 된다고 본다. 

마치 이번 6ㆍ3선거 유세에서 보여 주었듯이 그 지역 특성에 맞게,  그 특정 후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대변하는 곡을 '선거 패러디 곡'으로 선별하였듯이 말이다.

 

 버스킹은 도시의 지금 이 순간, 그 시민들이 무엇을 그리워하고, 무엇을 즐거워하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보여주는 ‘도시의 일기장’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악기를 다루는 사람의 순수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일까? 음악 자체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자문도 해 본다.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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