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6일 백두대간23기 24회차 산행기(설악동~마등령~공룡능선~대청봉~한계령)

작성자심곡|작성시간26.06.08|조회수134 목록 댓글 1

백두대간을 완주하려면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대개 구간을 끊어서 가게 된다. 비교적 당일로 할 경우 60회 전후 정도가 일반적이고, 50회 이내라면 무박도 여러 번 해야 하고 비교적 힘들게 산행하게 된다. 일부 산악회가 30회 정도로 완주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이유와 목적이 있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이번 설악산 공룡능선을 지나가야 할 때와 같이 무박을 할 없는 구간이 생긴다. 야간 산행을 원치 않는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다. 희운각 숙박으로 무박을 피해 갈 수 있으나 일정상 숙박을 할 수 없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산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저러나 무박에 대한 부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엄청난 높이의 상승과 하강을 반복해야 하고 20km가 훌쩍 넘는 긴 산행 거리,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돌길과 가끔 나타나는 너덜길에 속도도 나지 않는 구간이다. 그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설악의 비경 아니겠는가.

공룡을 지나는 대간길은 내설악과 외설악을 구분한다. 그러니 설악의 모든 속살을 다 볼 수 있는 구간인 것이다. 언제 어느 때 가던지 늘 새롭고 멋진 경치를 제공하니 날씨도 좋은 오늘 설악을 맘껏 즐겨 보자. 걱정은 잠시 뒤로하고......

오늘은 크게 세 번의 힘든 구간이 있다.

첫 번째는 설악동, 정확히 비선대부터 마등령까지다. 

설악동의 해발이 그리 높지 않으니 1220m가 넘는 마등령 까지는 1000m가 넘는 높이를 돌길에 급경사를 오른다.

두 번째는 1200m가 넘는 봉우리(나한봉, 큰 새봉, 1275봉, 신선봉)들을 쉼 없이 넘어야 하고

세 번째는 희운각 대피소(1050m)에서 소청 삼거리(1550m)까지의 계단과 돌길의 급경사를 또 올라가야 한다.

중청대피소(1600m)에서 대청봉(1708m) 오르는 길은 서비스라고나 할까?

 

이곳 비선대에서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아직 달이 지지 않았는데 마등령 오르는 길에 여명이 밝아 온다.

곧이어 달마봉 뒤에서 붉은 기운이 올라온다.

하지(6월 21일)가 가까워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해가 뜨기 시작한다.

잠시 켜두었던 랜턴을 끄고 희미하게 드러나는 설악의 모습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제사 진설법에 ‘홍동백서’라는 내용이 있다. 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에 놓으라는 얘기다.

내 생각인데 이렇듯 뜨거운 붉은 기운이 동쪽에서 올라오니 그리 된 것 같다. 흰것은 오행에 따라 서쪽.

오늘 처음 본 금마타리가 소나무 뿌리아래 숨어 피어 있기에 귀한 줄 알고 사진으로 담았는데 갈수록 지천이었다.ㅎㅎ

붉은 아침햇살에 비친 공룡과 대청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이 설악의 선명함을 더 해준다.

오르는 길에 본 세존봉.

참조팝나무도 많다.

앞쪽부터 나한봉, 큰 새봉, 1275봉,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공룡능선이 뚜렷하다.

마등봉에서 내려오는 길.

그동안 접속구간을 올라왔다. 이곳에서 대간길이 다시 시작한다.

마등봉에서 이어지고 계속 공룡능선을 타게 된다. 우측은 오세암 가는 길

나한봉을 지나면서 바라본 설악의 모습.

화채능선부터 대청과 중청 그리고 이어지는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과 안산까지.

큰 새봉이다.

원추리도 보이고.

큰 새봉 가기 전 뒤돌아본 코끼리 바위.

봄이 지나 여름인데 이놈은 봄맞이꽃이니 계절을 잊은 건가?

이곳이 고지대라 아직은 봄날씨다.

1275봉이 기다리고 있다.

킹콩바위라 하는데 어디가 그런지 모르겠다.

마등봉부터 지나온 능선.

1275

범봉과 희야봉 왕관봉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

노인봉은 시간이 없어 패스

지나고 돌아본 1275

공룡능선 최고의 전망대인 신선봉에 사람들이 많다.

신선봉에서의 명장면들.

구 희운각대피소는 1969년 2월 설악산 대청봉 북사면의 '죽음의 계곡'에서 발생한 조난 사고를 계기로 건립되었다. 당시 한국산악회 회원이었던 고(故) 최태묵 선생(호: 희운)이 산악 사고를 예방하고자 자신의 사비와 산악인들의 후원을 모아 1969년 10월 건립했다. 대피소의 이름은 최태묵 선생의 호인 '희운(喜雲)'에서 따왔다.

최초의 희운각대피소인 석조건물은 강원도 최초의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문화재로서 보존이 결정되었다.

지나온 공룡능선과 뒤로 마등봉, 황철봉, 상봉, 신선봉의 대간길이 이어진다.

 

후미에 오면서 산행 페이스도 무너지고 기운이 빠진 상태라 희운각에서 소청으로 오르는 길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꾸역꾸역 한 걸음씩 옮겨 소청을 오르고 틈틈이 설악의 모습도 계속 담아본다.

이제부터 산행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끝까지 가야 하는데 다리 근육의 느낌이 이상하다.

아무 일 없어야 되는데......

외설악을 보는데 희운각 대피소가 저 아래 다소곳하다.

소청 삼거리.

찔레꽃.

중청을 올려다보며 그래 어차피 가야 할 길이기에 힘을 내 본다.

대청까지 가면 크게 오르는 곳이 없으니 희망을 갖고 힘을 내 본다.

귀때기와 가리봉.

향로봉과 금강산도 보였는데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된다.

이곳이 철쭉이 많은 곳인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그래도 내가 설악에서 제일 좋아하는 능선이다.

다리도 이상하고 기운도 없어 아무 생각 없이 힘들게 대청까지 올라왔는데...

휴대전화를 켜니 깜깜. 배터리가 없어 꺼져있었다.

정상석보다 대청에서의 설악을 내려다보고 주변 산들을 둘려 보려 했는데 허무함만 느끼고 모든 걸 포기하듯 터덜거리며 하산.

대청봉 정상석은 산우님 사진으로 대체.

허락 없이 옮겨서 죄송합니다. 후에 맥주 한잔으로 때우면 안 될까요? ㅎㅎ

 

이후부터는 산행이 아니라 싸움이었다.

충청대피소에서부터 휴대전화를 중천 시키면서 중청 삼거리를 지나는데 느낌이 안 좋았던 허벅지 근육이 드디어 발작을 시작했다.

산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통증과 함께 경련이 일어나 그 자리에서 그냥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서 잠시 안정을 취했다.

그동안 가지고 다니기만 했던 마그네슘과 이온음료를 마셨다. 내가 마실줄이야...

 

이제부터 경치고 기록이고 없다. 죽기 살기로 한계령까지 가야 한다. 그래도 그동안의 산행 구력을 믿어보기로 한다.

끝청에 도착하니 현상 총무가 후미를 다 보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가도 되었는데 왜 기다렸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반갑고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든든했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인가목. 장미과에 속한다고 하니. 고지대에 사는 야생장미라 하겠다.

아이고! 요건 뭐야.

별꽃처럼 생겼는데 주로 고산지대에 자라는 참기생꽃이라네요.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니 잘 보호해야 되겠다.

점봉산과 뒤로 방태산 그리고 오대산과 계방산이 겹겹이 보인다.

가리봉

귀때기와 가리봉.

한계령길과 필례약수 가는 길이 갈라진다. 그곳이 은비령인데 점봉산 오르는 들머리다.

한계령 삼거리를 가면서 북쪽을 바라보면 용아장성 뒤로 지나온 공룡이 보이고 마등봉과 황철봉까지 그리고 아래로 수렴동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나?

하산길에 인내력을 시험하기 위해 이런 황당한 오르막이 몇 개가 있다.

이곳이 끝인가 했는데 더 높은 오르막이 또 있었다.

이곳 설악루에서 휴게소까지 한계령 도로 공사 중 숨진 공병들을 위로하기 위해 108 계단을 만들었다.

그 당시 군단장이 김재규인데 비석에는 이름이 지워져 있다.

108 계단 비석.

 

처음으로 몸에 고장이 나서 힘든 구간이었다.

긴 구간이었다.

잠을 못 자 괴로웠던 무박산행 구간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좋아 설악을 자세하게 보았다.

동행한 산우님들이 계셔서 즐거움과 행복함도 있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간다”는말이 딱 들어맞는 산행이었다.

우린 앞으로도 오랫동안 산행을 해야 한다. 

서로 의지하고, 어려움을 나누고, 힘들 때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지금 내 옆에 그런 분이 있나 돌아보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는지 생각을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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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푸치노(장선미) | 작성시간 26.06.08 고생많으셨습니다. 그 다리로 끝까지 걸어오셨으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그리 힘들었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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