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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지역 호국유적 답사를 마치고/ 안성환

작성자안성환|작성시간26.06.07|조회수22 목록 댓글 0

영천지역 호국유적 답사를 마치고/안성환

현충일 아침, 울산향토사연구회 회원들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뜻을 기리고자 경북 영천으로 향했다. 이번 답사는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 선열들의 삶과 정신을 배우는 뜻깊은 여정이었다. 답사지는 영천전투호국기념관, 영천충효재, 그리고 울산이 낳은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묘소였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영천전투호국기념관이었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 전세를 뒤집은 영천대회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광복과 분단, 낙동강 방어선, 영천 탈환작전, 그리고 휴전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역사가 생생하게 펼쳐졌다. 특히 전쟁터로 나섰던 학도병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남긴 태극기를 바라보며 숙연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꽃다운 청춘들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기꺼이 내어놓았다는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또한 전쟁의 상처를 딛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선배 세대의 희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영천충효재였다. 이곳은 구한말 영남 최대의 의병부대였던 산남의진 과 정환직, 정용기 부자의 충효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을사늑약 이후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정환직 선생은 관직을 버리고 의병을 일으켰고, 그의 아들 정용기 선생은 산남의진의 초대 대장이 되어 일본군과 맞서 싸웠다. 아들이 전사하자 아버지가 다시 의병장이 되어 항전을 이어갔고, 결국 부자는 모두 순국하였다.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이들의 이야기는 책 속의 역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살아 있는 감동이었다. 특히 “나라가 망하면 나도 망하지만, 나라가 살면 나는 죽어도 영광이다”라는 의병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

점심 식사 후, 이상도 회장님의 인솔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고헌 박상진 의사의 묘소였다. 박상진 의사는 울산 북구 송정동 출신으로, 판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일제의 관리가 되기를 거부한 인물이다. 그는 대한광복회를 조직하여 총사령을 맡았으며, 독립군 양성과 군자금 모집, 친일세력 응징 등 무장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결국 일제에 체포되어 38세의 젊은 나이에 순국했지만, 그의 삶은 오늘날 독립정신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묘소 앞에 서니 울산 사람으로서 큰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이 밀려왔다. 특히 이상도 회장님으로부터 고헌 선생에 대한 울산 시민들의 관심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고헌 선생의 숭고한 업적을 제대로 기억하고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무관심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큰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이번 답사는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전쟁과 독립운동의 역사는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안위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정의와 책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훈이다.

오늘날 우리는 총칼이 오가는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갈등과 분열, 이기심과 무관심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또 다른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선열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나라를 더욱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일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선현들은 말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 보았다. 선열들은 이미 자신의 삶으로 답을 남겼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답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내 그 물음이 가슴속에 오래 머물렀다.

끝으로 울산향토사연구회는 1986년 현곡 이유수 선생님을 중심으로 창립된 단체로, 현재 이상도 회장님(울산문화아카데미 원장 겸임)을 중심으로 울산의 역사와 정체성을 연구하고 계승하는 데 힘쓰고 있다. 회원은 25명의 정원제로 운영되며, 만 60세 이하 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결원 발생 시 충원하는 T/O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창립 이후 40년 가까이 홀수 달에는 정기 월례회를 개최하고, 짝수 달에는 역사문화유적 답사를 진행하며 지역사와 민족사의 현장을 직접 탐방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답사를 마무리하며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 협찬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큰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시는 김후곤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답사에도 어김없이 25인승 리무진 전세버스를 협찬해 주신 덕분에 회원들은 더욱 편안하고 뜻깊은 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묵묵한 나눔과 배려가 있었기에 이번 답사의 의미 또한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고 선열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 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

2026년 6월 6일 현충일 안성환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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